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다양성’과 ‘연결성’이 디지털아트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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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9.07 13: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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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앞두고 송도 국제도시에 건설된 최첨단 시설물 ‘투모로우 시티’. 텅 비어있던 이 건물에 미술작품들이 하나둘 설치되고 있다. 9월1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INDAF) ‘모바일 비전 : 무한 미학’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올해 두 번째인 이 행사의 총감독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49)이다. 한국 미술계에서 보기 드문 미디어아트 전문가인 그는 이번 전시에 미디어아트 입문 20여년의 경력과, 미디어아트 전문 전시공간인 아트센터 나비 운영 10년의 노하우를 쏟아붓고 있다. “이제는 예술이 교육, 디자인,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 스며들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날 때 예술과 문화도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예술과 다른 분야 간의 교류를 활발하게 만드는 장으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올해 INDAF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모바일 아트’전, 예술이 건축·환경 등의 영역과 결합해 기존 영역을 새롭게 재창조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블러’전, 기술과 예술이 결합해 새로운 차원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웨이브’전 등으로 꾸려진다. 루게릭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 ‘아이라이터’를 5만원대의 비용으로 제작해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는 블러 전에 소개된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바람을 소리로 전환시키는 작품은 웨이브 전에서 만날 수 있다. “20세기에 예술은 비판적 역할도 많이 했고, 새로운 사상을 이끌기도 했지만 배운 자만이 즐길 수 있는 고상한 소비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삶과 분리돼 존재했죠. 디지털혁명으로 시작된 21세기에는 디지털미디어의 확산성 등으로 예술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예술이 사회를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요소로 존재하게 됐다고 봅니다.”

 

노 감독이 미디어아트에 입문한 것은 90년대 초반. 대전엑스포 때 오명 당시 조직위원장 밑에서 예술과 기술의 접목과 관련된 행사 기획을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 “오명 위원장은 정보통신부 장관을 오래하며 초고속네트워크 등 우리나라 정보통신 인프라를 만든 분이죠. 당시 함께 일을 하면서 예술과 기술이 접목되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봤습니다.” 시어머니이던 박계희 여사(고 최종현 SK회장의 부인)가 타계하면서 워커힐미술관을 맡아 꾸려오던 노 감독은 지난 2000년 서울 서린동 SK본사 안에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하면서 본격적으로 미디어아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전문인에게 운영을 맡기고 저는 지원만 하고 싶었지만 나비를 설립할 때 불행히도 전문인이 없었다”며 “외국인을 데려오는 것도 쉽지 않아 하는 데까지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공학을, 대학원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배경 덕분에 오히려 독특한 시각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디어아트에 대한 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전문 공간을 설립하고 그 공간을 10년째 유지해오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미술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크게 보는 것 같다”는 그는 “‘예술과 다른 지식이 꼭 차이가 있을까’라는 입장에서 미술에 접근했다”고 설명한다. 미술계에서는 미술사적 관점에서 미디어아트를 해석한다면, 그는 미디어아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식이다.

 

나비 설립 10년을 맞아 요즘 ‘나비 10년사’를 정리하고 있다는 노 감독은 “10년 동안 1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활발히 활동하지는 못했고, 여러 가지에 관심이 많아 행정·운영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SK 사옥 내 직원들이 관심을 보인 전시는 한 손에 꼽을 정도라면서, 미디어아트 전시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인정했다.

 

“한때는 ‘온 세계에서 디지털작품을 쏟아내는데 나는 어디다 쓰려고 또 이런 일을 하고 있나’하는 회의가 든 적도 있었죠. 지금은 그 과정을 넘어선 것 같고,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는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아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은 고 백남준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나서였다고 그는 고백한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 백남준 선생의 작품세계이고 비전이더군요. 1000여개의 TV모니터를 쌓아올린 작품 ‘다다익선’도 우주에서 내려다 보면 모든 것이, 하다못해 쓰레기조차도 하나하나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고 이 모든 것들이 한 몸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우주 자체가 선하다는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기에 이렇게도 놀아보고 저렇게도 놀아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죠. 백 선생이 ‘내 기쁨은 거칠 것이 없어라’고 한 말씀은 그 다양성을 본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해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모습을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고 보는 시선, 얼마나 멋있나요. 이것을 알고나서 무척 행복했고,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할 뿐 아니라 믿을 수 있게 됐습니다. 우주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 좀 종교적이기는 하지만.”

 

노 감독이 꼽는 디지털아트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개성은 네트워크를 통해 시공을 뛰어넘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성’이다. “그 연결성을 떠올리면, 우리가 여러 디지털 미디어를 갖고 원래 하나인 우주를 비행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 “부자와 가난한 사람, 남자와 여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각기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은 사실 착각이며, 서로 연결돼 이야기하다보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하는 것이 디지털아트고 디지털기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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