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자연과 어우러진 고택·돌담…200년 전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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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9.28 14: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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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말하자. 그 유명한 '건재고택'에는 이제 들어갈 수 없다. 건재고택이 무엇이냐. 영화 <취화선>에서 장승업 '본좌'가 술병 들고 올라가 괴성을 지르던 기와지붕, 초연한 자태의 그 집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이 집 안에는 "들어가면 나오기 싫어진다"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소나무·향나무·단풍나무가 우거지고 설화산에서 흘러온 작은 폭포가 연못으로 떨어지며, 기기묘묘한 자연석들이 놓여져 있지만…. 굳게 닫힌 대문 옆 담장 너머로 폴짝 폴짝 뛰어도 보일까 말까다.

 

이유는 뭘까. 이 집은 문화재이긴 하지만 사유재산이다. 1년 전쯤 외지 사람에게 집이 팔렸단다. 충남 아산의 외암민속마을은 '살아있는 옛 마을'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그것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었다. 서울 민속촌처럼 죽은 인공의 마을이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마을인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관람'한다는 모순이 애초에 존재했다. 원주민들조차 대체로 심드렁했다. 잠금장치도 없는 싸리문을 자전거 묶는 자물쇠로 잠가 놓은 집이 종종 보였다.

 

"관광객들이 마음대로 문 열어보고, 훔친단 생각도 없이 뭘 따가고…. 그러면서 사생활 문제 등등 때문에 한 2~3년 전부터 문 닫고 살게 됐쥬. 외지 사람들도 많아졌구유." 마을 주민 이군직씨의 말이다. 그는 "마을을 관광지로 볼 건지, 문화재로 볼 것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방문할 가치가 없냐하면, 그렇지 않다. 방문자들은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면 된다. '남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지 말라', '남의 물건을 탐내지 말라'. 어려운 일 아니다.

 

굳이 집 안에 들어가보지 않아도 마을 경관은 충분히 아름답다. 샛길따라 층층 쌓인 돌담, 거기에 새침하게 매달린 조롱박만 봐도 2000원의 가치는 한다.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초가와 기와고택들이 점점 늘어서 있다. 오래된 것이 희귀한 이 나라에선 더 소중한 풍경이다. 거기다 가깝다. 서울에서 2시간 안짝으로 걸린다. 추석 연휴, 가족들과 나들이하기에 딱 좋다. 500여년 전에 형성됐다고 알려진 외암마을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교과서 같은 곳이다. 뒤로는 설화산이, 앞으론 반계가 흐른다. 이 내를 건너면 마을이 시작된다. 두 손을 동그랗게 모은 듯한 산세 안에 아늑히 웅크리고 있다. 그 안에 70여가구가 산다. 예안 이씨 집성촌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10명 중 4명 정도로 적어졌다 한다. 나이든 이들은 세상을 떠나고, 젊은이들은 마을을 떠났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 참판큰댁에 들어갔다.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몇 안되는 집 중 하나다. "저 돌담이 나 국민학교 땐 저 반 만했어요. 여, 땅에서 돌이 자꾸 나오니까 자꾸 갖다 쌓는 거여." 참판댁 이득선씨(68)가 사랑채 앞 뜰에 나와 관광객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실제로 마을의 거의 모든 담장이 돌담인 것은 이 같은 지질구조와 관련이 있다. 이 지역은 땅 밑으로 일정한 지층까지 둥글납작한 호박돌로 이뤄져 있단다. 참판댁은 조선시대 이조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1865~1950)이 살던 집이다. 명성황후의 이모가 그의 할머니였다. 해서 명성황후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이 집도 고종황제로부터 하사받아 지었다. 못 돼도 120여년을 버틴 집이다. 뒷길을 따라 돌아가니 안채가 나왔다. 개천 위로 놓인 나무 다리를 건너면 마을이 시작된다. 나무 다리는 낡아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개천에 넓고 납작한 돌들이 많이 깔려 있어 건너기 좋다.

 

이씨는 안채 마루에 앉아 사랑채 뒷머리께 동마루를 바라보며 "저게 백이십년 된 기와여" 했다. 그러면서 요즘 기와를 탓했다. "저거는 빗물을 먹고 싶을 때까지 실컷 먹고 그제야 실실 내보내는데, 그 밑에 새로 쌓은 기와는 유약을 먹여서 빗물이 바로 굴러." 마을 집들도 조금씩 달라졌다고 한다. "반달 같던" 초가지붕은 높이 각이 져 "아담한 맛이 없이 수탉 꽁댕이 잘라 놓은 것 마냥" 변했고, 집집마다 "냉장고, 테레비, 장롱 같은 걸 넣으려고" 기둥을 높였다. 그래봐야 도시 사람 눈에는 한없이 겸손하고 평화롭다.

 

송화댁의 문은 닫혀 있지만 열 수 있었다. 대문에 '연잎차 판매'라고 붙어 있는데, 꼭 사지 않아도 된다. 들어가면 고즈넉한 정원에 앉아 차 한잔 얻어 마실 수 있다. 송화댁은 송화군수를 지낸 이가 주인이었던 탓에 붙여진 택호다. 마을의 대표적 가택 중 하나. 여기는 마당이 집을 장악한 형세다. 그만큼 집에 비해 마당이 넓다. 다소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소나무가 우거진 폼이 일품이다. 마을 물길이 안까지 흐르고, '담안논'이라고 담 안에 논도 있다. 같이 간 이군직씨는 이게 인공미 없는 '한국형 정원'이라고 했다. 그는 "사랑채에 앉아서 이러엏게 보고 있다가 '저어기다 소나무 하나 심어야 되것다' 해서 하나 심고 이런 거쥬"라면서 웃었다. 여기저기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여행길잡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IC로 빠진다. 21번 국도를 타고 온양온천 쪽으로 20㎞가량 달린다. 신도리코 앞 사거리를 지나 읍내동 사거리에서 39번 국도 쪽으로 좌회전. 이 길을 따라 10㎞가량 달린 후 송악외곽도로를 지나다보면 외암민속마을 간판이 보인다.

*추석 연휴에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연휴기간에 낮 12시부터 제기차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 시연과 체험, 송편빚기, 떡메치기 등 행사가 준비된다. 추석 당일에는 모두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나 청소년은 1000원이다. 6세 이하 어린이나 65세 이상 노인은 관람료가 면제된다.

*마을 입구에 문화해설사 사무실이 있다. 단체 위주로 예약을 받는다. 예약 후 방문하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 개인 방문자들은 팜스테이 체험 사무실을 찾자. 해설 단말기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외암민속마을 관광안내소 041-540-2110)

*10월6일부터 10일까지는 짚풀문화제가 열린다. 국악공연, 짚풀관련 각종 행사, 추수 풍경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기간 내내 마을 곳곳에선 이엉을 엮어 초가 지붕을 해 잇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새끼꼬기, 움집만들기, 이엉엮기 등의 체험 행사도 열린다. 단체로 횃불대동군무를 추는 행사도 마련된다.

*마을 먹거리가 괜찮다. 솔뫼장터(041-544-7554)의 수수부꾸미가 별미다. 기본 1인 4개에 2000원. 잔치국수 3000원, 묵밥 5000원. 충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민속주인 연엽주를 맛보고 싶으면 참판큰댁 이득선씨를 찾으면 된다. 연엽주는 궁중에서 제조돼 임금에게 진상되던 것으로, 한 병에 2만원이다.

*주변에 둘러볼 만한 곳들이 꽤 있다. 외암마을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맹씨 행단'(041-546-3927)이 있다. 조선 초 명재상으로 유명했던 맹사성 집안의 고택과 사우, 정자, 정려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으로 꼽힌다. 돌담 정원 안에 600년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어 '행단'이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는 '공세리 성당'(041-533-8181)도 들러볼 만하다.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은 1922년 완공됐으며, 특히 해질녘 풍경이 좋다. 영인산 자연휴양림, 현충사도 근처에 있어 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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