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이번엔 제대로 듣는다, 명품테너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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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4.13 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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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호세 쿠라, 내달 4일 고양아람누리서 소프라노 김인혜와 호흡

 

테너 호세 쿠라
음색뿐 아니라 외모에서도 강렬하고 극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는 뜻이다. 6년 전에도 한 차례 내한했던 그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당시 테너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쿠라는 아쉽게도 ‘운동장 오페라’로 한국 관객과 첫 대면을 가졌었다. 2004년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던 오페라 ‘카르멘’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제대로 된 콘서트홀에서 그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다음달 4일 고양아람누리. 소프라노 김인혜가 함께 서는 무대다.

 

성악계의 ‘괴짜’로 통하는 그는 e메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 “내 목소리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getting darker). 그동안 뱃살도 많이 붙었고 머리카락도 거의 백발에 가깝다”며 자신이 6년간 겪었던 성악가로서의 변화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런 변화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6년 전 내한 당시, 오만해 보이기까지 했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이어지는 답변에서도 그의 ‘변화’가 은근히 느껴졌다.

 

“한국에서 리사이틀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그동안 제가 선보였던 레퍼토리들 가운데 가장 크게 사랑받았던 곡들을 노래할 겁니다. (이번 공연 지휘자인) 마리오 데 로제는 제 공연에서 자주 지휘하지요. 우리는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존중합니다. 전문가로서의 실력과 좋은 인간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공연할 수 있지요. 소프라노 김인혜는 이번에 처음으로 같이 무대에 서는 파트너입니다. 2년 전에 그의 노래를 녹음으로 처음 접했지요. 저도 이번 협연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쿠라는 원래 작곡과 지휘를 공부하다가 성악으로 방향을 틀었다. 성악 입문으로는 한참 늦은 나이인 서른살 무렵이었다. 그는 1991년 아르헨티나에서 유럽으로 건너갔고, 이듬해에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성악가로 공식 데뷔했다. “8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작곡과 지휘로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워 성악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 방향을 바꾼 이유였다. 이후의 과정은 알려져 있다시피 승승장구였다. 타고난 음악성에다 무대에 오르면 다른 성악가를 압도할 정도의 ‘풍모’도 쿠라의 명성에 한몫을 더했다.


■ 소프라노 김인혜
김인혜는 “서른살 넘어 성악을 시작해 최고의 경지까지 올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했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쿠라는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죠. 그렇게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 테너는 찾기 힘들어요. 왕년의 명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를 연상시키죠. 게다가 그의 노래에는 팝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같은, 인간적인 감미로움까지 있어요. 물론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 사람이 워낙 성격이 거침없는 독불장군인 데다가, 그날 컨디션에 따라 공연 수준의 진폭이 좀 있는 편이거든요.”

 

지금도 쿠라는 단지 노래만 부르는 성악가가 아니다. 자신의 음악적 출발점이었던 지휘를 여전히 선보이고 있다. 오페라 지휘뿐만 아니라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등을 지휘해 음반으로 내놓기도 했다. 사진도 찍는다. 개인 사진집을 두 권이나 발간했다. 말하자면 음악계의 ‘멀티맨’인 셈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나를 상품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싫다”며 2000년에 자신이 직접 음반과 공연을 매니지먼트하는 프로덕션을 창업하기도 했다. 김인혜는 이번 협연에 대해 “쿠라는 베리스모 계열의 오페라에서 특히 빼어나고, 나 역시 그렇다”면서 “둘 다 가볍고 밝은 쪽이 아니라, 어둡고 무거운 음질의 성악가”라고 말했다.

 

베리스모(Verismo)는 19세기 후반의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 유행했던 오페라다. 그것은 문학에도 불어닥쳤던 자연주의, 혹은 사실주의 사조와 흡사한 성격을 띤다. 신화적 소재와 낭만적 영웅의 이야기보다는 평범한 계급의 인물들이 등장해 현실의 고단함과 슬픔, 때로는 추악한 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강렬한 아리아를 피 토하듯 노래하다가 죽어버리는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번 공연 첫 곡이 바로 베리스모 계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팔리아치’에 등장하는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 그 밖에 베르디의 ‘오텔로’를 비롯해 푸치니의 ‘토스카’와 ‘마농레스코’, ‘투란도트’ 등에 등장하는 아리아들을 노래한다. 쿠라는 이날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가운데 서곡, 푸치니의 첫 번째 오페라인 ‘르 빌리’ 가운데 ‘La tregenda’ 등 일부 곡에서 직접 지휘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인혜는 “7월에 체코의 크룸로브 페스티벌과 프라하 페스티벌에서도 쿠라와 같은 레퍼토리로 공연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공연에서는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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