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22년간 35만 관객 ‘오구’ 6년 만에 서울 무대…강부자&오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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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8.02 1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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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 나이가 칠십이 됐어요. 저한테는 안올 것만 같은 나이였는데 어느새 그렇게 됐네요. 허허허. 그래서인지 쉰일곱 살에 제가 처음 시작한 <오구>가 더 각별하게 다가오네요. <오구>를 하면서 인생은 뭘까 또는 삶과 죽음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거든요. 올해 고희인 만큼 새로 시작하는 해로 알고 무대에 서렵니다. 허허허….”(강부자)

“1990년 배우로서 제 첫 데뷔작이 <오구>였어요. 연극을 보는 눈을 뜨게 한 작품이었죠. 그래서인지 이번 무대가 많이 떨리네요.”(오달수)

1989년 서울연극제에서 처음 소개된 후 22년간 장기상연되며 누적관객 35만명, 1200여회 공연, 평균 객석점유율 97%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연극 <오구>가 30일 6년 만에 서울공연에 나선다. 이윤택 연출의 <오구>는 죽음이 주는 슬픔, 고통, 공포를 춤과 노래 그리고 웃음으로 극복하려는 한국의 해학적 정서를 담은 작품. 강부자는 97년부터 저승길을 떠나는 ‘노모’ 역으로 합류했고, 영화계에서 ‘명품조연’으로 유명한 오달수(42)는 2000년 출연 이후 10년 만에 이 작품에 맏아들 역으로 다시 선다.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이 작품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의외인 점은 오달수의 실제 성격. 바보스러운 표정과 움직임 등 코믹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실제론 몹시 수줍음이 많다는 사실이다.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누나들 틈에서 자라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며 “영화나 무대에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주어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구> 연출가인 이윤택은 강부자에 대해 “소극장 실험극으로 출발한 이 작품을 대중극으로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오달수에 대해선 “오달수는 <오구>의 원형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 강부자가 출연한 이후 젊은층에 국한하던 관객층은 중·장년층과 가족관객으로 크게 확산됐다. 강부자는 이 작품에 한해선 항상 합장한 채 공연장에 입장한다. 단순한 연극행위가 아닌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전 아침마다 천수경을 틀어놓고 예불을 해요. 오늘도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이야기만 하고, 즐거운 일만 생기게 해달라고 기원하죠. 또 차로 이동할 땐 습관적으로 백팔염주를 돌리면서 주위 분들의 복을 빌어요. 어쨌든 <오구>에는 반야심경과 같은 불경이 나오니까 합장을 하는 거죠.”(강부자)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작품은 <오구>가 유일하다. 98년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 초청공연에도 <오구>로 함께했다. 강부자는 “공연 후 독일 관객들이 장미꽃을 일제히 무대로 던져주며 찬사를 보냈던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고, 오달수는 “매우 한국적인 작품임에도 독일 관객들의 이해도가 높아 커튼콜 때 뜨거운 갈채 속에 수차례나 무대에 다시 나와 인사했었다”고 추억했다. 두 사람에게 서로에게 느끼는 배우로서의 강점을 물었다.

“강 선배님은 너무도 섬세하신 분이에요. 감정 한 올 한 올을 정확하게 표현하시죠. 무대 뒤에서 차분하게 긴장감을 다스리고 계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에요.”(오달수)

“배우답지 않게 생겼잖아요. 그런데 배우는 너무 말쑥하게 잘생기면 진국이 안 나와요. 수수하게 생겨야 다양한 캐릭터가 분출되죠. 그게 바로 달수씨의 장점이에요.”(강부자)

강부자는 배우로 살아온 지난날에 대해선 티끌만큼의 후회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 연루된 소문에는 큰 상처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재벌그룹 회장에게 제가 후배들을 소개하고 소개비를 챙겼다던가 떼어먹었다던가 하는 있을 수 없는 루머가 돌았잖아요. 제가 만약 연예인이 아니었으면 이런 소문도 안났을 텐데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허허허. 전 주부클럽에서 주는 신사임당상을 연예인 최초로 받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만큼 남에게 부끄러울 일을 하지 않고 살았다고 자부해요. TV화면만 본 분들은 저를 강하고 억센 사람으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전 다친 발로 껑충거리며 걷는 비둘기만 봐도 눈물이 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제발 이제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그만 하시면 좋겠어요.”

두 사람에게 하고 싶은 연기를 물었더니, 한결같이 멜로극의 주인공이란다. 그러고 보니 두 배우 모두 그쪽과는 인연이 없었다. 여기에 대해선 강부자가 할 말이 많다.

“처녀 시절 출연한 <한양낭군>과 1963년 괴뢰군으로 국군장병과 사랑을 나누는 작품 외엔 멜로극 주인공으로 출연해본 적이 없어요. 연출자들이 날 발굴 안한 거지. 허허허. 전 지금도 삼각관계의 여주인공이 되고 싶어요. 사랑은 젊은 사람만 하란 법이 없잖아요?”(강부자)

“저도 멜로연기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제게 들어오는 역할은 주로 조폭이죠. 흐흐흐.”(오달수)

‘노모’와 ‘조폭’이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멜로극에서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림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9월5일까지 공연. (02)501-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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