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식량도 “시장에 맡겨” 구조조정 당한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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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3.19 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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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농업 위기는 삶의 위기’ 과학적 논증
ㆍ멕시코·필리핀 등 식량난 일으킨 세계화·신자유주의 본질 파헤쳐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

월든 벨로 | 더 숲

야채, 고기 등을 싸먹을 수 있는 토티야는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 멕시코의 전통 음식이다. 멕시코는 세계 최초로 옥수수를 재배한 나라였는데, 1990년대 중반부터는 미국에서 수입한 옥수수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2007년엔 토티야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국민의 시위가 이어졌다. 필리핀 사람들의 주식은 쌀이다. 필리핀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쌀을 자급했다. 그러나 지금은 매년 100만~200만t의 쌀을 수입하는 처지이며, 가난한 지역에 쌀이 안전하게 배급되도록 군대까지 파견하는 실정이다. 긴급 수입한 쌀 한 봉지를 들고 있는 필리핀의 소년(왼쪽)과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는 멕시코 농민. 종잡을 수 없는 자본의 논리는 소박한 농민의 삶을 파괴했다.

왜 그렇게 됐을까. 필리핀 국립대학 교수이자 저명한 반세계화 운동가인 월든 벨로는 ‘식량전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계화와 자유주의의 본질’을 파헤친다. 멀쩡했던 나라가 사람들의 주식조차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게 된 배경에는 ‘녹색 혁명’이나 ‘농업 연료’에 대한 잘못된 믿음,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WTO)의 오판, 거대 곡물회사의 농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추동하는 신자유주의가 있었다.

 

세계은행·IMF·WTO의 삼각편대는 자유무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구조조정을 각 나라에 강요했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생산성과 이윤이 적은 것으로 보이던 전통적 농업이었다. 케냐, 터키, 볼리비아, 필리핀, 멕시코 등은 초기에 구조조정의 시험대에 오른 국가였다. 정부는 농업에 대한 지원을 줄였고, 전통적 자영농들은 몰락했고, 해외의 값싼 농산물이 시장을 잠식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바랐던 경쟁력 있고 빈곤 없는 세상이 왔을까. 2007~2008년 식량 위기 때문에 폭력 사태가 일어난 나라만도 30개국이 넘었다. 이는 해당 국가의 정치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중국의 사례가 흥미롭다. 마오쩌둥 등 중국 공산당의 초기 지도자들은 마르크스, 레닌과 달리 농민을 혁명의 중추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밀접했던 공산당과 농민의 관계는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자본주의 국제경제 체제에 편입하면서 급격히 악화됐다. 도시 위주 개발, 수출 위주 정책은 농민의 어깨를 짓눌렀다. 농민을 대상으로 한 당원들의 축재는 당과 농민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훼손했다.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듯한 중국이지만, 농민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라는 것이 벨로의 판단이다.

이른바 ‘농업연료’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옥수수나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에탄올 연료는 그 친환경적인 어감과 산업적 가능성 때문에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농업연료가 많은 이윤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마저도 농업연료 정책을 2007년 1월 그의 마지막 연두교서에서 핵심 의제로 삼았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에탄올 정책 때문에 농지는 연료용 작물 재배지로 둔갑했다. 결과는 다시 식량가격 폭등. 사람 먹을 것을 차에 넣은 격이다. “자본가들은 식량이냐 사료냐 연료냐를 따지지 않는다. 그것은 수익성에 따라 언제든 바꿔치기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의 하나에 불과하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시대에 뒤처진 농민들의 투정, 전원생활에 대한 대책 없는 낭만도 아니다. 농업의 위기는 삶의 위기라는 점을 이 책은 과학적으로 논증한다. 원제 . 김기근 옮김. 1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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