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고즈넉한 돌담길 따라 ‘정겨운 사람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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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0.04 16: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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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의 기준은 무엇일까. 일단 인구가 5만명 미만이고, 패스트푸드점·대형 마트 등 대기업 자본이 개입된 체인점이 없어야 한다. 물론 고유의 의식주 문화가 살아있고 친환경 생활방식도 유지해야 한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의 삼지내 마을은 이 같은 조건을 두루 충족하고 있는 곳이다. 2007년 전남 신안 증도, 완도 청산, 장흥 유치와 함께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현재 국내 슬로시티는 2009년에 지정된 경남 하동 악양, 충남 예산군을 포함해 모두 6곳이다. 전남 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는 고재선 가옥 안뜰에서 바라본 마을. 멀리 산 능선과 기와지붕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삼지내 마을에 다녀왔다. 슬로시티국제연맹으로부터 ‘느리게 사는 마을’로 인정받은 이곳은 고요하면서도 활기가 있었다. 옛 돌담이 인상적인 고즈넉한 동네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조그마한 읍내가 나온다. 창평 전통시장이 있는 이곳은 작지만 생명력이 넘쳤다. 이날은 5, 10일마다 열리는 5일장인 창평시장의 추석 대목장날이었다. 수탉들이 푸드덕대고, 강아지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며 꼬물거렸다. 창평 국밥, 쌀엿 등 지역 특산 음식들도 눈길을 끌었다.

 

마을 입구 면사무소에는 ‘매월 둘째주 토요일 놀토 달팽이 시장’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매달 둘째 토요일,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놀토’마다 이곳에선 아기자기한 벼룩시장이 열린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장아찌·장류·쌀엿 등 전통 음식, 직접 기른 채소, 인근 산에서 캔 나물들도 판매된다. 떡메치기, 작두샘 체험, 투호놀이, 천연염색 등 전통 체험이나 돌담길 작은음악회 등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느림보 자전거 경주대회’. 마을 돌담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느리게 가야 하는 이색적인 경기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 마을 안길, 돌담장 사이로 한 아이가 뛰어가고 있다. 삼지내 마을의 돌담은 돌과 논흙을 사용한 토석담으로 소박한 멋이 있다. 삼지내 마을은 1510년쯤에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그래선지 마을에 고가가 많다. 창평 고씨 씨족마을이었던 만큼 문화재로 지정된 가옥들이 많다. 비어 있는 고재선 가옥은 상시 개방되지만 고재환 가옥은 요청할 때만 둘러볼 수 있다. 이들 중 춘강 고정주 고택이 유명하다. 고정주는 구한말 규장각에서 벼슬을 하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이곳으로 낙향했다. 그리고 영학숙과 창흥의숙을 짓고 무료로 근대교육을 시작했다. 그 역사가 마을 안에 있는 창평초교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마을을 돌아보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걸어서 30분이면 간단히 돌아볼 수 있다. 이곳의 돌담은 ‘창평 삼지천 마을 옛담장’이란 이름으로 지정된 등록문화재다. 돌과 논흙을 사용한 토석담으로, 깔끔하진 않지만 삶이 묻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스팔트로 덮인 일부 길은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다. 옛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아스팔트길을 흙길로 바꾸는 중이란다. 마을 곳곳에 펄럭이는 슬로시티의 상징, ‘달팽이 그림’ 깃발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옛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기에도 좋다. 면사무소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삼지내 마을에서는 하루쯤 머무르면서 한옥 체험을 하는 게 좋을 듯싶다. 5곳의 한옥 민박집이 있다. 보통 비성수기 가격으로 하룻밤에 5만원부터다. 한옥 민박집에 머무르면 창평의 슬로푸드인 쌀엿·한과·장류·장아찌 등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쌀엿을 만들어 먹어볼 수 있는 쌀엿체험장, 천연염색을 체험할 수 있는 두레박 공방 등도 있다(슬로푸드 만들기·염색 체험 1만원). 인터넷 게시판(www.slowcp.com, 061-380-3807)을 통해 미리 신청하면 문화해설사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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