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어른들의 성장담’ 동화처럼 풀어낸 김경욱의 장편소설 ‘동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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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8.30 13: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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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경욱(39)은 학습과 응용이 빠른 영민한 작가다. 그는 소설 외부로부터 혹은 이전 텍스트로부터 소재를 끌어와 재가공해 새로운 이야기를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장편소설 <황금사과>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패러디했고, 역사소설 <천년의 왕국>은 김훈의 영향을 받았음을 그는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소설집 <위험한 독서>에서 그는 독서치료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설 속에 다자이 오사무, 마르케스 등 유명 작가들의 글을 끊임없이 인용하기도 했다. ‘진화하는 소설 기계’(문학평론가 서영채)라는 평을 받을 만하다.

이번에 그의 ‘소설 공정’ 속에 들어간 재료는 바로 동화다. 성장의 아픔과 고통을 신비한 이야기 속에 상징적으로 녹여낸 동화처럼, 몸은 다 컸지만 마음은 다 크지 못해 현실에서 비틀거리는 어른들의 성장담을 동화를 패러디한 형식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제목도 <동화처럼>(민음사)이다. 김경욱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연애소설이자,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심리소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완전한 인간이 사랑을 통해 내면의 문제를 발견하고 성숙한 자아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나간 가슴 따뜻한 성장소설이다.

“마음먹고 사랑 이야기를 써보려고 시작했는데 퇴고를 하면서 보니까 성장소설을 썼더라고요. 한 편의 사랑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두 편의 성장소설을 쓴 셈이 됐어요. 소설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일까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소설은 두 주인공 명제와 장미의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엄격한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에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 ‘침묵의 왕’ 명제와 냉랭한 어머니 밑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 툭 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게 버릇이 된 ‘눈물의 여왕’ 장미. 서로 너무 다른 두 남녀가 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상황은 얼핏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나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을 연상시킨다. 김경욱은 능청스럽게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스피디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만 남녀의 단순한 차이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사랑과 성숙에 대한 고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보여준다.

장미와 명제는 대학시절 노래패에서 만났지만 처음에는 서로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 둘이 짝사랑한 서정우와 한서영이 동화 속 왕자와 공주 같은 존재라면, 장미와 명제는 별반 눈에 띌 것도 없는 평범한 존재일 뿐이다. 졸업 후 이들은 우연히 재회하고 사랑에 빠지지만, 첫 번째 결혼은 서정우 때문에, 두 번째 결혼은 한서영 때문에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서정우와 한서영은 표면적 이유일 뿐 이들이 헤어져야 했던 이유는 그들 내면 속에 있었다. 자신의 문제를 침묵 속에만 가둬놓았던 명제는 장미를 숨막히게 만들며 몰이해로 몰아넣었고, 장미는 자신의 미성숙함이 남편과 결혼생활을 불완전한 것으로 만든 원인임을 알게 돼 명제 곁을 떠난다.

“의사는 말했다. 결혼은 두 사람이 모여 사는 게 아니라 네 사람이 모여 사는 거라고. 신랑과 신부, 그리고 각자의 마음속 아이. 네 개의 다른 별에 살던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 사는 거라고.”(292쪽)

소설은 심리학에 기본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김씨는 “20~30대에는 잘 몰랐는데 나이를 먹어보니 인간의 자아가 형성되는 유년기에 부모와 맺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인간이 하나의 완전하고 자립적인 자아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한 문제를 극복하고 해소해야 하는데 혼자 힘으로는 개별화가 힘들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상대를 거울삼아 자신을 대상화해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화처럼>은 해피엔딩이다. 자신의, 그리고 서로의 침묵과 눈물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 두 사람은 세 번째 만남을 향해 나아간다. 이들이 다시 헤어질지 아닐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자신과 타자의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었으므로 이들은 함께이든 따로이든 훨씬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결혼 10년차인 작가는 말한다.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있어야 합니다. 서로를 성장하게 해주고 성숙하게 해주는 그런 사랑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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