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풀·버섯·똥… 곤충마을 ‘진수성찬’ 차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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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4.26 11:44:01
  • 조회: 794

 

ㆍ먹이 종류별로 국내 45종 관찰
ㆍ생사·짝짓기 등 삶의 세계 조명… ‘한국판 파브르 곤충기’ 평가도

 

▲ 곤충의 밥상… 정부희 | 상상의숲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들판에 풀이 돋고 나무마다 잎이 올라온다. 식물만이 아니다. 날이 풀리면서 지구상에 알려진 것만 100만종에 이르는 곤충들도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했다. 이 책은 곤충이 먹잇감으로 삼는 대상을 풀, 나무, 버섯, 똥과 시체, 곤충으로 나누고 이것들을 먹고 사는 45가지 곤충들을 직접 관찰한 결과를 담았다. 지은이의 은사로 최근 <파브르 곤충기>를 완역한 김진일 성신여대 명예교수, 지은이와 연구실을 함께 쓰는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이 책을 보고 ‘한국판 파브르’의 탄생을 예견했다.

 

유학은 인간의 여러가지 감정을 칠정(七情)으로 요약한다. 정감어린 관찰기를 읽다보니 곤충도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과 비슷한 것들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된다. 솔직히 생물학자가 될 게 아닌 바에야 곤충의 이름과 생태를 아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러나 하찮아 보이는 곤충이 그 잘난 인간 못지 않게 정교한 삶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인간은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파브르 곤충기>가 그러하듯 말이다.


대를 잇기 위해 배우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성장하기 위해 억척스럽게 먹고, 거친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생존전략을 세우는 곤충의 한살이는 드라마틱하다. 풀 한 포기에서 일어나는 곤충의 인생 역정은 사람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사진 위부터 애호랑나비, 짝짓기를 하고 있는 왕파리매, 풀을 뜯어먹는 박각시류 애벌레.

 

喜(기쁠 희)=사는 것이 곧 먹는 것이다. 그래서 배불리 먹고 마시는 것에서 오는 기쁨은 크다. 이 책의 절반은 곤충의 먹이활동에 관한 것이다. 곤충들은 풍부한 먹잇감을 안전한 상태에서 먹기 위해 저마다 기묘한 방식들을 개발했다. 국화과 식물만 먹고 사는 국화하늘소는 개망초 줄기에 구멍을 뚫어 알을 낳는다. 엄마의 수고로움 덕분에 국화하늘소 애벌레는 개망초 줄기 안에서 연한 속을 파먹고 똥을 싸며 무럭무럭 자란다.

 

怒(성낼 로)=곤충의 애벌레들은 움직임이 한없이 굼뜨지만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가 다가오면 짐짓 성난 몸짓을 해보임으로써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버드나무 잎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끝루리등에잎벌레 애벌레는 위협을 느끼면 일제히 배 끝을 치켜들어 물구나무를 선다. ‘나 지금 화났어’라고 허세를 부림으로써 천적이 겁을 먹게 만들려는 수작이다.

 

哀(슬플 애)=애벌레 상태로 1~2년을 살다가 어른이 되어선 단 며칠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 강가나 하천에 어둠이 내리면 어른 하루살이가 떼지어 날아올라 ‘죽음의 댄스파티’를 연다. 날면서 짝짓기를 마친 수컷은 그 자리에서 죽어 떨어진다. 암컷도 알을 낳고는 이내 죽는다. 어찌보면 어른 하루살이는 슬픔을 느낄 새가 없을 정도로 삶이 짧다. 대부분의 곤충은 짝짓기가 곧 죽음과 동의어다.

 

懼(두려워할 구)=생명과 존재가 위협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식물도 마찬가지다. 박주가리라는 식물의 잎을 자르면 젖을 연상시키는 끈적끈적한 흰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매우 독성이 강한 방어물질이다. 유전자에 각인된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박주가리로 하여금 방어물질을 만들게 한 것이리라. 식물들은 저마다 방어물질을 만든다. 그러나 곤충들은 오랜 기간 독성물질에 익숙해지면서 내성을 길렀고 급기야 자기가 즐기는 식물의 방어물질을 맛좋은 음식이 풍기는 향기로 여긴다.

 

愛(사랑 애)=층층나무 수액을 즐기는 에사키뿔노린재는 등판에 사랑의 상징인 노란색 하트 모양이 새겨져 있다. 이 녀석은 짝짓기 시간이 길기로 유명하다. 곤충계의 변강쇠와 옹녀라나? 다른 수컷이 접근해 또다시 짝짓기를 하지 못하도록 수컷이 기를 쓰고 매달려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감동(?)은 좀 줄어들지만, 이 녀석은 새끼 사랑도 극진하다.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날 때까지 열흘이 넘도록 꼼짝않고 지킨다. 그러곤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惡(미워할 오)=곤충이 가장 미워할 대상은 아마도 인간이 제1순위 아니겠는가. 징그럽다며, 해충이라며, 조금 더 편리해지자며 그들을 죽이고 살 곳을 가차없이 없애버리니 말이다. 물론 식물의 자그마한 곤충의 잎사귀 위에서도 생물들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그러나 자연계는 그대로 놔두면 더함과 덜함을 재빨리 잡아주는 균형의 세계이다. 그 균형을 깨는 것은 대부분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미움은 곤충을 사랑하는 지은이가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欲(하고자 할 욕)=인간 욕망의 대미는 뭐니뭐니 해도 성욕이다. 대부분의 곤충은 죽음 직전에 짝짓기를 한다. 그것은 유전자가 지시하는 본능일 것이다. 본능이 깊이 각인돼 있을수록 그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한 욕망은 깊다. 최재천 교수는 추천사에서 “곳곳에 ‘미성년자 관람불가’ 언저리를 아슬아슬하게 맴돌며 곤충들의 짝짓기를 설명했다”고 평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지은이는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과 곤충의 행동에서 가장 유사한 점을 찾으라면 짝짓기 행동인 것 같다”며 꽃하늘소류 곤충 수컷의 발기현상까지 그려냈다. 곤충의 다양한 짝짓기 행동을 자세하게 연구하면 포유동물의 짝짓기 행동의 출발점을 알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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