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연극계 ‘브랜드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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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1.14 14: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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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연극계에 ‘브랜드 파워’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첫걸음을 내디뎠던 ‘연극열전’은 평균 9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이미 연극계의 확고한 히트 브랜드로 자리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6월에 34년 만의 재개관으로 화제를 모았던 명동예술극장이 <맹진사댁 경사>에서 <베니스의 상인>까지 10개 작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메이저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하반기에는 민간제작사인 ‘신시컴퍼니’도 가세했다. 그동안 뮤지컬 제작에 집중해왔으나 <피카소의 여인들>, <피아프>, <가을 소나타> 등의 연극을 연속 히트시키면서 새로운 브랜드로 등극했다. 게다가 올해 재단법인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립극단이 경쟁력 강화에 성공할 경우, 또 하나의 메이저 브랜드가 추가될 전망이다.


브랜드 구축을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꼽히는 것은 역시 자본력이다. 명동예술극장의 구자흥 극장장(65)은 “브랜드는 관객이 신뢰할 만한 어떤 이미지”라며 “그동안 한국 연극계는 빈약한 자본력과 그로 인한 인재풀의 협소함으로 브랜드를 구축할 여력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극이 좋아서 만난 사람들끼리 동인(同人) 시스템으로 일하는 방식이 젖어들면서 산업으로서의 고민이 옅었다”고 지적하면서 “그로 인한 가난의 악순환과 연출가·작가·배우가 제대로 육성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연극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47)도 자본력을 브랜드의 1순위로 꼽으면서 “홍보·마케팅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조직력, 관객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제작사의 탄탄한 제작 노하우”를 이에 덧붙였다. 그는 “이 세 가지 조건을 제대로 갖춰야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고, 한달 이상의 롱런 공연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연극계에 메이저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현상은 관객의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구 극장장은 “대학로 연극 관객들은 젊은 층이 중심이지만, 34년 만에 재개관한 명동예술극장은 중장년 관객을 다시 연극으로 불러모으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신시컴퍼니가 10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가을 소나타>는 중년 이상의 여성 관객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다음 작품으로는 이달 29일부터 3월23일까지 소설가 신경숙 원작의 <엄마를 부탁해>를 준비 중이다.

 

현재 대학로에서 <에쿠우스>를 공연 중인 ‘연극열전’이 젊은 관객에게 어필하고 있는 반면, ‘명동예술극장’과 ‘신시컴퍼니’라는 브랜드는 중장년층 관객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결국, 브랜드의 ‘차별성’과 그로 인한 관객 분화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셈. 신시컴퍼니의 박 대표는 “브랜드 파워가 생기면 고정 관객이 늘어나고, 제작자는 자기 브랜드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날림 제작을 할 수 없게 된다”면서 “각각의 브랜드마다 자기 고유의 관객을 확보해가면서 ‘연극 대중화’라는 숙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 연극의 거점으로 평가받아온 대학로에서는 최근의 브랜드 바람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대학로의 한 연극인은 “메이저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소규모 극단이나 기획사는 오히려 죽을 맛”이라고 전했다. 그는 “연극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면서 “연극 관객들이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큰 공연으로 죄다 몰린다. 그동안 대학로를 지켜온 기존의 극단 시스템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렇듯 메이저 중심으로 연극계가 재편된다면, 대중성과 상업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결국 자본과 조직력을 갖춘 메이저 브랜드와 기존의 소규모 극단 및 극장들의 ‘공존’이라는 숙제가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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