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12년 같은 대사 매번 느낌 달라… 무대 서면 관객도 잊은 채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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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6.17 16: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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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 ‘레이디 맥베스’ 배우 서주희

배우 서주희에게 < 레이디 맥베스 > 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 1998년 초연 이래 수차례 공연에서 주인공인 맥베스 부인을 단 한번도 빠짐없이 맡았다. 또 주위에서 "빙의됐다"는 평가가 쏟아질 만큼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한태숙 연출의 < 레이디 맥베스 > 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 맥베스 > 를 비튼 작품이다. 원작과 달리 남편을 부추겨 왕위 찬탈을 꾀하다가 스스로 죄의식에 함몰돼 버린 맥베스 부인에 초점을 맞춘 심리극이다. 1999년 서울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을 휩쓸며 최고 객석점유율과 만원사례를 기록했고, 공연 때마다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각종 국제 페스티벌과 국제아트마켓에 초청되는 성과도 거뒀다. 다시 주연으로 나선 서주희는 "올해는 종전과 완전히 다른 연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년간 해온 작품인데도 똑같은 대사를 할 때마다 질감 자체가 완전히 다른 걸 느껴요. 종전 무대에선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발산하는 연기를 했다면 이번 무대에선 오히려 안으로 말아서 관객에게 던져주는 느낌의 연기가 될 거예요. 마치 화장을 싹 지운 듯한 기분이에요."

이번 무대엔 세트도 없앴다. 배우 연기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오래전 그는 이 작품을 연습하면서 지나치게 빠져든 나머지 극중 뱀의 형상을 진짜로 착시, 혼절까지 했다.

"연극무대에 설 때 제게는 극중 캐릭터인 제1의 자아,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제 모습은 물론 관객의 움직임까지 체크하는 제2의 자아가 있어요. 연기에 몰입하면서도 제2의 자아가 전체를 컨트롤하는 거죠.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제2의 자아까지 없앨 만큼 극한 상황에서 캐릭터에 집중하게 돼요. 제2의 자아가 완전히 손상돼 있는 상태죠. 또 무의식 속에서 제 몸 구석구석의 근육이 비틀어진 채 연기를 해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할 때마다 몸이 많이 아파요."

< 버자이너 모놀로그 >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 < 대학살의 신 > 등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그는 작품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하는 일도 거의 없다. 연극에 올인하는 외곬인 탓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아니면 나서지 않아 3년 또는 5년에 한번 무대에 선 경우도 있다. 그래서 경력에 비해 출연작이 많지 않다. 쉬는 기간은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데 썼다. 결혼도 마냥 미뤘다. 하지만 요즘은 갈등을 겪고 있다. 생활고 탓이다. 설령 밥벌이 때문에 다른 장르를 넘본다 해도 그가 천생 걸출한 연극배우라는 사실은 부동의 진실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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