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세계 춤·연극 축제로 더 아름다운 ‘서울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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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9.15 1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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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올 가을에 국내에서 치러질 공연예술 축제가 약 17개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는 평론가와 애호가 모두에게 호평받는 페스티벌로 통한다.

 

중국의 무용평론가 지앙동은 올해 13회째를 맞은 서울세계무용축제에 대해 “시댄스는 중국 무용의 교과서다. 공연 프로그래밍 시스템은 물론 춤의 학술적 담론을 형성하는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까지도 춤 행사의 교본”이라고 평한 바 있다. 또 연극평론가 김윤철씨(세계연극평론가협회 회장)는 올해 10회째를 맞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대해 “아시아 최대의 연극제로 일본 사람들도 한국에 공연 때문에 오게 만드는 특별한 축제”라고 호평했다. SIDance 이종호 예술감독과 SPAF 김철리 예술감독이 특별히 강조하는 작품을 중심으로 두 축제의 볼 만한 공연들을 간추려본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세계를 바라보는 창,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기치로 내세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는 연극을 중심으로 무용, 거리극, 음악극 등을 포괄한다. 올해 10회째를 맞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10월2일부터 11월1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예술극장, 예술의전당, 세종M씨어터, 남산예술센터 등지에서 펼쳐진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8개국 28개 단체가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국내 공연단체들이 8편의 신작을 처음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전과 변별된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첫손에 꼽은 추천작은 프랑스 국립민중극단이 내한해 선보이는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전주의 코미디 극작가인 몰리에르의 작품 가운데 <광대의 질투> <날아다니는 의사> <웃음거리 재녀들>을 한 무대에서 잇따라 선보이는 공연으로 이번 페스티벌의 개막작이다. 관람 포인트는 “17세기 고전극의 완벽한 재연”이라는 점이다. 무대 세트, 의상, 분장 등 모든 것을 4세기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는다. 음악으로 치자면 ‘고음악 원전 연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프랑스의 대표적 극장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국립민중극장 배우들이 자처하는 “우리는 다만 표절자”라는 구호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몰리에르 연극의 오리지널리티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기회”라며 “프랑스 본토의 극단이 내한해 몰리에르극을 재연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푸시킨 드라마센터가 내한해 선보이는 <폭풍>도 기대작이다. 원작자인 오스트로포스키는 체호프와 거의 동시대의 극작가이지만, 희한하게도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체호프와 거의 맞먹는 비중을 가진 작가였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체코의 작곡가 야나체크의 오페라 <카티아 카바노바>의 대본작가이기도 했다. 이번에 공연하는 <폭풍>은 연출가 레프 에렌부르크가 원작의 4분의 1을 차용해 재구성한 연극이다. 볼가강 근처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19세기 무렵 러시아 상인계급의 폐쇄된 생활을 그려낸다. 여주인공을 자살로 몰아넣는 러시아 사회의 위선과 모순에 대한 폭로, 그 폭군적 가부장제가 젊은 세대를 얼마나 숨막히게 하는지를 격렬하게 묘사하는 연극이다. 2008년 러시아 황금마스크 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연출가 에렌부르크는 배우로도 활동하고 치과의사로도 일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불가리아의 스푸마토 실험극단이 선보일 <고골의 꿈>은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연극이다. 고골의 작품 가운데 <넵스키 거리> <이반 표도로비치 슈폰카와 그의 이모> <결혼> <광인일기>를 하나의 공연 속에 담아내고 있다. 마치 고골의 복제인간처럼 보이는 과장되고 괴이한 인물들을 유령도시에 등장시켜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는 연극이다. 등장인물들은 세상의 혼돈으로부터 자신의 사적 공간을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결혼은 인생의 가장 원시적인 함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배우들의 몽환적 연기, 그로테스크한 시각장치와 환상적인 음악들이 동원되는데, 무대미술과 음악은 이 작품에서 가장 볼 만한 포인트로 손꼽힌다. 고골 탄생 20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져 지난해 3월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한 연극. 러시아와 동유럽권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여성 연출가 마르가리타 믈라데노바의 독특한 감성을 만날 수 있다.

 

올해로 5년째 예술감독을 맡은 김 감독은 “국내에서 제작한 연극 2편과 무용 5편, 음악극 1편이 모두 신작 초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까진 잘 만들어진 기존 작품들 가운데 선별해 초청했지만, 이번에는 공모를 통해 국내 예술가들이 신작을 발표할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는 것이 축제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 감독은 이번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예술감독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민간의 역량으로 운영해왔던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공연예술센터에 흡수됐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아쉬움은 크지만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세계를 바라보는 창’의 역할은 어느 정도 이뤄냈고, 앞으로는 ‘세계로 나아가는 문’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면서 “앞으로 책임을 맡아 일할 분들이 잘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유수의 공연 페스티벌에서 ‘찰리’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그는 “이제 연극 현장의 연출가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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