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호롱불 아래 하룻밤’ 과거로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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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5.17 14: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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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일본의 전통·자연이 어우러진 아오모리

 

문명에서 조금은 비켜선 일본을 아오모리(靑森)에서 만난다. 아오모리는 일본을 구성하는 4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인 혼슈의 최북단에 있다. 아오모리현 서남 해안에 너도밤나무 원시림으로 유명한 시라카미산지(白神山地)가 있다. 1993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이곳은 빙하기 이후 동아시아 해안 삼림의 훼손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아오니 온천의 노천탕. ‘호롱불 료칸’으로도 유명하다.
아오모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시라카미산지 기슭에 있는 주니코역으로 향했다. 도시를 벗어난 기차는 일본의 시골풍경을 가로질러 달린다. 주니코에 가까워지면서 철도는 해안선과 나란히 놓여졌다. 속초~포항 간 7번 국도를 달리는 느낌이다. 일본쪽에서 보는 동해도 여기저기 절경이 많다. 기차는 바다를 잘 볼 수 있도록 통유리로 돼 있다. ‘열두개의 호수’라는 뜻의 주니코(十二湖)는 신비의 호수라고도 불린다. 산 정상에서 보면 호수가 열두개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갈래길을 따라 걷다보면 여러 호수와 만나게 된다. 이름도 재밌다. 위에서 보면 닭머리같이 생겼다 해서 닭머리모양 연못, 물의 빛깔이 유난히 파랗다고 해서 푸른연못, 나무밑동에서 물이 솟아나와 호수가 만들어졌다 해서 용솟음치는 연못.

 

물의 온도와 빛을 반사하는 각도에 따라 호수마다 빛깔이 조금씩 다르다. 맞은편 산이 표면에 반사돼 연두색을 띠는 호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코발트색 호수, 물이 맑아 물속에 잠긴 너도밤나무 줄기가 훤히 보이는 호수도 있다. 그냥 떠먹어도 될 만큼 맑은 와키츠보노이케의 물은 지역 명수 100선에 뽑히기도 했다. 지역토박이로 69세의 숲해설가 할아버지는 산행 중 고추냉이 맛이 나는 산나물이라며 뜯어서 맛을 보라 한다. 꽃과 줄기에서도 고추냉이 향이 나지만, 뿌리에서 가장 진한 향이 났다. 공원 입구의 아오네 시라카미주니코에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통나무집이다. 숲에서 별을 바라보며 지낼 수 있는 곳이다. 서쪽으로 10분 만 걸어가면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으로 가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한국의 동해안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아오모리 해안을 따라 열차가 달리고 있다. 아오모리현 중부 내륙에 있는 아오니 온천(靑荷 溫泉)은 전통방식 여관인 ‘료칸’으로 유명한 곳이다. 30분쯤 차로 산등성이를 올라가더니 갑자기 300m 정도 급강하한다. 이 옴폭한 골짜기에 아오니 온천이 있다. 이 여관은 객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해질 무렵이면 이 방 저 방 호롱불이 달린다. 좋은 곳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이른바 ‘비밀온천’의 하나로 ‘호롱불여관’으로도 불린다.TV나 인터넷도 없고,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다. 불편해 보이지만, 번잡한 현대문명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이 여관을 찾는다. 있는 것이라곤 오직 자연과 온천뿐이다. 호롱불이 켜지면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바람소리만이 들린다.

 

큰 소리로 얘기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진다. 계단을 오르거나 복도를 걸을 때마다 바닥이 삐그덕거린다. 다다미방에서 창문을 열면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방으로 들어온다. 난방시설은 등유난로가 전부다. 목조건물로 지어진 아오니 온천은 1929년 개장했다. 4개의 온천이 특색있다. 천장이 높은 별관 온천에 들어가면, 사라져 가는 정미소에 온 것처럼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다. 본관에 자그마한 히노키탕이 있고, 개울물이 그대로 온천인 혼욕 노천탕이 있다. 사계절 얼지 않는 폭포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이 하나 더 있다.

 

호롱불 아래서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시간은 더이상 조급하게 흐르지 않는다. 문명의 편리함 대신 대자연의 포근함이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식사는 본관 식당에서 투숙객 모두가 한자리에 앉아 한다. 역시 호롱불 아래서다. 계곡에서 잡은 민물 생선이 나온다. 아오니 온천은 다시 찾는 사람이 많다. 옆자리에 앉은 일본사람에게 왜 이곳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부족하게 생활하는 이곳이 현대인에게 오히려 매력인 것 같다는 대답이다.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곳. 아오모리의 한자표기는 靑森(청삼), 뜻 그대로 푸른 숲이다.

 

-길잡이-
*북도호쿠3현, 홋카이도 서울사무소(www.beautifuljapan.or.kr)에서 관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교통편, 관광명소, 지역축제 등에 관한 소식을 알 수 있다. (02)771-6191~2

*아오모리 블로그(http://aomori.or.kr)의 여행체험담이 유익하다.

*아오모리현과 아키타현을 연결하는 철도 ‘고노선’을 이용할 때는 일종의 관광열차인 ‘리조트 시라카미’를 이용하면 된다. 아오모리역에서 주니코역까지는 약 3시간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오니 온천까지 가려면 좀 복잡하다. 아오모리 시내에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 구로이시까지 와야 한다. 여기서 다시 버스, 택시 또는 셔틀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구로이시 택시를 미리 예약하면 아오모리 공항에서 아오니 온천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일본 제일의 벚꽃 명승지인 히로사키성이 아오모리시에서 차로 50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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