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러블리 본즈… 상처 치유과정 아름답지만, 울림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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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2.25 11: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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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받아들이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단계가 필요하다고 심리학은 말한다. 상처로부터 도망가고, 부정하거나 혹은 상처를 환상의 영역 속에 넣어 본래의 것보다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하는 것도 치유의 과정 중 하나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 깊숙한 곳에 있는 두려운 진실과 대면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렴한 요금의 국제전화가 없을까?
피터 잭슨 감독의 신작 <러블리 본즈>는 상실과 치유의 영화다. 영화는 14살 소녀의 살해 사건을 다루지만,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살해당한 소녀와 그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내는 데 주력한다. “14살, 나는 살해당했다.” 영화는 14살에 끔찍하게 살해당한 소녀 수지 새먼(시얼샤 로넌)을 화자로 내세운다. 평소 짝사랑하던 남자로부터 첫 데이트 신청을 받고 부푼 가슴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날, 수지는 이웃집 남자 하비(스탠리 투치)의 꼬임에 빠져 그가 만든 지하 벙커에서 살해당한다.

 

그 이후 수지는 천국과 지상의 경계를 떠돌며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가족들이 자신을 죽인 범인을 알아채도록 돕는다. 수지가 머무는 사후 세계는 피터 잭슨 감독 특유의 판타지적 영상미가 돋보이는 곳이다. 수지의 감정 상태에 따라 때로 어둡고 암울한 곳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색색의 꽃과 나무가 피어나는 환상적인 곳이다. 끔찍하게 살해당한 수지의 기억과 상처보다는 10대 소녀가 상상할 법한 판타지로 가득찬 세계다.

 

가족들이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 또한 낭만적이다. 아버지 잭(마크 월버그)은 서재에 틀어박히고 어머니 에비게일(레이철 와이즈)은 집을 떠난다. 그 공백을 골초에 술주정뱅이지만 낙천주의자인 할머니(수전 서랜든)가 메운다. 잭과 수지의 여동생이 이웃집 남자가 범인임을 알아채는 과정도 직감과 우연에 기댄다. 치유를 위해서는 끔찍하거나 두려워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상처의 본질과 대면하는 과정이 필수적일 것이나, 영화는 환상적인 이미지로 이 과정을 손쉽게 건너뛰거나 낭만화하고 신비화한다. 그래서 영화는 ‘아름다워’졌지만, 관객은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감독의 5년 만의 신작, 스티븐 스필버그의 제작, 전 세계적으로 1400만부가 팔려나간 원작 소설이라는 탄탄한 기반에 레이철 와이즈, 시얼샤 로넌, 수전 서랜든, 스탠리 투치 등 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에도 불구하고 <러블리 본즈>가 미국 현지에서 평단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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