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이순신 장군 숨결 어린 통영… 한산섬 숨은 비경 ‘망산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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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3.25 15: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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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에서 뱃길로 20여분 거리의 한산도는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승전지’로 각인되었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의 사적지 제승당(制勝堂)이 이곳에 있다. ‘승리를 만든다’는 뜻. 1593년부터 1597년까지 삼도수군 본영으로 삼았던 곳이다.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던, 국사 교과서나 사극에나 존재하는 섬이었다. 그러고보니 한산도란 담배도 있었다.

 

한산도란 섬 자체는 어떨까. 한산도로 간 이유다. 통영 서호 여객터미널로 가 배 타고 한산도 두억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통영 앞바다와 맞닿아 있는 제승당 앞쪽 해안선은 말발굽 같기도 하고 찌그러진 하트 모양이다. ‘승리를 만든다’는 뜻이 담긴 제승당 곳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안내판에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공의 위업을 기리고 살신구국의 높으신 뜻을 후손만대에 전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1976년 오늘의 모습으로 정화되었다”고 적혀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자신이 존경하던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를 성역화한 건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다.


■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적에…’. 충무공의 시에 등장하는 한산도의 수루.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달 밝은 밤에~”로 시작되는 그 유명한 시를 지었다는 수루에 올라 바다를 보며, 생즉사와 사즉생의 문제를 고뇌하고 시름했던 장수의 절대고독을 가늠해보는 건 대개의 한산도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다. 그러나 더할 나위 없이 맑고 투명한 기운이 넘치는 섬의 풍광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건 선택코스다. 제승당 가는 길 왼쪽 편에 조성된 해송 숲과 바다를 따라 가는 발길과 눈길이 즐겁다. 한산도와 연결된 추봉도에는 한국전쟁 때의 상흔도 남아 있다. 포로수용소 하면 거제를 떠올리지만, 거제와 멀지 않은 추봉도도 한때 포로를 수용했다.

 

“1만여명의 악질적인 공산포로를 격리수용하였는데 이 지점은 유엔군의 지휘사령부가 위치했던 곳”이라고 써 있다. 국기게양대, 창고, 헬기장, 돌담 등 포로수용소 잔해가 남아 있다. 당시 주민들은 정든 땅에서 쫓겨나야 했다. 조선사와 한국현대사의 전쟁을 두고 상념에 빠져 있다가도 고개를 들면 곳곳이 풍경이고 그림이다. 포로수용소 담벼락 너머로 장사도, 소덕도, 대덕도, 가왕도, 죽도의 풍경이 일어난다. 추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몽돌 해변이다. 모오리돌이라고도 하는 몽돌은 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을 뜻한다. 파도와 바람이 세월로 깎아 만든 돌로 ‘봉암소석’이라고도 불린다. “몽돌을 가져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을 정도로 예쁘다. 돌 하나하나가 섬 모양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닮은 듯하다.


한산도 망산은 한려수도 최고의 전망대다. 크고 작은 섬과 포구, 양식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통영에 오면 한산도를 지나치기 쉽고, 한산도까지 와도 제승당과 추봉도의 포로수용소만 둘러보기 일쑤다. 통영 시민과 한산도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은 망산이다. 섬에 있는 산의 특징이라면 일몰과 일출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 동행한 사진 기자는 일몰의 빛으로 담은 풍경에 만족하지 않았다. 새벽에 다시 길을 올라 동쪽 거제도 방향의 일출을 봤다. 새벽녘과 황혼녘의 섬과 바다는 미묘하게 다른 색감의 기운을 뿜어낸다.

망산 꼭대기에서 바라다보이는 한려수도의 섬들은 바다에 닻 내리고 휴식을 취하는 배들처럼 바다와 조화를 이룬다.

 

 멀리 보이는 섬들은 마치 구름 위에 슬며시 떠 있는 듯하다. 남쪽으로 용초도-죽도-추봉도-좌도-비산도가 한산도를 에워싼 형국이다. 한산도에 머문 이틀간 바다는 잠잠했고, 잔잔했다. 그래서 바다는 호수 같았다. 해발 293.5m. 산은 가파르지 않다. 정상 쪽을 빼고는 산책로같이 평탄한 편이다. 굴참나무, 개서어나무, 예덕나무, 노간주나무, 때죽나무, 예덕나무, 감나무 같은 다양한 나무가 길 양쪽에 심어졌다. 섬을 한바퀴 돌다 차로 지나치긴 너무 아까운 풍경의 마을을 찾았다. 한산면 두억리 문어포. 먹는 문어 때문일까. 한산대첩 때 패퇴하던 왜군이 문어포에서 신선 같은 노인에게 넓은 바다로 나가는 길을 물었는데, 좁은 물길이 있는 곳을 알려줘 곤경에 빠뜨린 일화가 전해진다. 그래서 ‘문어포(問語浦)’다. 그런데 이전 이곳에 문어가 많이 잡혔다는 말도 전해 내려온다.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라고 부르는데, 통영의 나폴리가 문어포일 듯 싶다. 흰색과 파란색으로 예쁘게 칠한 집들이 바닷가 산 자락에 층층이 들어서 있다. 문어포 버스정류소 부근에서 바라본 섬마을과 바다도 일품이다. 마을 초입의 대숲과 소나무숲으로 난 도로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대숲 너머 언뜻 언뜻 드러나는 공간 사이로 섬안으로 파고든 바다 물길이 아련하다. 이인숙씨(50)는 한산면소재지에서 식당을 한다. 뽈락구이, 돔구이 백반을 6000원에 판다. 한산도 자랑이 한창이다. “다른 외지 사람들은 이순신은 알아도, 관광지로는 잘 여기지 않는 것 같다”며 “참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삶의 조건마저 아름답지는 않다. 섬 주민들은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밥 벌이 때문에 섬을 떠나고 있다고 한다. 대신 외지인들이 펜션 같은 걸 지으며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아름다운 강산 곳곳의 아이러니다.


■ ‘미륵도’ 한려수도 풍광 한눈에

통영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미륵도다. 통영대교와 충무교 2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다.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의 풍광 특히 일몰·일출이 볼거리다. 통영대교에서 시작해 산양관광도로를 거쳐 수륙-일운해안도로로 이어져 미륵관광특구로 빠지는 해안도로는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미륵도관광특구’ 해안에는 충무마리나콘도, 충무관광호텔 등 고급 숙소가 많다. 전혁림 미술관, 박경리 공원, 산양공공도서관 등 통영의 예술문화벨트가 이어지는 곳이다. 미륵도 중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이 미륵도 남단의 클럽 E.S통영리조트 자리다. 통영수산과학관 바로 윗자리로 제도, 송도, 학림도, 오곡도 등 섬 너머 일몰이 볼 만하다.

 

고급숙박시설로 4인 가족 기준으로 1박에 수십만원하지만, 숙박을 하지 않는 시민들에게도 일반 공원처럼 개방된 장소다. 수십m 높이의 해송밭과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산책하기 좋다. 한옥 지붕을 차용해 만든 건물들도 볼 만하다. 건물이 주변을 압도하지 않고, 경관과 잘 어울린다. 달아공원은 유명한 일몰 조망 장소. 3·4·5월 일몰 조망 시간은 오후 5시30분에서 7시까지. 지금 가면 매화가 활짝 피어 있다. 동백은 월말이면 만개한다고 한다. 대장재도·소장재도, 저도·송도·학림도·연대도·추도 섬들을 안내하는 대형 사진 지도가 있다. 눈에 보이는 섬과 지도를 맞춰보는 재미도 좋다. 꼭 높은 곳에서 조망할 필요는 없다. 미륵도관광특구에서 통영대교를 거쳐 해안 길을 따라 걸으며 천천히 보는 한려수도도 괜찮다. 통영은 시설물들이 보행자를 압도하는 곳은 아니다. 걸어서 2시간 안팎이면 풍광도 보고 사람살이도 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다.


■ 여행 길잡이

*한산도에는 자전거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제승도 들어가는 초입 한려해상국립공원동부사무소에서는 3월부터 11월까지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왕복 약 20㎞, 총 4시간이 소요. 대신 인터넷을 통해 미리 신청해야 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동부사무소. (055)649-9202.

 

*한산도와 추봉도를 잇는 추봉교는 낚시하기에도 좋다. 이곳에서 밤에 만난 낚시꾼들은 “가끔씩 돔이 잡히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산도에서 망산 올라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제승당 부근과 한산도면사무소 부근에서 올라가는 길이 좋다. 대략 6~7㎞. 정상까지는 2시간 안팎.

 

*통영시는 충무시와 통영군이 합쳐진 곳이다. 통영 곳곳에서 충무김밥을 판다. 대도시의 ‘김밥천국’ 체인처럼 많다. 1인분 가격은 4000원. 오징어가 굵직굵직하고 양도 많다. 맛은 평준화됐다. 어느 가게에 들러도 비슷하다. 요즘 가면 통영의 봄철 별미 도다리 쑥국도 먹어야 한다. 서호여객터미널 부근 서호시장도 해산물로 넘쳐난다. 멸치 같은 건어물이 유명하다. 각양각색의 해산물을 둘러보는 재미도 좋다.

 

*통영은 시티투어버스도 운행한다. 오전·오후 코스, 종일 코스로 나뉜다. 각각 성인 기준 1만원, 1만8000원. (055)645-8588/www.tytour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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