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뚜벅이로 당차게 떠나는 에코 여행…제주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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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2.16 13: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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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떠난 제주도 3박 4일의 일정은 이렇다. 첫날엔 요즘 유행인 ‘올렛길’을 걸을 것이다. 둘쨋날엔 자전거에 몸을 싣고 제주도 푸른 바다의 해변을 트레킹한다. 이날은 오전 중으로 일과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발마사지를 받으며 이틀 동안 쌓였던 피로를 푼다. 마지막 날엔 한라산을 갈 것이다. 심기일전을 위해 두 발로 떠나는 에코 여행이다.


첫째 날, 올렛길을 가다 : 바당올렛길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는 실연을 당하고 제주 한라산을 찾았으니, 남자에 대한 미련을 훌훌 떨쳐버리고 앞으로의 심기일전을 위해서였을 것이리라. 결과적으로 그녀는 한라산 정상에 먼저 와 있는 남자주인공을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누구나 다 백마 탄 왕자님을 기대하며 등산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봄 내음만 있다면 더 부러울 게 없을 것이다.

 

‘올레’는 제주도 방언으로 ‘집으로 출입하기 위한 긴 골목길’이란 뜻이다. 올렛길은 총 12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현재도 활발히 발굴하고 있다. 필자가 선택한 올렛길은 5코스다. 남원포구에서 시작해 쇠소깍까지 15km 코스로 정했다. 국내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로 꼽히는 큰엉 경승지 산책길을 지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나오는 해변길인 ‘바당올레’와 어촌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마을올레’를 오감으로 느끼면서 걷을 수 있다.


소문으로만 듣던 올렛길 정복에 나섰다. 이번 여행은 렌터카 없이 두 다리와 대중교통만 이용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자료 조사에 만전을 기했다. 숙소는 중문 관광단지로 정했다. 올렛길의 시작점인 남원포구로 가기 위해 중문우체국에서 110번 서귀포행 버스를 탔다. 서귀포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남원포구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갈아탈 것이다. 올렛길 코스 : 남원포구▶큰엉 경승지 산책로▶신그물▶동백나무 군락지 ▶위미항 조배머들코지▶넘빌레▶공천포 검은 모래사장▶망장포구▶예촌망▶효돈천▶쇠소깍 


버스를 기다리며 마음은 점점 들뜬다. 대중교통의 불편을 감수한 것은 잠깐이나마 제주 현지인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뭍에서 온 이의 욕심 때문이었다. 10분을 기다려서 탄 버스는 생활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제주도에 여자가 많다는 것을 증명하듯 아침 일찍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의 90%가 중년 여성 혹은 할머니였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서로를 아는지 “어디 감수광?”, “안녕허우까?” 하며 사람이 탈 때마다 안부 인사와 함께 아는 척하기 바빴다. 한국어는 맞긴 맞는데… 좀처럼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 속에서 이국의 정취를 느낀다.

 
쇠소깍 
버스는 서귀포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막상 내리려니 버스 기사가 목적지가 어디냐고 묻는다. ‘남원포구’라고 하니 내리지 말라며 길을 막는다. 110번 버스의 종점이 남원이란다. 남원에서 내려 또 시내버스를 타면 기본 요금이면 가는데 왜 비싼 시외버스를 타냐며 그냥 앉으란다. 3박 4일 동안 느낀 거지만 제주도는 관광지임에도 사람들이 참 순박하다. 버스 운전기사의 말에 초등학생처럼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남원포구에 도착하자 버스에서 내려 올렛길을 걷기 시작했다. 5코스의 장점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른쪽에는 바다가 철썩이고 왼쪽에는 숲 속 새 소리가 들린다. 새 역시 뭍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낯선 종류의 것이었다. 새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공기는 무척이나 상쾌해서 마치 산소와 피톤치드로만 구성된 듯하다. 마시면 마실수록 머릿속이 맑아진다. 그뿐 아니다. 암벽에 ‘철썩철썩 또르르 쏴~’ 하고 부딪치는 파도 소리는 혼자 걷는 여행자를 외롭지 않게 한다. 그리고 길을 헤맬 듯하면 나타나는 파란색, 노란색 끈과 파란 화살표가 반갑다.

 

굽이굽이 산길과 울퉁불퉁 바위 해안을 걷고 고즈넉한 어촌마을을 지나면서 다양한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백나무 군락지에서 만난 빨간 동백꽃의 매력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동백꽃은 미련 없이 똑 떨어진다. 동백꽃이 바닥에 흐드러지게 떨어진 모습도 보기 좋다. 동백꽃밭을 지나면 귤밭이 나온다. 봄 귤이 익어가고 있다. 사진을 찍고 있자니 군침이 돈다. 마침 목이 마르기도 하다. 밭주인이 오더니 잘 익은 귤 하나를 따주며 인정을 베푼다. 설익은 귤이 새큼하니 신선하다. 과육이 알알이 단단하다. 신이 나서 휘파람 불며 노래를 부르다 보니 금세 2시간을 걸었다.

 

올렛길에는 아쉬운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화장실 이용이 불편하다는 점. 드문드문 나타나는 절이나 어촌 복지회관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자연 그대로를 강조한 이유 때문일까. 목적지까지 몇 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하나도 없다. 필자처럼 올렛길 화살표 표시만 믿고 가다 보면 ‘도대체 어디쯤 온 건지?’ 하며 꽤나 답답했다. 5~6시간이 족히 걸리니 말이다. 나중에 보니 올렛길 지도가 참 보기 편하게 되어 있었다. 꼭 지참하고 가야겠다.

 
남원포구 해안가 
5코스의 반 이상 걷고 있자니 점점 다리도 아프고 지치기 시작했다. 필자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그저 올렛길을 산책길로만 생각하고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우선 얇은 양말에 스니커를 신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 때로는 산길을 걸어야 하고 때로는 해안가의 울퉁불퉁하고 미끌미끌한 바위를 걸어야 한다. 넘어지기 십상이다. 충격 흡수를 하는 두꺼운 양말과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을 것이다. 초보자의 경우 6시간이 좀 더 걸리니 발에서 불이 나고 무릎도 아프므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물이나 간식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마땅히 사 먹을 때가 없다. 쉴 만한 곳이 보이면 잠시 쉬었다가 출발하는 여유도 필요하다. 무리하면 다음날 힘들 수 있다. 어촌마을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해녀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쇠소깍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아이고, 앞으로 1시간은 넘게 걸어야 돼 마씸. 큰 길 가서 차 탄 갑써.”
다른 할머니가 반대 의견을 냈다.
“아, 그럼 올렛길 온 의미가 없지, 어떵허우까?”

해녀 할머니들의 갑론을박 응원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서 쇠소깍으로 향했다. 사실 혼자 걷는 길에 포기할 생각이 왜 안 들었겠나. ‘큰 길로 나가 택시를 타고 쇠소깍으로 갈까? 사진만 찍으면 되잖아?’라고 생각하다가 “올레 허는 것 갑수다?” 하고 말을 걸어오는 제주 사람들 덕분에 마라토너처럼 그렇게 골인 지점을 향해 걸었다.

 

쉬지 않고 걸었더니 콧노래는 사라지고 머릿속이 점점 무념의 상태가 된다. 그리고 호흡은 가빠진다. ‘이젠 정말 힘들다. 아이스크림! 차가운 생수!’를 부르짖을 때쯤, 눈앞에 펼쳐지는 옥빛 물색. 아! 쇠소깍에 도착했다. 뛰어들고 싶을 만큼 맑은 물이다. 쇠소깍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빼어난 절경 계곡을 볼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쇠소깍에서 중문단지까지 오는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내일은 제주도 해변을 달리는 자전거 트레킹이다.


둘쨋 날, 자전거를 타다

첫째 날 올렛길을 무리해서 다녔던지라 둘째 날 3시간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자전거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주로 중문 근처의 해변을 다녀볼 것이다. 호텔 직원의 추천으로 코스를 정했다. 자전거로 달리는 해변 풍경이 절경이란다. 트레킹 코스 :중문 관광단지▶안덕계곡▶화순해수욕장 ▶용머리해안(산방산)▶송악산 

 
처음에는 자전거를 빌리기 위해 중문 관광단지 근처를 기웃거렸으나 실패했다.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없다”는 대답을 들었고 중문우체국에서 한 곳을 찾았으나 문이 닫힌 상태였다. 다행히 숙소인 하얏트호텔에서 하루 대여료 8천원을 지불하고 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다. 중문단지의 대형 호텔들은 모두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코스는 중문에서 서쪽으로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안덕계곡을 거쳐 검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화순해수욕장(영화 ‘단적비연수’ 촬영지로 유명하다), 그리고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거쳐 드라마 ‘올인’과 ‘대장금’ 촬영지인 송악산을 코스로 잡았다. 제주도는 햇볕이 강하고 바람도 많이 분다. 그 대신 정제되지 않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 피부를 위해 자외선차단제와 모자, 선글라스는 필수다.

 

제주도 자전거 트레킹의 어려운 점은 두 가지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차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기에 수월치 않은 크고 작은 언덕이 많았다. 위에 언급한 코스 중에 가장 힘이 드는 곳은 딱 두 군데였다. 처음 중문을 나서는 길과 안덕계곡의 언덕길이었다. 두 곳을 제외하고는 평지거나 내리막길이라 송악산까지 가는 길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제주도의 반짝이는 바다와 맑은 공기를 온몸으로 쐬기에는 자전거가 딱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자전거로 등하교를 했던 필자에게 자전거 트래킹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재미로 가볍게 타기를 원한다면 중문에 있는 ‘대형 호텔 자전거 투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것이다.

 

가장 절경인 곳에 대형 호텔이 들어서게 마련이다. 프라이빗 해변이나 산책길을 도는 것만으로도 입장료 없이 만족스러운 관광을 할 수 있다. 신라호텔의 ‘쉬리 언덕’과 롯데호텔 산책길, 하얏트호텔의 중문해수욕장(올렛길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은 하나의 산책길로 이어져 있다. 해변이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연이어 타는 것은 불가능하니 호텔마다 돌아다니며 산책과 자전거를 병행하며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봄이 되면 제주도는 유채꽃이 한창이다. 또 들판에서 아무렇지 않게 풀을 뜯고 있는 제주 조랑말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어디든 카메라를 대면 그림엽서가 되기 때문에 사진 찍기에도 바쁘다.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니 제주도는 자전거 트레킹이 안성맞춤이다.

 

솔직히 전날 올렛길을 걸으며 뭉친 다리 근육 때문에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용머리해안에서 자전거 머리를 돌렸다. 송악산까지 가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용머리해안에서는 자전거에서 잠시 내려 바닷가로 내려갔다. 용머리해안의 울퉁불퉁한 바위와 암벽은 자연이 영겁의 시간으로 빚어낸 조각품이다. 해녀들이 관광객들에게 해삼, 소라, 멍게를 팔고 있었다. 무조건 한 접시에 만원이다. 해녀들은 물이 들어오는 목에 서서 관광객에게 물이 들어오는 때를 알려주며 교통정리도 해준다. “건너! 건너! 아! 안 감수광?” 어린아이처럼 “건너!”라는 명령에 맞춰 물길을 피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인다.

 
용머리해안 
호텔로 돌아와 이틀간 무리한 몸을 풀어주기 위해 하얏트호텔 지하에 있는 ‘아쿠아 뷰’ 스파를 이용했다. 수영장과 헬스장, 사우나 시설이 완비돼 있다. 특히 밖의 풍광을 보며 스파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몸이 피곤할 때는 등 마사지보다는 발 마사지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아쿠아 뷰’ 김효진 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발 마사지만 잘 받아도 어깨 결림까지 해소가 된단다. 발 마사지를 하기 전에 먼저 감초와 페퍼민트가 섞여 첫맛은 달고 뒷맛은 멘톨 향기가 도는 컴포팅 티(Comforting Tea)를 마신 후 마시지를 받기 시작했다.

 
몸 안의 독소를 빼주기 위함이란다. 오일은 페퍼민트‘아로마 오일을 블렌딩한 블루 오일’을 사용했다. 멘톨 성분이 있어 청량감이 느껴진다. 먼저 독소를 빼주는 지압부터 시작했다. 발은 제2의 심장.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으나 종아리가 전체적으로 부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어쩐지 걸을 때마다 종아리에 통증이 있었다. 같은 압력의 마사지라도 종아리 부분이 특히 아프다. 마사지사는 42℃ 온도에 30분간 족욕을 하면 부기가 잘 빠진다고 조언해준다. 40분간의 발 마사지를 받고 나니 확실히 몸이 가볍다. 역시 독소 배출을 위해 컴포팅 티를 또 한 잔 마셨다. 기분 탓인지 얼굴 마사지를 받은 것 마냥 얼굴에도 윤이 났다. 요즘 올렛길을 걷고 난 관광객들이 발 마사지를 받기 위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내일은 드디어 한라산이다.


마지막 날, 한라산을 가다
드디어 제주도의 가장 높은 곳, 한라산으로 향하는 날이다. 한라산의 등산로는 모두 네 곳이 있다. 어리목코스, 영실코스, 성판악코스, 관음사코스다. 어리목과 영실코스는 9부 능선인 윗세오름까지만 오를 수 있다. 백록담에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한라산의 절경을 감상하기에는 영실코스가 좋다. 병풍바위로 오르는 바위 계단이 조금 힘들지만 계곡 너머로 솟아오른 영실기암의 기이한 풍광을 볼 수 있단다. 필자는 평소 등산을 즐기지 않은 탓에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영실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한라산 백록담 
영실 코스 : 영실광장(매표소)▶영실휴게소(60분, 2.4km, 아스팔트 도로)▶병풍바위(1시간 30분, 1.5km)▶윗세오름(40분, 2.2km)

 

전날의 발 마사지와 긴 수면 시간 덕분에 다행히 몸이 가볍다. 한라산은 교통편이 빨리 끊기고 계절별 입산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금 서둘렀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중문삼거리 정류장으로 향했다. 1100도로를 달리는 버스가 영실광장(매표소)까지 데려다준다.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니며 요금은 천원이다(하절기, 동절기 버스 시간을 다르게 운영한다). 굽이굽이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영실광장까지는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우선 버스에서 내려 약 2.4km 거리인 영실휴게소까지 걷는다. 참고로 이 길은 소형 승용차만이 통행료를 지불하고 통과할 수 있다. 휴게소까지는 대부분 아스팔트 도로지만 오르막길이라 제법 숨이 차다. 영실휴게소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윗세오름 표시석 
영실코스를 등산할 때 어려운 구간은 영실계곡을 넘어가는 가파른 길인 병풍바위 부근이다. 평지에서 급경사로 바뀌어 조금 당황했다. 비탈길의 바닥은 대부분 돌 계단으로 다듬어져 있지만 다리에 조금씩 피로감이 느껴지니 쉬엄쉬엄 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백록담이 보이는 구상나무숲 지대를 벗어나 있다. 구상나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라산에서만 자생하는 나무다. 설앵초, 양지꽃 등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들을 눈요기하며 등반하면 힘든 줄 모른다. 영실기암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사실 한라산 영실코스에서 마주한 모든 풍경은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고목의 모습조차 고혹적이고 위풍 있어 보인다. 또 깎아내린 듯한 절벽의 모습은 생경할 정도로 이국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자연을 품고 있는 곳이 있구나’ 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제주도의 재발견이다.

 

영실기암과 구상나무숲을 지나면 평탄한 길이 펼쳐진다. 10여 분 걸어가면 눈앞에 들어오는 것이 한라산 등반 영실코스의 종점, 윗세오름이다. 이곳에는 산장이 하나 있는데 여기가 ‘윗세 산장’이다. 사람들은 들판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산장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도 살 수 있다. 한라산에 가면 반드시 컵라면을 먹으라는 경험자의 말을 듣고 일부러 사 먹었다. 미리 준비해간 김밥과 함께. 산 속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김이 나는 컵라면을 호호 불며 먹으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맛볼 수 있었다.

 

윗세 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에 하산을 하는 데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하나는 어리목으로 하산하는 코스이고 다른 하나는 다시 영실코스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이는 교통편을 확인한 후 결정해야 한다. 어리목으로 하산하면 버스를 이용해 다시 영실광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1100도로 버스를 타고 중문 방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번 여행은 떠나기 전날까지 걱정이 많았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혈혈단신으로 차 없이 떠나는 뚜벅이 여행이다. 예상치 못한 외부적인 요인으로 스케줄이 어긋날 수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한다. 날씨는 화창했고 바닷가는 반짝였으며 제주도 사람들은 친절하고 순박했다. 하지만 자전거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이 다음 여행을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다시 한번 제주도 자전거 트레킹 완주에 도전하리라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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