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인생/건강한실버] 노인에게는 성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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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학 박사 임춘식
  • 10.02.17 09:29:51
  • 조회: 2067

 
최근 서울 변두리의 한 경찰서에 칠순 안팎의 할아버지·할머니가 연행돼 왔다. 그 사연이 딱했다. 배우자 없이 자식들에게 얹혀살던 이들 두 노인은 동네 노인정과 산책길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사이였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아들에게 받은 10만원권 수표 한 장을 내 보이며 자랑했다. 용돈에 쪼들리던 할머니가 부러워하는 눈치를 보이자 할아버지는 이 돈을 주겠노라고 제의했다. 그 제의에는 물론 ‘반대 급부’가 전제돼 있었다. 할머니가 응낙해 두 노인은 은밀한 장소를 찾아 갔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사’가 되지는 못했다. 할머니는 약속이행을 요구했고, 할아버지는 불응했다. 마침내 심한 언쟁으로 발전해 두 노인은 신고를 받고 달려 온 경찰관에게 연해된 것이다.

 

이 사건 아닌 사건은 경찰의 중재에 따라 할아버지가 약속한 액수의 절반을 할머니에게 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경찰의 간곡한 당부로 보도조차 되지 못했지만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노인들의 성문제가 본인들에게는 얼마나 절실한지, 그런데 우리 사회는 노인의 성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 지를 새삼 돌이켜보게 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에 관한 뿌리 깊은 편견에 의하여, 노인을 ‘탈성(脫性)적 존재’로 단정하여 버리는 편견이 지배적이다. 그 때문에 노인은 당당하게 성적 욕구를 언급하지 못하고, 혼자서 애타며 괴로워하는 상황에 있다. ‘노인에게는 성욕이 없다’는 설은 21세기 최대의 미신이다.


성의 의미는 ‘살아가는 의욕’이므로, 죽을 때까지 성욕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성을 불결하게 보거나, 성을 성교나 생식행위로만 한정하거나, 여성에게만 엄한 성도덕을 강요하거나, 노인을 손자와 원예와 민요만을 사랑하는 인간으로 단정하거나, 노인의 성적 욕구를 정신장애의 증상으로 생각하거나, 노인의 성 활동은 건강을 해친다고 간주하거나, 양로원에 있어서 이성간의 교류에 의하여 원내의 풍기가 문란해진다거나, 노인복지 전문가를 성의 전문가로 생각하는 등의 사고방식들은 모두 편견이다. 한국 사회는 ‘노년의 성’에 대한 무지에서 나아가 노인들의 성에 대해 제한하는 분위기까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노인에게 성욕이란 ‘이미 사라진 과거의 영광’ 쯤으로 여기는 것이 우리 사회의 태도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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