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태고의 눈물이 뜨겁게 샘솟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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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01.08 15:53:40
  • 조회: 11691


- 일본 가고시마 온천여행

그곳은 지구의 태곳적 추억이다. 하늘과 땅이 열리고 물길과 뭍이 갈라진 뒤 영겁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뜨거운 숨을 내뿜고 눈물을 흘려보내는 곳이다. 사쿠라지마. 일본 본토 최남단 가고시마에 있는, 아직도 살아 숨쉬는 활화산이다. 사쿠라지마에 있는 2개의 분화구는 거의 매일 수차례씩 ‘폭발’한다. 시뻘건 용암을 쏟아내는 것은 아니지만 화산재와 가스 등으로 뒤섞인 희뿌연 분연을 뿜어낸다. 원래 사쿠라지마는 섬이었다. 가고시마 본토와 330m 떨어져 있었지만 1916년 초대형 폭발이 일어났을 때 흘러내린 용암이 바다를 메우면서 육지가 돼 버렸다.


활화산이라고 해서 위험을 감수한 채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탁월한 방재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덕에 사람들은 다른 지역과 똑같이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간다. 93년 전 대폭발 당시 인명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일정한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바로 화산재다. 이 지역 방송과 신문의 일기예보에는 풍향이 빠지지 않는다. 빨래를 널거나 세차를 하는 날도 풍향에 촉각을 세우고 정해야 한다. 불편함 대신 이들은 살아 있는 화산이 주는 축복을 기꺼이 누리기로 했다. 깊은 계곡에도 뜨겁게 흘러내리는 온천수, 바다 모래사장에서도 샘솟는 온천수. 불의 섬 사쿠라지마를 가까이 둔 덕에 가고시마 온천은 일본에서도 가장 좋은 품질을 자랑한다.


사쿠라지마 초입에 있는 후루사토 온천은 바다와 온천이 연결된 곳으로, 노천탕에 앉아 긴코만의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사쿠라지마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가고시마의 땅끝마을인 이부스키에 닿는다. 이곳은 바닷가의 검은 모래 아래로 온천수가 쏟아지기 때문에 뜨거운 검은 모래를 온몸에 덮고 찜질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모래를 덮고 5분만 지나도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히면서 쌓였던 피로도 날아간다. 후루사토나 이부스키는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치르는 곳. 사쿠라지마 북쪽 기리시마에도 절대 놓쳐선 안될 온천이 있다. 기리시마 국립공원 내에 자리잡은 기리시마 온천은 일본 근대화의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사카모토 료마가 신혼여행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기리시마로 들어서는 가파른 언덕길에 올라서면 숲 사이로 피어오르는 온천수의 수증기가 달빛 아래에서 몽환적인 느낌마저 주는 곳이다. 그래서 동네 이름도 ‘안개의 섬’이다. 계곡 사이를 흐르는 물도 뜨거운 온천물로, 지나가는 사슴도 입을 적시고 간다. 따로 공사를 할 것도 없이 돌덩이 몇 개를 쌓아 만든 여러 개의 천연 노천탕. 한밤중이나 새벽에 이곳에서 호젓하게 온천을 즐기다 보면 신선이나 선녀가 따로 없다.


가고시마에서 온천만큼 유명한 것은 흑우와 흑돼지다. 일본에서 천하일미로 꼽히는 가고시마산 흑우, 흑돼지는 쫄깃한 육질과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도자기를 뜨겁게 달궈 구워먹기도 하고 야채와 함께 샤브샤브로 먹기도 한다. 가고시마 근해에서만 낚이는 기비나고는 멸치와 비슷한 생선인데 회로 먹기도 하고 튀겨 먹어도 맛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가고시마산 빙수인 시로쿠마. 우리말로 흰곰이라는 이 빙수는 눈처럼 곱게 갈아낸 얼음에 특제 시럽과 과일, 단팥을 얹은 것으로 일본 전역에서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보라색 고구마와 고구마 소주, 에도시대부터 이어온 전통기법으로 만드는 흑초도 별미다.

-길잡이-
*대한항공이 인천~가고시마 직항편을 매주 3회 운항한다. 수·금·일요일이다. 인천에서 가고시마까지는 1시간20분.


*밤의 가고시마를 즐기고 싶다면 가고시마 시내와 사쿠라지마를 연결하는 베이크루즈(야쿠시마 마루)를 이용해 볼 만하다. 이 지역 최대 기업인 이부스키 그룹이 운영하는 크루즈를 이용하면 긴코만의 야경과 불꽃놀이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공연도 하고 간단한 식사도 나온다.


*가고시마 인근에는 관광지도 많다. ‘기리시마 예술의 숲’에는 곳곳에 전 세계 젊은 작가들의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고 지란에는 250년 전에 만들어진 무사저택이 보존돼 있다. 이 때문에 지란은 ‘사쓰마의 작은 교토’로도 불린다. 전통 일본식 정원 센간엔과 2m 길이의 뱀장어가 사는 이케다호, 임진왜란 직후 끌려가 일본 도예의 초석을 쌓은 미야마의 심수관 도요도 찾아볼 만하다. 문의 이와사키호텔 서울사무소 (02)598-2952, 하나투어 (02)212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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