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권력의 바탕이 인본주의라면세상 참 따뜻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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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6.17 16: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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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건 잘 모르겠고, 저보다는 작품 파워가 워낙 세니까 그런거죠.”

희극 <웃음의 대학>의 장기흥행 배경에는 배우 안석환이 있다. 내공이 쌓인 무대연기에다 <꽃보다 남자> <개인의 취향> 등 TV 드라마 속 감초 연기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안석환은 손사래를 치면서 모든 공을 작품성에 돌린다. 일본 최고의 극작가 미타니 코우키의 대표작인 <웃음의 대학>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버리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모든 것을 건 희극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그린 2인극이다. 이 작품에서 안석환은 결국 희극 작가의 웃음에 대한 신념에 감복하고 마는 검열관 역으로 출연 중이다.

“권력과 이에 대항하는 돈키호테 같은 사람의 이야기잖아요. 2인극 속에 많은 것을 담아낸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해요. 전 이 작품의 메시지는 휴머니티라고 생각해요. 어떤 권력이든 인본주의를 기본으로 하면 세상은 참 따뜻해질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권력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이들이 있어 화가 납니다.”

말끝에 안석환은 지난해 6월 자신이 경험한 어처구니 없던 일을 털어놓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지난해 5월27일 안석환은 봉하마을에 내려가 서럽게 울었다. 당시 <꽃보다 남자>에 금잔디아빠로 출연 중인 그를 알아본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그에 대한 목격담을 올렸고 일부 언론이 이를 확인보도했다. 그러고나서 얼마 후의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마약복용 혐의로 영장을 든 채 집에 들이닥쳤어요. 같이 가자고 하기에 버텼죠. 그랬더니 조사를 하겠다면서 머리카락 300개를 뽑더라고요. 그들은 또 제 휴대전화 통화내역, 통장 거래내역까지 샅샅이 조사했어요. 이후에도 한동안 통화내역, 통장 거래내역을 조사한 뒤 이상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주기적으로 보내더군요. 화가 나서 검사에게 전화를 해 따졌더니, ‘이상없다는 거 알려주면 좋은 거 아닙니까?’ 하더군요. 처음엔 기자회견이라도 할까 했지만 그래봐야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뒀어요.”

그는 노 전 대통령의 행적을 존경했다고 한다. 노통 서거후 보름을 술먹고 꺼이꺼이 울었을 정도. 그는 “한국에는 몇개의 신문사, 검찰, 재벌과 같은 절대권력이 있는데 노통은 절대권력에 맞서 작은 개혁을 일으키려다 한방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에 밉보인 연예인들이 불이익을 받는 터라 그가 걱정스러웠다.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드라마 못하면 연극 하면 되고, 연극도 안되면 거리공연이라도 하면 된다”며 “과장된 말이지만 독립투사의 마인드만 있으면 뭘 못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연우무대 출신인 그는 1987년 연극 <달라진 저승>으로 데뷔했다. 이후 <이 세상의 끝> <고도를 기다리며> <칠수와 만수> <남자충동> <리차드 3세> 등 약 100편 이상의 연극에 출연한 한국 연극계의 버팀목이다. 연극협회상, 동아연극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조만간 인간의 부조리를 그린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를 직접 연출해보고 싶은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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