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타인의 죽음 앞에 나타나는 청년, 그는 왜 눈물을 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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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2.10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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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텐도 아라타의 장편소설 ‘애도하는 사람’

 

▲애도하는 사람…텐도 아라타 | 문학동네

아이티에서 끔찍한 대지진으로 17만여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보름하고도 하루 전 일이다. 신문 1면을 장식했던 아이티의 참상은 이제 점점 뒷면으로 사라졌다. 수많은 이들의 죽음이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곧 아이티의 불안정한 치안 상태, 미국 등 유럽 각국이 아이티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구호를 경쟁적으로 펼치는 상황 등이 관심사가 됐다. 건물과 땅 밑으로 사라져 버린 숱한 사람들은 개별적인 죽음으로서가 아니라 17만명이라는 피해자의 규모로 다가온다. 아이티가 바다를 건너야 하는 머나먼 나라여서가 아니다. 신문과 방송 뉴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웃들의 죽음을 우리는 ‘사건·사고’로 받아들이고 흘려듣거나 쉽게 잊는다. 우리는 이 죽음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텐도 아라타(50·사진)의 장편소설 <애도하는 사람>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돌아가신 분을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애도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생면부지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일본 전역을 떠도는 청년 시즈토가 있다. 그는 신문에서 각종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 현장을 찾아가 그만의 방식으로 고인을 애도한다. 그가 하는 애도는 가까운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달래는 일도,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일과도 다르다. 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의 사람다움을 찾아내 자기 안에 새기는 것이 애도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항상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분은 어떤 분에게 사랑받았나요? 어떤 분을 사랑했나요? 어떤 일로 사람들이 그분에게 감사를 표했는지요?”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로 여기거나 신흥 종교의 종교활동이 아닌지 수상쩍게 여기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를 ‘애도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소설은 ‘애도하는 사람’ 시즈토의 정체를 그와 관련 있는 세 사람의 시점에서 모자이크처럼 짜맞춰 나간다. 첫 번째 화자는 애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최초로 세상에 알린 기자, 마키노 고타로다. 주간지 기자인 마키노는 하이에나처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아 사실과 달리 왜곡된 기사를 써온 인간이다. 그런 그가 살인 현장에서 우연히 순수한 마음에서 고인을 애도하는 시즈토를 마주한다. 그는 선인이든 악인이든, 유명인사든 노숙자이든 모든 죽음을 평등하게 여기고 애도하는 시즈토를 보고 “누군가의 죽음에 경중의 차이를 두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일”이라며 당혹감을 느낀다.

 

그리고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그를 살해하고 출소해 남편의 망령에 시달리다가 시즈토를 만난 후 그를 따라다니는 여인 나기 유키요, 말기 암으로 죽음을 기다리면서도 긍정적 태도를 잃지 않고 아들을 기다리는 시즈토의 어머니 사카쓰키 준코가 있다. 이들은 모두 시즈토로 인해 삶의 변화를 겪게 된다. 탐욕스럽고 속물적이던 마키노는 타인의 아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났던 아버지를 용서하고 그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린다. 사랑을 믿지 못하던 상처투성이 여인 유키요는 시즈토를 통해 새로운 사랑을 찾아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가족 사냥> <영원의 아이> 등의 소설에서 가족의 해체, 아동 학대 등의 사회문제를 약자의 편에서 형상화해온 텐도는 이번 소설에서 용서와 구원,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고통스럽고 하찮아 보이는 이 생을 존엄하게 만드는 삶의 윤리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140회 나오키상을 받은 작품이다. 권남희 옮김.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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