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과학의 꿈’에 보낸 무한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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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4.30 10:30:48
  • 조회: 12169

 

▲ 불가능은 없다… 미치오 카쿠 | 김영사

 

프랑스의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는 1825년 “과학자들은 별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결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버트 마이클슨은 1894년 “현대 물리학의 중요한 사실과 법칙들은 이미 다 발견되어 확고한 진리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21세기의 우리는 이 두 명의 권위자가 틀렸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당대에 이들의 말은 진리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발견되지 않은 물리학 법칙, 실현되지 않은 과학 기술을 빼어난 직관과 상상력으로 예견한 이들은 오히려 판타지와 SF 작가들이었다. 이론물리학자이자 대중적 과학저술가인 미치오 카쿠(사진)는 <불가능은 없다>에서 판타지와 SF 속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현대 물리학의 성과에 빗대 설명한다. 인용된 작품들은 <스타 트렉> 시리즈, 아이작 아지모프의 소설, 영화 <스타 워즈> 등이다.

 

저자는 미래 기술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제1부류는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 제2부류는 ‘물리법칙의 위배 여부가 아직 분명치 않은 것’, 제3부류는 ‘현재의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3부류조차 현재의 물리학 지식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새로운 이론이 나타난다면 언젠가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투명체·공간이동·외계인과 UFO 등이 제1부류, 시간여행·평행우주 등이 제2부류, 영구기관·예지력이 제3부류다.

 

과학이라기보다는 마술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여겨지는 텔레파시와 염력이 제1부류에 포함된 점이 흥미롭다. 하긴 SF작가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대체로 마술과 비슷하다”고 했다. 텔레파시(정신감응)는 PET(양전자방사 단층촬영기)나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양자역학적 장비를 이용해 설명할 수 있다. 생각을 하면 두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고, 이를 감지하는 장치로 사고 과정을 추적한다는 원리다. 방 안이 가득찰 정도로 큰 MRI를 휴대용 디지털 카메라처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도 이미 나온 상태다.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는 인간 게놈프로젝트처럼 신경망지도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면, 두뇌의 사고 과정을 외부로 드러낼 수 있다.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염력은 어떤가. 브라운대학의 존 도너휴는 폭 4㎜의 실리콘 칩을 대뇌피질에 삽입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브라이언게이트’를 고안했다. 척수 손상 환자와 뇌졸중 환자 등이 이 기술을 이용해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거나 의수의 손을 쥐고 펴는 데 성공했다.  미치오 카쿠는 “과학으로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텔레비전 시리즈의 슈퍼히어로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영웅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과학자라는 것이다. 로버트 고다드가 완성한 현대로켓역학은 영미권에서 실현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조롱받았으나, 아돌프 히틀러의 주목을 받았다. 결과는 런던에 떨어진 나치의 V2로켓이다.

 

물론 이 책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기술결정주의에 대한 성찰은 결여돼 있다. ‘할 수 있다’가 ‘해도 된다’를 뜻하는 건 아니다. 아울러 역자가 줄곧 ‘공상과학’이라고 번역한 ‘SF’(Science Fiction)에 대해 애호가들은 원뜻 그대로 ‘과학소설’이라고 부르거나 혹은 ‘SF’라고 쓰기를 좋아한다. ‘SF’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상상’이란 뜻의 ‘공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 ‘불가능은 없다’는 제목과 ‘공상과학’이란 역어의 불일치는 아이러니다. 박병철 옮김.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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