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가회박물관 윤열수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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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8.10 10: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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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가 1971년 처음 몸담은 직장이 박물관이었다. ‘민속학의 중시조’라고 일컬어지는 고 조자용 선생이 세운 ‘에밀레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그곳에서, 그는 민화와 만났다.
윤열수 가회박물관 관장(64)의 수집 이력은 초등학교 시절 우표수집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생 시절 그는 부적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없어서”라고 했다.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데다 부적을 붙여놓은 집들이 주변에 많아 구하기 쉬웠다고 했다. 그는 집집마다 다니며 붙어 있는 부적들을 사거나 얻어왔다. 물론 구하기 어려울 땐 주인 몰래 떼 오기도 했다.
윤 관장이 “돈이 없어서” 모은 또 다른 것으로는 가마요강이 있다. 가마에서 쓰던 작은 요강인데, 그의 기억으로는 1000~2000원만 주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그의 수집 목록에는 가야 토기 150여점도 올라 있었다.
윤 관장은 자신의 고향 전북 남원이 고도(古都)여서 옛것들을 모으기가 수월했다고 했다. 그래서 윤 관장은 “70년대의 새마을운동 와중에 우리 전통문화가 쓸려나가 버린 게 두고두고 아쉽다”고 했다. 지금의 문화적 수준만 갖췄더라면 경제 발전을 하면서도 우리나라 전체가 ‘뚜껑 없는 박물관’이 됐을 거라고 했다.
에밀레박물관 학예사로 일하며 민화 공부를 했다. 처음엔 ‘학예사가 쥐뿔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민화에 푹 빠져버렸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대학원에서 불교미술,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조자용 선생으로부터는 우리 민속에 배어 있는 정신을 배웠다”고 했다. 그때 공부가 훗날 10여권의 민속 관련 저서를 내는 바탕이 됐다.
주경야독 틈틈이 골동상에 다니며 민화들을 수집했다. 외환위기 때였다. 인사동의 한 골동품상이 부도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좋은 민화와 병풍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소문이 난 집이었다. 그는 한참을 수소문해 골동품상을 만났다. 골동품상은 1억5000만원만 주고 다 가져가라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말라”고 단속해놓고 아파트를 담보로 빚을 냈다. 그때 모은 민화들이 이후 가회박물관을 여는 기본 자산이 됐다.
그는 민화 가운데 무신도(巫神圖)에서 우리나라 민속 그림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했다. 단군시대 이래 내려온 민간의 토속신앙을 표현한 것이라 우리나라 외에는 없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윤 관장이 박물관을 염두에 두고 있을 때, 서울시에서 북촌의 한옥을 수리해 박물관으로 임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민화를 전시하는 데 한옥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한옥의 규모는 지나치게 크지도 않고 아담했다. 2002년, 그는 1500여점의 유물을 갈무리해 가회박물관의 문을 열었다.
윤 관장은 자신이 평생 공부한 민속학 자료 정리에도 수집만큼 열정을 쏟는다. 민화, 민속공예, 풍속 등 자료 사진을 6만여장 가지고 있다. 70년부터 사진기를 메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찍은 것들이다. 일본 출판사 고단샤(講談社) 초청으로 강연을 갔을 때는 강연료 대신 안견의 몽유도원도 필름을 받아오기도 했다. 그것도 그의 수집벽과 우리 민속 사랑 탓이라면 탓이다.
◇ 가회박물관 가는 길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2번 출구)에서 500m쯤 올라가면 전통병과연구원이 나온다. 오른쪽 골목으로 30m 정도 들어가면 가회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 전시장엔 민화, 부적, 무신도, 벽사그림이 전시돼 있다. 통일신라 때 귀면와(鬼面瓦)도 볼 수 있다. 윤열수 관장이 소장 유물들을 수시로 교환해 전시하고 있다. 윤 관장은 ‘박물관의 역할 중 전시보다 더 중요한 게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회박물관에는 부적 만들기, 탁본 뜨기, 민화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많다. 방학 중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민화 그리기 특강도 한다. 아쉽게도 가회박물관은 곧 문을 닫아야 한다. 서울시가 소방도로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다중시설인 박물관의 간판을 내리라고 해서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11-103 (02)741-0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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