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올 연극 무대는 ‘최인훈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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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12.11 09: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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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발표 희곡 7편 중 ‘둥둥 낙랑 둥’ 등 4편 올려
ㆍ“연극계 지나친 상업화 자성… 문학성 눈돌려”

 

올해 한국 연극계의 키워드는 ‘최인훈’이라는 세 글자였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는 ‘광장’의 작가 최인훈(73)의 공식발표 희곡은 모두 7편. 그중에서 4편이 이미 공연됐거나 공연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서울연극제에서 공연됐던 극단 창파의 <한스와 그레텔>을 필두로 7월에 명동예술극장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1월에는 동랑레퍼토리의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로 이어졌다. 마지막 방점은 국립극단(예술감독 최치림)이 찍는다. 이달 22일부터 27일까지, 또 해를 넘겨 1월6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둥둥 낙랑 둥>이 펼쳐진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무대에 올렸던 연출가 이기도는 “1년에 한 작품도 만나기 어려웠던 최인훈 선생의 희곡이 4편이나 공연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올해 한국 연극판에서 가히 ‘최인훈 연극제’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풍경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최인훈인가? 몇몇 연출가와 평론가들은 “그동안 지나친 상업주의에 빠져있던 한국 연극계의 자성”이라는 점을 ‘최인훈 르네상스’의 주요 측면으로 한결같이 꼽았다. 연출가 이기도는 “최인훈의 희곡은 깊이있는 철학적 사유, 시적인 대사와 문학적 완성도 등에서 넘보기 어려운 경지에 오른 작품들”이라고 평하면서 “그는 관객에게나 연출가에게나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상업적 거래가 이뤄지기 불편한 지점에 존재해온 작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에서 한 달에 공연되는 연극이 100여편인데, 지난 수년간 상업적 작품이 주종을 이뤘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제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연극인들의 고민이 최인훈 작품에 눈을 돌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 ‘반성과 대안찾기’를 공식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연극 기획자와 연출가들 사이에 이미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됐었다는 진단이다.

 

연극평론가 장성희의 지적도 이와 통한다. 그는 “공공성을 가진 연극단체와 극장들이 문학성과 연극성을 두루 갖춘 작품, 연극사적 의미가 있는 작품을 고민하다가 최인훈의 희곡에서 해결책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스와 그레텔>은 밀실과도 같은 공간에 갇힌 사람과 간수의 대화를 통해 자유와 휴머니즘을 그려낸 작품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평강과 온달의 이야기를 통해 인연과 업보, 권력의 비극적 속성을 묘파한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아기장수 설화를 끌어와 민초들의 고난과 구원을 그리며, 22일부터 무대에 오를 <둥둥 낙랑 둥>은 자명고 설화를 소재로 삼아 인간의 욕망을 탐색한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주지하다시피 최인훈은 극작가이기 전에 소설가. 1959년 등단한 그는 평생에 걸쳐 소설을 써왔지만 극작은 오로지 70년대의 10년간 이뤄진 작업이었다. 한데 그의 희곡에서 ‘줄거리’는 작품의 본령이 아니다. 이에 대해 국립극단 최치림 예술감독은 “최인훈은 스토리에 집착하지 않는 작가”라며 “전통설화를 끌어오지만 그것을 통해 다른 무엇인가를 표현하려는 작가관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리스 연극이나 셰익스피어의 작품, 스페인의 가르시아 로르카나 미국의 테네시 윌리엄스 같은 현대의 위대한 극작가들의 작품이 다 그렇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스토리를 뛰어넘어 상징과 은유가 풍부히 내장됐다는 점은, 오늘날 최인훈 연극이 다시금 조명받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상징과 은유, 알레고리 같은 것들이야말로 연극의 불씨”라며 “(최인훈의 희곡은) 그것이 강렬하기 때문에 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옷을 입기에 적절하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연출가들이 변주할 ‘여백’이 넉넉하다는 뜻. 이 지점에서 최 감독은 영국의 세계적 연출가 피터 브룩(84)을 인용하면서 “셰익스피어를 만나면 셰익스피어를 범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는 불가의 화두와 닮았다. 결국 2009년 한국의 연출가들에게, ‘최인훈의 희곡’은 범하거나 죽여야 할 전범(典範)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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