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천의 얼굴 ‘멀티맨’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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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3.23 10: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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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시집살이 경험담을 트로트 리듬에 실어 걸쭉하게 뽑아내는 요금징수 아줌마, 껌을 짝짝 소리나게 ○○○으며 등장한 길다방 미스리, 만취한 채 냄비 빌리러 다니는 MT 온 여대생, 불륜녀, 기자, 119구조대…. 뮤지컬 <락시터>에서 한 여배우가 소화해내는 역은 9가지다. 이 작품에는 10가지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도 있다. 이들이 다역배우, 일명 멀티맨이다. 짧은 시간 안에 180도 다른 인물로 능청스럽게 돌변하는 그들의 코믹 연기에 관객들은 배꼽을 잡는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소극장 뮤지컬과 연극에 멀티맨 출연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 공연 중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영웅을 기다리며> <아이러브유>와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리얼러브> <염쟁이 유씨>에도 1인 다역의 멀티맨이 출연한다. 이 중 <아이러브유>와 <염쟁이 유씨> 는 주인공이 멀티맨이 된다. 멀티맨은 재미와 경비절감이란 이유에서 탄생했다. <락시터>의 위성신 연출은 “소극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은 뻔한데 관객은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에 1인 다역의 멀티맨이 나타났다”며 “한 배우가 여러 역할을 맡으면 경비절감의 효과가 있어 제작자나 연출가들이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공연가에 멀티맨과 퀵체인지 개념을 처음 도입한 작품은 2004년 11월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을 라이선스로 소개한 <아이러브유>다. 이 공연에선 4명의 출연배우가 각각 20역 정도를 맡는다.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는 조연’의 개념으로 멀티맨이 자리매김한 작품은 2006년 첫선을 보인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다. 1인 22역의 멀티맨이 등장해 ‘멀티맨 찾기’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이후 상당수 작품에서 멀티맨은 주인공의 사건에 끼어들거나 보조하면서 장면전환 효과와 함께 드라마 전개를 돕는다.

 

그렇다면 멀티맨의 자질은 무엇일까. <영웅을 기다리며>의 황두수 연출은 “유머가 있고 카리스마도 느껴지는 등 다양한 얼굴을 지닌 배우가 무대에서도 여러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은 코미디를 잘 소화하느냐이고,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무대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체력도 좋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멀티맨이 등장하는 작품의 대다수는 코미디다. 멀티맨은 5분마다 한 번씩 분장실로 들어온다. 3초 만에 가발과 의상, 소품을 바꿔 착용하고 마이크를 다시 달아야 하는 탓에 배우가 분장실에 들어오자마자 의상과 소품,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 등 평균 3~4명의 스태프가 달려든다.

 

관객들은 한 배우가 시시각각 180도 다른 인물로 변장한 채 많은 대사와 다채로운 표정연기로 좌중을 압도할 때마다 폭소를 터뜨린다. 그러다 보니 멀티맨은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주목도가 높다. 주연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려 멀티맨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관객도 적잖다. 배우 입장에서 보면 멀티맨은 연기폭을 확장시키는 기회다. <김종욱 찾기>의 멀티맨 김종구씨는 “짧은 시간에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탓에 공연이 끝나면 기운이 쪽 빠질 만큼 힘들지만 각각의 인물 특징을 잘 표현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축을 이루는 제작진, 배우, 관객의 요구와 필요가 맞아떨어져 탄생한 멀티맨은 당분간 소극장 흥행코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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