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태크/금융] ‘뭔 말인지…’ 은행직원도 어려운 대출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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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9.13 13: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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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등이 기한연장·개서·갱신·분할·병합·증액·감액 또는 이자원가된 경우에도 그 위에 질권의 효력이 미침을 승인한다.' 암호와도 같은 이런 용어들을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접해야 한다. 은행으로부터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거래약정서, 개인신용정보 제공·이용(활용)동의서, 여신거래기본약관 등의 내용을 이해하고 동의한다는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이들 용어와 표현들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용어차원의 문제가 아닌 경제권력의 문제로 전문적인 금융지식이 없는 국민들을 주눅들게 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신한·외환·우리·국민·농협 등 시중은행들의 대출약관과 약정서(개인신용대출)를 분석한 결과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적지 않았다. 21개 조항으로 이뤄진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은 항목마다 전문적인 금융용어들이 발견됐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쉽게 풀어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예금 등이 기한연장·개서·갱신·분할·병합·증액·감액 또는 이자원가된 경우에도 그 위에 질권의 효력이 미침을 승인한다'는 표현은 '(예금을 담보로 제공한 경우) 예금 등이 기한연장되거나, 만기가 변경되거나 예금을 나누거나 합할 때, 예금이 늘거나 줄었을 때 또는 이자가 붙었을 때에도 거기에 담보의 효력이 미치는 것을 승인한다'로 바꿔쓸 수 있다.

 

또 '채무자 명의가 아닌 예금 등을 질권설정할 경우에는 별도의 질권설정 계약서를 징구하여야 함'(채무자 명의가 아닌 예금 등을 담보로 잡을 경우에는 별도의 담보설정 계약서를 받아야 함) 등도 질권설정 등의 용어만 담보설정으로 바꿔 쓰더라도 한결 쉬워진다. 시중은행의 여신제도담당 관계자는 "사실 내가 봐도 어렵다"면서 "용어도 어렵지만 판례가 많아지고 분쟁이 늘어나면서 약관의 양 자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와 소비자간의 분쟁 소지를 줄이기 위해 1996년부터 표준약관을 제시하고 있고 대출약정서는 각 은행에 맡기고 있다. 1996년 제정된 표준약관은 2002년과 2008년 두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분량이 계속 늘어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분쟁소지가 있어 계약에 필요한 내용은 다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분쟁의 소지도 있고 번거로워 공정위의 표준약관과 은행연합회가 만든 대출약정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약관에 전문용어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좀처럼 시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 '우리의 돈, 우리의 권리'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는 소비자시민모임은 "대출약정서 용어가 어렵다는 점과 깨알 같은 약관글씨 등을 지적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국립국어원과 국어문화운동본부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계약서, 약관의 언어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국민들이 계약의 의미를 이해하고 경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약관이나 계약서 문장을 쉽게 고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어문화운동본부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어려운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 쓰려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고, 자치단체 조례 등으로 규제하는 곳도 있다. 영국의 경우 시민단체인 '플레인 잉글리시'의 주도로 계약서와 약관 등 공공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쉽고 간결하게 쓰려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계약서에 쓰이는 용어와 문장의 길이까지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국어문화운동본부 남영신 이사장은 "법률·의학·금융 등 어려운 전문용어의 경우 용어를 바꿔 뜻이 모호해진다면 각주나 괄호를 사용하는 등 친절하게 해설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부장은 "어려운 말이 나오면 담당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고는 하지만 대출을 받는 입장에서 은행직원이 가리키는 대로 서명만 하고 오는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소비자들을 위해 서류분량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출약관·대출거래약정서 표현
*지적공부 및 등기부 정리가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에 당해 토지의 지적정리 완료 후에도 제1항을 준용하기로 합니다.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땅 관련 문서나 등기부 정리가 끝나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토지의 근저당권 설정 및 말소 후에도 제1항을 적용합니다. ※근저당권:대출에 대한 담보권리

*한도금액 부족으로 이자가 일부라도 원가되지 않은 경우에는… →한도금액 부족으로 이자가 일부라도 붙지 않았다면…

*이 약관에 터 잡은 여신거래에 관하여 은행과 채무자 또는 보증인 또는 물상보증인 사이에 소송의 필요가 생긴 때에는… →이 약관을 기초로 한 대출에 대해 은행과 채무자 또는 보증인 또는 담보제공자 사이에 소송할 필요가 생겼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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