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판소리 하다 보면 연기·관객과 소통법 모두 배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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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8.09 13: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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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람(32)은 요즘 부쩍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 1984년 다섯 살 때 방송작가이자 가수였던 아버지 이규대씨와 함께 부른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라는 노래, ‘내 이름(예솔아!)’의 꼬마 주인공. 어느새 성큼 자라 내로라하는 소리꾼이 된 그의 눈매엔 어린 시절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19살에 판소리 ‘춘향가’ 최연소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국악인이다.
하지만 그는 전통을 답습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대본작업과 작창을 하고 주역까지 한 판소리 공연 ‘사천가’가 대표적 사례다. 판소리 공연으로는 드물게 4년째 젊은 관객들의 폭발적 지지를 이끌어내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포크록 인디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이기도 하다. 현대무용으로 무대에 선 적도 있다. 시간과 장르의 양극단을 오가는 전방위 예술가인 셈. 그런 그가 8월 개막하는 이청준 원작의 창작 뮤지컬 <서편제>(조광화 작·이지나 연출)에서 주인공 ‘송화’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작품의 국악작곡도 했다.
“연출가에 대한 신뢰로 출연을 결심했어요. 옳고 중요한 길을 가는 공연예술가라면 더 많은 대중을 만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젊은 저를 예술가로 존중해주시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주시죠.”
이지나 연출은 애초부터 “이자람이 아니면 이 작품을 할 수 없다”고 공언했을 정도. 판소리와 노래, 연기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으니 최고의 적임자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해 말 폴란드 콘탁트국제연극제에서도 1인극 ‘사천가’로 ‘최고 배우상’을 받았으니 이자람의 연기실력은 이미 검증됐다.

“춘향가만 해도 춘향과 월매, 이도령 등 다양한 인물이 나오잖아요. 인물마다 다른 발성으로 해야 하니 판소리를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익히게 됐어요. 이야기하는 장르라는 특성을 가진 판소리를 하다 보니 사유하게 됐고,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도 터득했죠.”

그가 구현하는 송화는 1993년 임권택 감독의 동명영화에서 배우 오정해가 표현한 송화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는 “영화 <서편제>의 송화는 수동적으로 모든 것을 감내하는 어두운 인물이라면 뮤지컬의 송화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기 위해 인내하는, 자아가 튼튼하고 밝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의 곡과 이자람의 국악이 씨줄과 날줄처럼 섞이는 이 작품에서 이자람의 곡은 명창이 소리공부하는 장면과 명창이 유봉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 가미된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 지금은 독립해 나왔지만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를 세운 것도 이자람이다. 그가 현대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게 작창한 ‘구지가’ ‘사천가’ 등은 페미니즘 성격도 짙다. ‘새로운 국악’으로 실질적인 국악 대중화를 일구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자람은 “국악의 대중화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가령 맛없는 라면을 맛있다고 하면서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해봐야 소용이 없잖아요. 제가 만든 라면이 맛있으면 저절로 사람들이 찾게 되겠죠. 전 국악도 마찬가지로 생각해요. 이 시대에 필요한 국악을 만들면 대중의 사랑은 돌아오게 마련이죠.”

그는 말을 느리지만 조리 있게 할 줄 안다. 생각을 거듭하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타입이다. 남자친구 얘기를 꺼내자 국악 얘기를 할 때의 진지함 대신 얼굴에 환한 웃음이 자리잡는다. 무용가 출신의 연극·영화연출가 김남건(28)이 남자친구다. 이자람은 “연애를 잘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일의 좋은 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2년 이상 교제했는데 남자친구가 판소리를 좋아해요. 예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서로의 작업에 도움이 많이 되죠. 결혼이오? 음, 어쩌면 내년쯤 할지도 모르겠어요(웃음).”

6년 전부터 홍대 부근 클럽 등에서 ‘아마도이자람밴드’ 공연을 해온 그는 내년 이 밴드의 첫번째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그가 만든 곡도 ‘슬픈 노래’ ‘비가 촉촉’ ‘벙어리 여가수’ 등 여러 곡.

그런 그의 꿈은 추상적이지만 울림은 깊다. 그는 “주변 모든 분들이 행복하면 좋겠다”며 “그것이야말로 모든 제 작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월14일부터 11월7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 1544-1555

■ 전문가들이 본 이자람

-“판소리·노래·연기 모두 빼어나”이지나(<서편제> 연출가)

다른 카드가 없을 정도로 ‘송화’ 역 캐스팅에서 이자람은 독보적이다. 소리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 만큼 판소리를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하고, 뮤지컬인 만큼 노래와 연기도 받쳐줘야 하는데 그걸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이자람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게다가 이자람은 인격적으로도 강인하다. 전방위 예술을 하는 그는 오래전부터 예술가들 사이에선 유명 인사였다. 국가적으로 보호해줘야 할 인재다.

-“동세대 소리꾼들과 함께 호흡”윤중강(국악평론가)

소리도 잘하지만 연기력도 뛰어나다. 이자람은 소리를 연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자람은 동세대 소리꾼들을 이어낸 공로도 있다. 판소리는 도제시스템이어서 수직적인 반면 수평적인 게 잘 안되는 분야다. 다른 쪽 제자나 스승을 만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자람은 친구는 물론 잘 모르던 소리꾼들까지 모아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를 만들었다. 동세대 소리꾼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장을 국악계 최초로 연 것이다.

-“배역 몰입도 탁월… 세상 보는 눈 성숙”현경채(국악평론가)

1인 다역의 <사천가>를 연기할 때 빙의된 것처럼 여러 배역에 대한 순간 몰입도가 뛰어났다. 재주가 많고 집중력이 탁월하다. 독서량도 많다. 세상을 보는 눈이 성숙하다. 국악계는 물론 연극계, 대중음악계 다방면에서 귀중한 인물이다. 그가 자신의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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