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이만하면 됐지, 더 나아질 거야” 낙관주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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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2.22 13: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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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즐거운 인생의 비결 쓰기로 결심
ㆍ노벨상 수상자·미국 전 대통령 등 세계 낙관주의자들 찾아다니며
ㆍ낙관적 삶이 주는 기쁨 기록

 

내가 아는 최고의 낙관주의자는 우리 엄마다. 딸이 깜빡 실수로 경미한 교통사고를 낸 뒤 짜증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면, 찰진 대구 사투리로 “하이고, 이만하이 됐지. 몸 다쳤으면 어쩔 뻔했노”라고 응수한다. 홍콩 여행에서 50달러짜리 지폐를 5달러짜리인 줄 알고 물건값을 잘못 지불한 칠칠맞지 못한 딸에게는 “500달러짜리 안 낸 게 다행이구마”라고 다독인다. 나는 묻는다. “엄만 어쩜 그렇게 긍정적인데?” 늘 같은 엄마의 대답. “이미 일어난 일 우야겠노. 더 안 좋은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 이 정도에 그친 게 얼마나 감사하노….”

인터넷에서 내 주민번호가 도용 당해?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한숨 돌리고 생각해보면 백번 맞는 말. 하지만 평소에도 엄마처럼 생각하며 살기란 쉽지 않다. 하루하루 전쟁 치르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낙관주의란 ‘비현실주의’나 ‘현실도피주의’쯤의 개념이 돼버렸다. 더 나쁜 경우를 상상하며 현재에 감사할 줄 아는 낙관론을 갖고 살기에 우리는 너무 바쁘고, 너무나 정신없다. 영국의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로렌스 쇼터는 세상 사람들이 낙관적 시각은 잃어버린 채 비관주의자로 살아가는 현실에 큰 문제의식을 느낀다. 기후온난화, 테러, 기아, 에너지 위기 등 비관적인 뉴스는 사람들에게 ‘더욱 걱정할 것’을 주문한다. 쇼터는 “세간에는 낙관주의자는 죄 멍청이이고 비관주의자는 ‘쿨’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비관주의자들은 매사에 냉소적이고 굉장히 매력적인 인간 취급을 받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그는 인생을 낙관적으로 살면 삶이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그 믿음으로 세계의 저명한 낙관주의자(일 거라 추정되는)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다. 책 <옵티미스트(Optimist·낙관주의자)>는 쇼터의 ‘낙관주의 프로젝트’ 여정을 속속들이 기록한 결과물이다.

 

뭔가 철학적이고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가 기대되는 제목이지만, 책은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다. 저자의 인터뷰는 매끄럽고 격조있게 진행되지 않는다. 좌충우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뷰이’들은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먼드 투투, 영화배우 애슐리 주드 등 저명인사들이다. 만나기 위한 과정에서부터 만나서 나눈 대화들까지, 어쩌면 조금 우스꽝스럽거나 뜬구름잡는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에피소드처럼 이어진다. 쇼터는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낙관주의에 대한 작은 깨달음들을 얻게 된다. 낙관주의와 희망, 행복의 개념이 어떻게 다른지, 유명인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증언하는 낙관주의의 힘은 무엇인지, 숨어 있는 낙관주의의 공식 혹은 단계가 존재하는지…. 그는 거창하게 ‘이론화’하긴 부족하지만, 소소한 깨우침들을 책 속에 담아낸다. 바로 낙관주의가 빚어내는 우리네 삶의 한 줄기 가능성들이다.

 

낙관주의에 대한 비관적 시각에 빠져 있을 즈음, 저자는 마지막으로 빌 클린턴을 만나길 시도한다. 여러번 인터뷰 요청을 거절당한 끝에 그는 클린턴의 강연장으로 무작정 찾아간다. 클린턴과의 만남 성사 여부 자체를 자신의 낙관주의에 대한 시험이자 상징이라 여긴 것이다. ‘잘 될 거야’라는 주문 끝에 그는 결국 클린턴과 잠시잠깐 마주한다. 그리고 “당신은 낙관주의자인가요?”라는 아주 짧은 질문을 던진다. 클린턴의 답변은 책 막바지에 나온다. 그것은 쇼터가 책을 완성하는 힘이 될 정도로 명쾌했다. 정숙영 옮김.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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