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변산반도, 언제 가도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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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12.17 1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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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호젓한 오솔길과 직소폭포·내소사
ㆍ기름진 개펄 풍성한 물고기
ㆍ산과 바다의 기막힌 어울림

 

변산반도는 언제 가도 좋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매력 있다. 수십년 전부터 변산반도는 가난한 대학생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채석강 절벽 아래엔 할머니가 파는 해삼 한 조각에 잔소주 한 잔 걸치던 재미도 있었고, 노을진 방파제에 앉아서 ‘아침이슬’ 같은 노래를 목청껏 부르기도 했다. 변산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이렇게 ‘멜랑콜리했던’ 1980년대의 추억을 되짚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변산 여행이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 같이 빌빌 꼬였다. 좌충우돌했다. 하지만 여행은 실수도 추억과 즐거움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그런데 빌 브라이슨이 누구냐고? ‘세계에서 가장 재밌는 여행기를 쓴다’는 평가를 받는 여행작가다. 이를테면 그는 이런 식이다.

 

<발칙한 유럽산책>에서 빌은 “비행을 앞두고 나 역시 오랫동안 밤마다 누워 천장을 보면서 내 옆좌석에 아리따운 여인이 동행하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중략) 비행 내내 성경을 읽으면서 옆 좌석에 앉아 나를 개종시킬 기회만을 호시탐탐 엿보는 여드름쟁이 꺽다리 녀석에 실망한다”고 썼다. 내변산 월명암에서 내려다본 산줄기. 육당 최남선은 ‘변산은 흙으로 만든 나한좌상의 모임’이라며 ‘쳐다보고 싶은 것이 금강산이라 할진대, 끌어다가 어루만지고 싶은 것이 변산이다. 총죽같이 뭉쳐진 경(景)이 금강산임에 대하야 좁쌀알같이 헤어지려는 경(景)이 변산이다’라고 썼다.

 

■ 내변산

내변산부터 올랐다. (변산을 크게 나누면 산을 내변산이라고 하고, 해변을 외변산이라고 한다.) 바닷가에 있는 산은 만만치 않다. 왜냐고? 뭍에선 명산이라도 도로가 산중턱을 지난다. 지리산은 1070m 성삼재에서 등산을 할 수 있고, 한라산은 1100m 고지까지 도로가 나있다. 하지만 바닷가에 있는 산은 해발 0m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이걸 ‘깜빡’ 했다. 2000년대 초반에 두어번 고생했던 기억도 잊었다. 의상봉(504m), 관음봉(424m), 쌍선봉(459m), 삼신산(486m)…. 높이만 보니 만만했던 것이다. 첫 눈을 기대했건만 빗방울은 한 방울씩 떨어지고 산은 금세 어둑어둑해졌다. 산길은 퍽퍽했다. 오르막이 거칠었다. 젖은 바위는 미끄러웠다. 설상가상으로 처음 쓰는 스틱이 힘을 주는 순간 ‘똑’ 하고 부러졌다. ‘카본 파이버 테크놀로지’ ‘다이내믹 마운틴’…. 스틱에 새겨진 문구가 화를 돋웠다. “4시간 더 가야 하는데 스틱을 버리고 갈까? 아니면 서울까지 들고와서 이런 걸 팔아먹었느냐며 새걸로 교환해야 하나….” 카메라 배낭, 삼각대에 이어 스틱도 결국 짐이 됐다.

 

직소폭포는 내변산의 명물이다. 내소사와 직소폭포 딱 중간에 있다. 막상 폭포에 도착하자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삼각대까지 들고 폭포를 촬영하러 왔는데 물이 졸졸 흐르긴 하지만 폭포란 이름을 붙이기엔 민망할 정도. 겨울철이라 물줄기가 여위었다. 폭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엔 호수가 있는데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포인트다. 하지만 호수도 바닥을 반쯤 드러냈다.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월명암은 동안거 중. 스님조차 만날 수 없었다. 빗방울은 종착지 다 와서야 멈췄다. 막 하산을 하려 하니 산이 말갛게 갰다. 촬영 욕심 접고 산을 내려오자 외려 주위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낙옆이 서걱서걱한 숲길도 참 좋고, 빨갛게 매달린 까치밥도 정겹다. 내변산의 새들은 목청이 어찌 큰지 산을 울렸다. “처음부터 호젓한 오솔길이나 찍을 걸!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 외변산

서울서 큰 음반사업을 하다가 변산에 내려와 몇 달째 쉬고 있다는 ㄱ씨를 만났다. 채석강 앞의 한 횟집에서의 저녁 자리. 생선회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서울서 사업하다 보면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게 많잖아요. 여기선 여기다 김치를 넣어 끓이면 어떤 맛이 날까 이런 생각을 한다니까요. 변산 사람들 생선회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라고. 이런 게 사람답게 사는 거지.”

 

줄포의 개펄은 광활하다. 일제 때만 해도 가장 번성했던 줄포는 해방 후 곰소가 커지면서 쇠락했다. 하기야 변산이야말로 먹고 놀기 좋은 곳이다. ‘생거진천’이란 말처럼 살아서는 부안이 좋다는 ‘생거부안’이란 말도 있다. 변산반도 지도를 보면 뭍은 튀어나오고 바다는 쏙 들어간 형국이다. 개펄은 기름지고, 내해는 잔잔해서 물고기가 많았단다. 실제로 30년 전만해도 국내에서 가장 이름난 칠산어장이 바로 부안 앞바다다. 어장의 중심은 위도인데 파시가 대단했다. 영광 굴비도 과거엔 이 지역에서 잡힌 조기로 만들었다. (위도는 조선 말부터 영광군에 속했다가 1960년대 초 부안군으로 편입됐다. 이튿날 만난 고재욱 부안군 문화관광과장은 “옛날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기가 밤새 우는 통에 잠을 못잤다”는 소리가 있다고 했다. 물고기 우는 소리에 잠을 못잤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느냐고? 이지누의 책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허풍으로만 치부할 수 없을 듯하다.)

 

동석한 청년사업가 ㄴ사장도 저녁 자리에서 다음날 점심 메뉴를 고민했다. “얼마전 내려온 지인이 토종닭 먹고 이런 것 처음 먹어봤다는데, 그걸 먹을까요?” “참붕어가 참 좋은디 자연산 참붕어는 찾기가 힘들어….” 다음날 점심은 맛집으로 소개 안한다고 약속을 한 뒤 주민들만 간다는 집으로 정해졌다. 붕어와 자가사리에 묵은 김치와 시래기를 함께 넣어 고은 매운탕. 실제로 맛집으로 소개하기도 어려운 집이었다. 집주인이 식당 문 여는 시간도 딱 정해지지 않고, 아는 사람이 미리 부탁해야만 하는 집이란다. 별미는 별미였다.

 

외변산 여행은 아침엔 젓갈백반집에서 공기밥 두 그릇을 비우며 시작했다. 웬만한 사람들은 곰소 격포 채석강 한 번 다녀왔을 것이다. 풍경은 여전했다. 혹시 변산반도에서 또 볼 것 없을까 궁금하다면 줄포를 가봐야 한다. 줄포는 일제 때만해도 가장 번성한 포구였다. 얼마 전부터 자연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거긴 광활한 개펄이 있고, 드넓은 갈대밭도 펼쳐진다. 변산반도, 참 맛있는 여행지다.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보다는 줄포IC에서 빠지는 게 좋다. 내변산여행은 내소사(063-583-7281)에서 시작된다. 내소사~직소폭포~월명암~남여치 코스가 가장 보편적인데 4시간에서 4시간30분 걸린다. 문화재관람료 2000원.

 

*곰소의 곰소궁횟집(063-584-1588~9)은 젓갈백반집이다. 3대가 대를 이어 온 젓갈집. 10여가지 젓갈이 나오는데 상차림이 정갈하다. 젓갈백반은 8000원. 겨울에만 내놓는 굴탕은 속풀이용으로 좋다. 3만원. 격포의 군산식당(063-583-3234)은 ‘충무공밥상’이 유명하다. 반찬이 17가지다.

 

*상록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휴리조트(063-581-9050)는 변산반도에서 가장 전망이 점發發舫 리조트 중 하나다. 바비큐를 해먹을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www.hueresor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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