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스위스 레만호길과 우정 맺은 제주 ‘스위스 올레길’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8.18 14:00:32
  • 조회: 11939

 

지난주 제주 ‘스위스 올레길’을 다녀왔다. 스위스 올레길은 서귀포 화순해수욕장에서 시작, 산방산 옆과 송악산을 지나 대정 하모리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올레 10코스다. 사단법인 제주 올레와 스위스정부관광청은 지난 6일 서귀포시 올레 10코스를 ‘스위스 올레 우정의 길’로 명명했다. 세계에서 걷기 코스가 가장 잘 정비된 나라인 스위스와 제주 올레가 걷기문화를 조성하고, 올레를 세계에 소개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다. 9월에는 스위스의 레만호길에 올레란 이름이 붙는다. 이날 행사에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토마스 쿠퍼 주한 스위스대사, 마틴 니데거 스위스정부관광청 부사장이 참석했고, 명명식 직후 10코스 탐방에 나섰다.
스무개가 넘는 올레길 중 왜 10코스를 선택했을까. 서명숙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올레 10코스를 좋아한다. 이 코스는 바다가 드라마틱하며 아름답다”며 “스위스는 산은 아름답지만 바다는 없어서 이 코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서 이사장은 6코스와 7코스 사이인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인근에서 태어났다. 6, 7코스는 어려서부터 많이 다닌 길이지만 10코스는 올레길을 만들면서 참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했단다. 마틴 니데거 스위스관광청 부사장은 “산을 옆으로 두고 레만호가 펼쳐진 레만호 코스와 바다를 끼고 가는 올레 10코스는 많이 닮았다”고 했다. 제주는 바닷길이고, 스위스는 산길이지만 두 지역엔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올레 10코스 화순해수욕장에서 시작된 길은 주상절리로 이어진다. 낚시꾼 한 명이 주상절리 위에서 바다낚시를 하고 있었고, 척박한 모래톱에는 순비기가 무성하게 자라 무릎 높이에서 출렁거렸다. 풀섶따라, 절벽따라, 모래사장따라 이어지는 길은 가르마처럼 좁았지만 좁은 길에서도 바다와 산이 모두 눈에 들어왔다. 이 길은 항상 사람들이 다니던 길은 아니고 올레 걷기 코스로 새로 다듬은 것이다.
길의 90%는 개발자, 즉 만든 사람이 없다. 길은 오가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모두 가르마 같은 모양으로 태어난다. 의도적으로 만든 길에는 정치·군사적으로 주요한 목적이 있다. 이를테면 충주 미륵리와 문경 관음리를 잇는 하늘재길은 신라가 한강 유역으로 향하기 위해 만든 군사도로였다. 문경의 영남대로는 조선시대 조정에서 만든 고속도로다. 고속도로, 군사도로가 아니면 중앙정부가 굳이 길을 만들 이유가 없다. 나머지 길들은 대부분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반면 올레길은 개발자와 만들어진 시점이 있다. 서명숙씨와 제주 올레 사람들이 바로 개발자다. 지난 수천년 동안 교통과 통상을 위해 많은 길들이 태어났지만 그냥 걸으라고 길을 만들고, 그게 유명해져 정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길은 올레가 처음이다. 다른 길과는 달리 이동 통로로서의 가치는 없다는 점에서 올레길은 참 특이하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열광한다.
“제주 버스기사들은 무뚝뚝해요. 그런데 올레꾼들이 몰리자 할머니들이나 타고 다녔던 버스가 다시 살아났어요, 글쎄, 승객이 400%나 늘어난 모양입니다. 얼마 전 버스기사가 올레꾼이 코스가 아닌 데서 내린 걸 알고는 다음 버스기사에게 올레꾼을 꼭 챙기라고 전화를 했다더라고요. 올레꾼들이 환한 웃음 들고 찾아오니까 할머니들에게 야단이나 맞던 버스기사도 서비스가 바뀐 거죠.”
서씨는 올레길이 생기고 렌터카 때문에 죽었던 택시업계와 버스가 살아났다고 했다. 서씨도 물론 명사가 됐다. 서귀포 재래시장은 올레시장으로 바뀌었고, 그 안에 조만간 올레길 안내소가 생길 예정인데 이름이 ‘서명숙 상회’다. 서씨의 어머니가 시장통에서 같은 이름의 가게를 했는데, 올레꾼들이 자꾸 시장을 찾아와 서명숙 상회 위치를 물어서 안내소 이름을 서명숙 상회로 했다.
올레 10코스는 모래해변을 지나 산방산 옆길로 올라선다. 이 길에서 뒤를 돌아보면 바다가 장관이다. 언덕배기에 전망대 같은 쉼터도 있다. 여기서 니데거 부사장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그는 스위스에는 무려 6만㎞의 걷기 코스가 있고, 그 거리가 지구 한 바퀴 반이나 된다고 자랑했다. 스위스 사람들은 하루 10여㎞를 걸을 정도로 걷기를 좋아한단다.
“올레길은 모랫길도 있고, 바윗길도 있고, 그늘길도 있어 참 다양하고 정말 사진 찍을 만한 곳이 많습니다. 스위스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정말 특별한 곳(Very Special)입니다.”
올레길과 레만호길은 산과 바다, 산과 호수 사이에 있는 길이라는 점에서 ‘퍼펙트 매치’라고 덧붙였다. 사실 복더위에 별 그늘 없는 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척 고되다. 아무리 풍경이 아름답고 걷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삼복 땡볕길을 걷는 것은 고통스럽다. 출발 전 7코스를 걷고 싶다던 니데거 부사장에게 다시 물어봤다. “이 더위에 또 걷고 싶다니, 정말입니까?” 돌아온 답은 “예스, 오브 코스.” 니데거 부사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7코스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진으로 봤는데 너무 멋있었다.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사단법인 올레는 프랑스와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시나 군이 해외와 자매결연을 맺는 경우는 많다. 기관장끼리 ‘웃고 사진 찍는’ 이벤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데 올레길은 그런 수준을 넘어선 듯하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프로모션 제의가 온단다. 스위스관광청 한국사무소 김지인 소장도 “제주에 여러 번 왔지만 다 렌터카 타고 다니는 여행이었다. 올레길을 한나절 걸었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나중에 걷는 길을 차로 가보니 불과 15분 거리였다. 걸으면서 보는 것은 차 타고 가며 보는 것과 달랐고,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제의했다”고 했다. 올레길은 상권을 변화시켰고,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여행의 즐거움도 줬다. 올레길, 참 묘한 매력이 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