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너구리 판사, 멧돼지 검사… 재판 받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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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2.10 13: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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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사는 숲 속에서…오카 슈조 글·이윤엽 그림 | 웅진주니어

 

초등학교 5학년인 다이스케는 사촌들과 야생 원숭이를 보기 위해 산에 올랐다 길을 잃었다. 사방이 곧 어두워졌고 이들은 잠이 들었다. 누군가 자꾸 쿡쿡 찌르는 바람에 깨어보니 너구리다! 아니 토끼도, 사슴도, 멧돼지도 있다. 너구리가 묻는다. “너 사람 맞지?” 눈이 동그래진 아이들을 보고 동물들이 웅성댄다. “아빠가 사람은 우리를 잡아먹는대” “돌 던져보자” “죽여볼까?” 겁에 질린 다이스케는 꿈이겠거니 하며 볼을 꼬집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보다 먼저 잡힌 어른들도 있다. 이미 동물들이 다이스케 일행을 빙 둘러쌌다.

 

동물들의 인간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장은 너구리, 검사는 멧돼지다. 오토바이로 야산을 돌아다니며 동물들을 치어 죽인 젊은이와 초등학교에서 기르고 있던 토끼 대학살을 선동한 젊은이가 사형을 구형받는다. 멧돼지 검사는 “인간들은 우리를 짐승이라고 부르며 인간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젊은이들 행동이야말로 짐승만도 못한 짓 아니냐”고 구형 이유를 설명한다. 동물들은 이들의 가죽을 벗겨버리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아이들 차례다. 서류를 든 멧돼지 검사. 아이들 죄는 다른 자들에 비하면 확실히 가볍다고 한다. “이 지구에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이 서로 의지하며 산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죄”일 뿐. 아니, 죄는 더 있다. “아이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공부합니다. 그저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시험을 치르기 위한 공부에 세월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그 공부라는 것도 점수만 중요하고,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안중에 없으니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학문인 셈이지요.”

 

다이스케는 결국 유죄를 선고받고 ‘자연 목장’이라는 야생의 공간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형을 살게 된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어른의 죄를 아이들이 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람을 물어뜯은 개를 죽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동물을 죽인 사람은 대개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 이것은 옳은 일일까. 아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공부만 하지 말고, 그런 의문을 한번 가져보라는 책이다. 김정화 옮김.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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