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베르베르의 ‘기상천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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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4.02 15: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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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남자는 사라지고 여자는 알에서 태어나고…
ㆍ예상치 못한, 그러나 있을 법한 인류의 17가지 미래와 과거

 

▲파라다이스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최근 장편소설 「신」(전 6권)에서 신화·역사·철학이 어우러진 방대한 서사를 선보였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오랜만에 단편집으로 찾아왔다. 2003년 「나무」에서 보여줬던 기발한 상상력으로 버무려진 톡톡 튀는 단편의 세계에 매료됐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단편집 「파라다이스」에서 그 이상을 기대해도 좋다.

베르베르의 주특기인 기상천외한 미래의 모습을 그린 단편들을 통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만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가 털어놓는 과거를 통해 ‘인간 베르베르’의 개인적 면모까지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가상 미래를 그린 ‘있을 법한 미래’, 과거 경험을 재구성한 ‘있을 법한 과거’ 등 모두 17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머리 속을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갔다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책의 처음을 여는 단편 ‘환경 파괴범은 교수형’은 기발한 상상력과 블랙유머로 인류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려낸다. 지구 오존층의 파괴가 가속화되면서 피부암 환자가 속출하고 쓰나미로 수천만명이 사망하기에 이르자 극단적인 ‘환경 독재’가 시작된다. 유엔은 ‘오염 방지법’을 선포하고 이를 위반하면 교수형에 처한다. 담배를 한 대 피우거나, 석유로 움직이는 잔디깎는 기계를 돌려도 사형. 목을 맨 시체들이 가득한 공원으로 사람들은 유유히 조깅을 즐긴다. 자동차와 담배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은 총을 들고 전쟁에 나서고, 경찰과 군대는 말과 철로 된 활과 방패로 시위대를 진압한다. 석유와 전기가 사라지자 초고층 엘리베이터는 운동선수들이 도르래를 돌려 운행하고 사람들은 페달을 밟아 초경량 자동차를 운행한다. 초고속 운송 수단으로는 사람을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투석기가 고안된다.

 

세상에 남자가 사라지고 여자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 ‘내일 여자들은’은 진화학적 상상력에 기대어 남성들이 지배하는 세계의 폭력성을 풍자한다. 핵전쟁이 터져도 방사능 오염을 이겨낼 수 있는 생명체 돌연변이를 연구하던 연구원 마들렌은 외딴 섬에 암컷만 남게 되자 스스로 진화해 단성생식으로 자가복제를 하는 도마뱀의 사례를 통해 인류를 구원할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극비리에 연구를 진행하는 마들렌을 해외 테러 세력들이 위협하는 가운데 그녀는 난생(亂生) 인류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브’라는 이름이 붙은 알들에서 태어나는 사람은 모두 여성으로 먼 미래 지구에는 여성들만 존재하게 된다.

 

‘안개 속의 살인’은 베르베르가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하던 시절, 지방 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다뤘다. 그는 한 어머니가 아들을 살해한 사건을 접하게 되고, 어머니로부터 생계 때문에 아들을 죽였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 하지만 편집장은 “가난한 어머니들이 아들을 살해하는 모방범죄를 만들 수 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단순 사고사로 축소 보도하도록 한다.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게. 그저 세상에 잘 편입되려고 노력하면 돼”라는 충고를 남긴 채. 한 달 간의 연수과정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간 일년 뒤,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아 살해사건인 ‘그레고리 사건’이 터진다. 베르베르는 담담한 어투로 부패하고 도덕불감증에 걸린 권력층의 이야기를 회고한다.

 

‘대지의 이빨’은 베르베르의 대표작 「개미」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그 시초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으로, 한 번 휩쓸고 지나가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우는 마냥개미떼를 조사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났던 베르베르의 모험을 기록하고 있다. 마냥개미의 무시무시한 모습보다는, 11번째 부인을 얻기 위해 백인들의 시종을 자처하고 이웃 마을 부족을 사냥해 먹고 ‘백인 고기는 맛이 없다’고 말하는 식인종의 이야기를 통한 문화의 다양성과 상대성에 대한 성찰이 더 눈길을 끈다. 임희근 옮김. 각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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