• [꿈/이야기] 주정뱅이를 추방하는 기술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한광일의 한국웃음센터 [http://ha.or.kr/]
  • 10.10.05 13:52:46
  • 조회: 756

 
지하철에서 일어난 일이다. 제법 이목구비가 갖춰지고 의복도 깔끔하게 입은 장년의 신사가 꽤나 술에 취해 한동안 고함을 치더니, 급기야는 말끔한 숙녀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차 안에는 비교적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못 본 척 슬그머니 눈을 감거나, 신문을 펼치거나, 대단치도 않은 얘기를 수군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누구나 내심‘한방 먹여주었으면’싶었을 것이다. 다음 역까지는 20~30초쯤 남았을 때, 약간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중년의 사나이가 갑자기 취객에게 손을 들어 반가운 듯 말을 걸었다.

 

“어이, 너 정말 오랜만이구나. 나 모르겠어?” 한동안 가깝게 지냈으나 다소 멀어졌던 사이임에 틀림없는 어조였다. 취객이 고개를 돌렸으나 기억이 안 나는 모양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나, 모르겠어? 완전히 잊어버린 모양이구나.”
“뭐야, 당신은?” 하면서도 열심히 기억을 더듬는 표정이었다.
“지금 어디 살아? 난 다음에 내려야 하는데 어디까지 가?”
“얼마 안 남았어.”

 

“야, 이거 모처럼인데 우리 다음에 내려서 그 후 이야기 좀 해보자. 다 잘 있지?”
“자, 내리자. 아 참 아가씨, 미안.” 하며 취객에게 안 보이도록 한쪽 눈을 질끈 감는 것이 아닌가.
“자, 빨리 내려. 문 닫히겠다.” 거의 등을 밀다시피 밖으로 나갔다. 그 행동이 조금 전의 윙크보다 더 얄밉고 멋졌다. 승객들이 한시름 놓고 마음이 진정 되었을 무렵, 그러니까 전철 문이 닫히기 직전,
“앗, 저기 보따리……. 미안.” 하면서 사나이가 전철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출입문이 완전히 닫히고 전철이 속도를 더한다.
“야, 다음에 보자아!” 역에 남겨진 취객은 처음‘야!’하고 불릴 때부터 이 순간까지 당한 것을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듯한 표정으로 남아 있다.

 

이 사례는 다른 사람을 구해준 경우이지만, 술 먹은 사람이 종종 나에게 시비를 걸어올 때면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술 먹은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이성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말도 안 되는 말로 시비를 걸기 마련인데, 이런 때 주정뱅이를 상대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이런 상황은 재치 있게 상황을 모면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