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엄마, 애틋한 그 이름…연극 ‘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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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2.09 09: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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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3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아차 하면 수렁에 빠질 뻔했던 연극을 배우 서이숙(42)이 건져올렸다. 지난 2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올린 <엄마를 부탁해>에서 가장 돋보인 건 극단 ‘미추’의 간판배우 서이숙이 펼쳐낸 ‘진짜 연기’였다. 지난해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켰던 작가 신경숙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이 연극에는 TV드라마로 낯익은 중견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600여석의 중극장 무대에서 발가벗겨진 그들의 몸짓과 발성은 아직 엉거주춤해 보였다. 배우들의 눈빛과 대사는 탄탄하게 손을 맞잡지 못한 채 허공에서 엇갈렸고, 객석 끝까지 전해져야 할 에너지는 중간에서 힘을 잃으며 툭툭 끊어졌다.

 

그럼에도 이 연극은 2시간에 가까운 공연 내내 곳곳에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 힘은 어디서 온 걸까. 아마도 원작의 힘일 게다. 아울러 모성의 힘이기도 할 터이다. 이 연극은 소설이 그러했듯 우리가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갖고 있는 근원적 연민에 여전히 기대고 있으며, 서이숙의 열연은 그것을 은근히 건드리면서 관객의 가슴에 깊고 진한 슬픔을 새겼다. 그런 점에서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이미 얻은 절반의 성공과 함께, 여전히 남은 숙제를 끌어안은 채 스타트라인을 떠났다. 개막 직전의 인터뷰에서 서이숙은 “엄마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 듯해서, 배우로서 최대한 감정 이입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얼핏 원작자 자신의 분신처럼 보이는 큰딸 역할을 맡은 그는 “연극 속의 ‘나’는 나쁜 딸”이라면서 “원작의 힘이 크다. 저절로 감정을 끌어올린다. 내가 아무리 절제해도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2개월 가까운 장기공연의 막을 드디어 올린 이 연극은 진즉부터 화제였다. 현재 누적 판매부수 130만부를 돌파한 화제의 베스트셀러를 극화했다는 점은 물론이고, <제1·2·3 공화국> <코리아 게이트> <3김시대> 등의 선 굵은 드라마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장 고석만이 무대 연출에 도전한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작품의 세세한 부분에서 아직 적잖은 숙제를 남겨놓은 그는 “과거에 엄마를 다룬 대다수 소설이나 연극이 무조건적인 모성, 자기 희생으로 점철된 엄마의 삶을 그려왔는데, 이 시대의 모성은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는 “나도 소설을 읽으며 많이 울었는데, 연극에서는 최대한 그것을 객관화하려고 했다”면서 “사회적 모성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각색한 작가 고연옥도 언급했듯, 이 연극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대사는 하나의 사건이라기보다 상징에 가깝다. 4남매는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엄마와 얽힌 자신의 과거를 반추한다. 그 과정에서 엄마가 살아온, 혹은 엄마의 속을 무던히 썩이며 우리 세대가 거쳐왔던 고단한 삶의 풍경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엄마는 큰아들이 검사가 되기를 애면글면 고대하고, 큰아들은 두 동생과 함께 가난한 쪽방촌에서 탈출할 날을 꿈꾼다. 그는 데모에 나선 남동생과 산업체 부설학교에 결석한 여동생을 나무라며 “우리는 (이 동네 사람들과) 다르다”고 강변한다. 결국 이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너나 없이 한 시대를 힘겹게 관통해온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고석만은 특유의 사회적 안목으로 그런 부분에 좀 더 힘을 실었다. 신경숙도 “원작과 좀 거리가 있는 새로운 작품의 탄생”이라며 “내 소설보다 메시지가 훨씬 강하다”고 평했다.

 

그런데 엄마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쓰레기통을 뒤져 김밥을 주워먹는 노인을 봤다는 소문만 들려올 뿐 도무지 어디서도 엄마를 찾을 수 없다. 결국 연극 후반부에 등장하는 “엄마를 잃어버린 지 3개월째다”라는 대사. 고석만은 그것을 흐릿한 자막으로 처리하면서, 이 또한 우리가 처한 ‘무기력한 현실’과 다르지 않음을 은근히 강조한다.

 

이번 무대에 오른 TV 중견 연기자들은 공교롭게도 1983년 ‘스타PD 고석만’이 연출했던 드라마 <간난이>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이다. 고석만은 “우연의 일치”라며 웃었다. 당시의 ‘팀워크’를 이번 무대까지 끌어온 것은 아니라는 뜻. 엄마 역의 정혜선, 아버지 역의 심양홍, 큰아들 역의 길용우가 당시의 멤버들이다. 외할머니 역으로 깜짝 출연하는 원로배우 백성희, 엄마의 숨겨놓은 사랑이었던 ‘그 남자’ 역의 박웅, 큰아들 역의 더블 캐스팅에는 고동업, 작은아들 조영규, 작은딸 이혜원 등이 출연한다. 3월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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