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의학] 예쁜 치아도 ‘권력’… 치아교정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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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1.14 14: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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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윗니 브라켓(치아 부착장치) 뗄 예정인데 마무리 보충사항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윗니 각도를 안쪽으로 더 세워야 할 것도 같고요?’ ‘님은 발치교정하시면 턱이 길어보일 위험이 있어요. 20년 후 생니 4개나 뺀 거 후회하지 않을까요’ ‘토끼 이빨이긴 한데 돌출감이 크지 않아서 교정할까 말까 고민 중인데….’

 

회원 6만8000여명을 둔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다. 누군가 조언의 글을 부탁하면 댓글 수십건이 앞다퉈 올라오고 ‘만세! 교정 끝났다’ 식의 사진첨부 글은 조회수 2000~3000건을 단박에 넘긴다. 오가는 댓글들은 치과 전문의로 착각할 만큼 전문적이다. 때론 예술작품을 앞에 둔 품평회 같기도 하다. ‘행복한 교정인의 모임’이란 명칭을 단 카페 얘기다. 치아교정에 대한 일반인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풍경이다.

 

지난해 11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대한치과교정학회에서 설문조사한 ‘교정 효과를 크게 본 인기인 1위’로 뽑히면서 치아교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연예인의 가지런한 치아가 자주 화제가 되는 가운데 치아교정이 붐을 이루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자녀를 위해 치과를 찾는 부모들의 발걸음도 늘어났다. 최근엔 젊은층뿐 아니라 40~50대 증가도 눈에 띈다. 치아교정 열풍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비뚤비뚤 못 생긴 이로도 잘 살았는데 요즘은 왜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까지 치아교정에 시선을 돌리는 것일까.

 

직장여성 최모씨(29)는 1년 전 치아교정을 마쳤다. 처음에는 비뚤어진 이 때문에 충치가 생기는 등 의학적인 이유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형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는 “생니 4개를 뽑고 2년6개월간 교정을 끝내고 나니 턱선이 눈에 띄게 갸름해져 결혼을 앞둔 친구들이 비결을 물어온다. 확실히 얼굴형을 잡아줘 ‘칼 안 댄 성형’을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비용은 검사비·교정장치·관리비 등을 포함해 500만원 정도 들었다.


타고난 ‘치아미남’으로 꼽히는 배우 김명민씨(왼쪽)는 치과를 찾는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김씨는 이지애 KBS 아나운서(오른쪽)와 함께 2009년 ‘건치 방송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더와이즈 치과병원의 김용순 원장은 얼마전 68세 할머니와 상담을 했다. 상태를 살핀 후 김 원장은 “굳이 (교정)하실 필요 있나요?” 물었지만 할머니는 “요즘 만나는 할아버지가 있으니 예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원장은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교정을 하려는 중장년층이 크게 늘어났다. 의사들은 ○○○고 삼키는 기능, 치아 건강 등 기능적인 측면을 중시하지만 환자들은 미용 효과에 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5학년생 자녀를 둔 주부 김모씨(42)는 “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완벽한 모습으로 사회에 내보내고 싶다는 욕심에 경제적 부담은 되지만 이번 방학부터 아이의 치아교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치아교정으로 화제를 낳은 영화배우 강혜정씨.
최근 출간된 <아름다움의 권력>의 공동 저자 대구대 박은아 교수(심리학)는 “미의 기준이 더욱 세분화해 과거에는 중요하지 않던 요인까지 아름다움의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됐다”면서 “미에 대한 집착은 외모를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고 눈에 보이는 외양에서 본질을 찾으려는 대중심리가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이러한 심리에는 사회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 똑같은 기준에 자신(외모)을 맞추려는 욕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초콜릿 복근이나 미끈한 허벅지처럼 웃을 때 보이는 치아·입술꼬리 등도 아름다움의 새 기준으로, 서로를 평가하는 또하나의 잣대가 됐다는 얘기다.

 

치과 전문의들은 교정 수요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 서울 강남의 한 치과 전문의는 “강남·서초구 근거리에 개업한 교정 전문의만 100명이 넘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짧은 기간 관심이 증폭되면서 국내 기술력도 크게 향상됐다. 미니 임플란트 등과 같은 교정장치를 일본에 역수출할 정도다. 치아 교정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300만원부터 800만원까지 든다. 턱 수술이 포함되면 1500만~2500만원까지도 소요된다. 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측면도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발행하는 치의신보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치아교정기 착용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젊은층 사이에서 가짜 치아교정기 착용 붐이 일기도 했다. 철사나 플라스틱으로 된 가짜 교정기가 길거리에서 싼 값에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치아 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터넷에는 관련한 정보가 넘쳐난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잘못된 정보가 많다고 지적한다. 서울치대병원 치과교정과 백승학 전문의는 “환자에 따라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하는데도 심리적인 원인 때문에 무리하게 교정을 원하는 이가 있다”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맹신하거나 자가진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 어린이치과병원 이재천 원장은 “어린이의 치열이 고르지 않고 치아가 비뚤어진 경우 충치가 잘 생기는 등 기능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교정이 필요한 것”이라며 “교정을 시작하면 위생관리가 중요한 만큼 본인의 동기유발이 있어야지 부모의 욕심만으로 서두르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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