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부실 대학 퇴출 ‘신호탄’…“애꿎은 재학생만 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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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9.15 14: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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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의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명단 공개는 부실 대학들을 향한 ‘카운터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불이익이 애꿎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비판론도 제기된다.

 

설동근 교과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정책은 국가재정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학자금 대출 상환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일 뿐”이라며 명단 공개가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했다. 교육여건 지표만 개선하면 내년에는 대출제한 조치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부실대학 퇴출’이란 말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 점을 의식한 듯 발표에서도 직접적으로 ‘경영부실’ ‘구조조정’ 등의 단어를 전혀 쓰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명단에 이름이 오른 대학들은 당장 8일 시작되는 수시모집에서부터 기피대상이 돼 사실상 존폐 위기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은 대학 구조조정에 최종 목적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학자금 대출제한 조치에서 든든학자금(ICL)이 제외되고 소득수준 7분위 이하는 소속 대학과 관계없이 100%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재정 건전성 차원에선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대출제한 대상이 되는 학생도 전체 대학 입학정원의 2% 안팎인 889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학자금 대출제한이라는 ‘간접 수단’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학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학의 경영위기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작업을 벌여왔다. 저출산·고령화로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10년 후에는 고교 졸업자 수가 40%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생 수는 2012학년도 64만2000여명, 2013학년도 57만5000여명으로 감소하고, 2015년부터는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초과하는 ‘정원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지방대학이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 모집난이 확산될 것이라는 얘기다.

 

교과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5월에는 부실 사립대 구조조정 방안을 다루는 대학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한 끝에 최종적으로 8개 퇴출대학 명단을 작성했다. 당시엔 직접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을 적시하는 것이 헌법상 과잉 행정조치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법률검토 결과에 따라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지난 4월에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사학진흥재단 평가순위 최하위 4년제대학 5곳, 전문대학 5곳이 우량 대학에 합병될 경우의 비용편익까지 계산해보기도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제한 조치로 부실 대학 및 학과들이 자연스럽게 통폐합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이번 조치가 국회에 계류 중인 ‘사립대 구조조정 특별법’이 정기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이 해산하면 남은 재산이 일단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귀속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자발적인 대학 통폐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특별법을 통해 대학들이 문을 닫고 남은 재산으로 장학재단이나 사회복지법인을 세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 구조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해도 그 고통이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교과부는 학자금 대출제한이 내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의 재학생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대학 재학생들도 ‘부실 대학’에서 질 낮은 교육을 받은 ‘부실 인력’으로 낙인찍혀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수 있다. 학생들은 대학 부실경영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데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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