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무용가 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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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0.01 13: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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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 넘치는 패기로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계 ‘젊은피’들. 매주 그들과 만나 그네들이 꿈꾸는 새로운 예술세계를 들여다본다. 혼란스러운 디지털시대의 한가운데에서 진정성을 잃지 않고, 전 세대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뉴 제너레이션’의 꿈이 뜨겁다.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2년 전 안성수픽업그룹의 무용 ‘봄의 제전-장미’를 본 이들은 신예 김보람의 카리스마에 푹 빠졌다. 힙합전사에서 순수 춤예술가로 변신한 그의 춤은 그냥 움직임이 아니었다. 음악속 음표를 몸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2010년은 방송 백댄서 출신 김보람(27·안성수픽업그룹 단원 겸 앰비규어스무용단 대표)이 춤예술가로 공식 인정받은 해다. 지난 1월 한국춤평론가회가 선정한 ‘올해의 춤비평가상’의 연기상을 받았다. 지난 7월엔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에서 ‘바디콘서트’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무용계를 놀라게 했다. 1주일 후 안성수픽업그룹의 ‘싯점’에선 남자주인공인 백작역을 맡아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 최우수상은 상 자체보다 관객들이 자신의 춤을 적극수용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갖는다.

 

“방송 백댄서를 했기 때문인지 ‘무용을 모르면서 무슨 춤을 추느냐’고 비난하는 분도 있죠. 저에겐 힙합춤이든 순수 예술춤이든 소통수단인 춤 자체가 중요할 뿐인데…. 장르구별을 할 수 없는 춤, 구별하기가 애매모호한 춤을 추기 때문에 무용단 이름도 ‘ambiguous(애매모호한)’으로 정했죠. ‘평론가가 뽑은…’에선 최우수상을 받아 기쁘기보다 제가 몰입한 춤작업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김보람이 춤을 시작한 건 전남 완도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TV를 통해 가수 현진영의 힙합춤을 본 그는 고1 때까지 힙합춤만 추었다. 그러나 인구 5만여명의 완도에서 그런 춤을 추는 학생은 김보람뿐. 부모의 반대는 극심했다. 특히 아버지는 힙합바지를 싫어하셨다. 중3 때 김보람은 40인치 크기의 힙합바지를 찾아낸 아버지로부터 허리크기대로 몽둥이로 40대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춤출 수 있다면 부모님의 반대는 참을 수 있었다. 서울입성 후 서서울산업고교로 전학한 그는 고3 때 방송댄스팀인 ‘프렌즈’ 무용단에 입단했다. “당시 프렌즈는 40~50명 규모의 유명 단체여서 방송출연이 많았어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유명가수들의 백댄서로 활동했지요. 그 사이 서울예대를 졸업했고요. 학벌 때문에 대학에 진학한 건 아닙니다. 미국에서 미국무용수와 춤추고 싶어 유학을 계획했고, 학생비자를 받기 위해 대학을 택했지요.”

 

2008년 방송댄서 김보람의 운명을 바꿔줄 사람이 나타났다. 안성수(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그의 ‘몸’을 알아봤다. 안성수는 음악의 박자와 박자 사이에 숨어있는 틈조차 잘게 쪼개어 무용수에게 문신하는 춤조련사이다. 4분음표 하나에 8개의 32분음표가 들어가는 셈법으로 정교한 춤을 만든다. 김보람은 그 셈법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김보람은 안성수픽업그룹의 ‘봄의 제전-장미’ ‘mating dance’ ‘싯점’ 등에 출연했다. 그는 안무욕심도 많다. 그냥 자유롭게 춤추고 싶은 그에겐 살풀이춤이건 발레건 영역이 없다. 춤음악도 바흐의 ‘골드베르크협주곡’과 헨델의 ‘울게 하소서’부터 MC hammer의 ‘It’s all good’까지 종잡을 수 없다.안무작은 ‘mistake’, ‘언어’, ‘doing’, ‘soul’, CJ 영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인 ‘everybody3’ ‘바디콘서트’ 등 7개다. 6개의 안무작은 2007년 서울예대 친구들끼리 조직한 앰비구어스무용단의 시즌주제인 ‘어처구니’의 작품들이다.

 

4년 동안 안무한 춤 주제가 ‘어처구니’라니? 그건 ‘앰비규어스(애매모호한)’라는 무용단 이름과 상통한다. “제가 사는 방식도 그렇고요…. 어처구니없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제 춤을 보면서 ‘저게 현대무용이야?’ ‘저거 힙합이야 방송댄스야?’ 애매모호해 하거나 어처구니없어 할까 싶어서 지었죠. 마구 어처구니없어 해주시기 바랍니다. 하하….”사실 그는 ‘애매모호한’춤을 위해 ‘어처구니’ 없는 고집을 부린다. “돈벌 수 있는 공연이 있어도 내 춤의 발전이 없으면 하지 않습니다. 배가 고파도 춤과 돈을 연관짓지 않습니다.” 자신의 춤공연을 위해 제작비를 빌려야 하는데도 걱정을 미룬다. 연습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요즘은 오는 10월21~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 올릴 안성수픽업그룹의 ‘몸의 협주곡’ 연습으로 바쁘다. 11월 한달간 안성수픽업그룹의 유럽 순회공연이 있고, 귀국 이틀 후엔 그가 객석을 휘어잡을 ‘싯점’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 내가 본 김보람

◇ 힙합춤을 추던 김보람이 순수춤무대를 만들었을 때 무용계의 반발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음악과 몸의 움직임을 미분한 후 자신의 춤코드로 완성한 그는 자신의 춤세계에 솔직하게 대면하는 춤의 근성을 보여주었다. ‘바디콘서트’에는 대중적 춤기법들이 등장했다. 김보람 등 6명의 ‘애매모호한’ 단원들은 고답적인 현대춤의 감성을 빠르고 격렬한 스트리트댄스로 대치시켰다. 노는 것도 기가 막히게 놀면 감격을 주는 법이다. (김경애 | 월간 ‘댄스포럼’ 발행인·춤평론가)

◇ 김보람의 작업은 몸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나의 작업과 비슷하다. 그는 작품속 음악을 완전히 이해하고 움직인다. 대중적 동작들을 음악에 녹여 순수예술춤을 만들어낸다. 2008년 그가 처음 출연한 나의 안무작 ‘봄의 제전-장미’에서 김보람은 내 생각을 모두 스캔한 듯 자신의 역할을 척척 알아서 소화했다. 이제 김보람이 없다면 그 작품은 존재할 수 없다. 빛나는 무용가로 오래오래 남아있기를 바란다. (안성수 | 안성수픽업그룹 대표·무용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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