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열차 타고 떠난다, 인도 불교성지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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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12.07 11: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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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부처 ○○○는 발길, 그 자체가 고행
ㆍ순례자의 숨결 깃든 보리수나무·열반당
ㆍ마하보디 사원 승려들의 고단한 몸짓
ㆍ갠지스강 석양 아래 저절로 깨달음이…

 

인도에는 부처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열차가 있다. 인도정부관광청과 국영 철도회사가 겨울철에 운행하는 ‘대열반열차(Mahapari Nirvan)’다. 옛날 수많은 승려가 목숨을 걸고 부처의 흔적을 따라 걸었을 그 길을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코스다.

 

■ 쿠시나가르의 열반당 전경

오후 4시. 델리에서 동쪽을 향해 밤새 달린 열차는 이튿날 새벽 가야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버스로 10㎞를 달려 보드가야에 이르렀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와 이를 기념해 BC 3세기 인도 아쇼카 대왕이 세웠다는 ‘마하보디 사원’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아쇼카 대왕은 인도를 통일하고 불교의 전파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한다. 마하보디 사원은 52m 높이로 뾰족한 피라미드 모양이 하늘에 닿을 듯하다. 중앙에는 마치 경주 석굴암 본존불에 금을 입힌 것 같은 불상이 근엄하게 중생을 바라보고 있다.

 

사원 외벽을 따라 돌아 들어가니 뒤편에 1870년대에 새로 심었다는 ‘후손’ 보리수나무가 가지를 넓게 펼치고 있다. 그 아래로 각양각색의 순례자, 여행객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거나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저마다 조용히 합장하기도 하고 불경을 왼다. 사원 주변에는 크고 작은 불탑이 빼곡하고 그 사이마다 땀에 젖은 승려들이 절을 한다. 한편에선 젊은 승려가 자기 키 높이의 불탑 꼭대기를 연방 닦아내고 있다. 묵묵히 움직이는 그들의 몸짓과 손짓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갈구하는 듯한 비장함이 느껴진다. 이렇듯 웅장한 유적지와 수많은 순례자의 표정에서 첫 번째 성지 탐방은 설렘으로 시작했다.

 

이튿날 아침 버스를 달려 라즈기르로 향했다. 붓다가 법화경을 설법했다는 ‘영축산’이 있는 곳이다. 성스러운 산을 오르는 길은 계단식으로 닦아놓아 단조로웠고, 10여 발자국 간격으로 손을 벌리고 앉아 있는 인도의 여인들을 못 본 척 지나치는 것도 여행의 일부로 생각하며 설법좌까지 올랐다. 100루피 한 장을 시주하며 이번 여행을 잘 마치게 해달라는 소심한 기도를 올려봤다. 버스는 다시 역사상 최초의 절이라는 ‘죽림정사’에 탐방객을 부려놓았다. 마음의 눈으로만 보라는 뜻일까. ‘최초의 절’이라는 상징성 있는 절이지만, 정자 같은 건물에 작은 금불 하나를 모셔놓아 사원이라기보다 공원처럼 수수해 보인다.

 

최초의 불교대학 ‘나란다’에서 비로소 불교의 발상지임을 느낄 수 있다. 나란다는 신라의 고승 혜초가 먼 길을 와 공부했다는 곳으로, 당시에는 2만여명이 기숙하며 불교를 공부했을 정도로 그야말로 대학 도시였단다. 지금은 건물 터와 일부 벽돌 건물만이 남아 있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열차와 버스를 바꿔가며 이어진 여정은 열악한 도로 사정과 한결같이 달라붙는 인도 오지의 남루한 어린이들, 입에 안 맞는 음식, 수시로 현지 사정에 따라야 하는 일정 등으로 차츰 인내심을 요구했지만 그 유명한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 석양과 힌두교의 장례식, 그 강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도 사람들을 가까이서 경험한 것은 오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부처의 열반상 앞에서 태국 순례단이 예불을 올리고 있다. 여행 5일째. 전날 밤 바라나시를 출발한 열차는 고라크푸르역에서 새벽을 맞았다. 붓다가 영원한 안식처로 선택해 열반에 들었다는 작은 시골마을 쿠시나가르.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기자도 순례자의 가슴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열반의 장소를 기려 만든 열반당에 맨발로 들어서니 거대한 부처상이 안식의 표정을 하고 옆으로 누워 있다. 태국에서 온 20여명의 순례단은 황금색 이불을 정성스럽게 덮어주고 예불을 올린다. 부처상의 발바닥에 붙여진 수많은 금박지에서 그보다 더 많이 다녀갔을 순례자의 숨결이 느껴진다. 여행 첫날 보리수나무가 있는 마하보디 사원의 승려들이 보여준 고단한 몸짓에서 느꼈던 그 신성함이 다시 보인다.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이른 부처의 마음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하다. 가부좌로 앉아 태국 순례단의 예불의식에 함께한 30여분 동안은 기자도 독실한 불교 신자의 모습이었다. 염화미소가 이런 것일까. 이 순간만은 비로소 여행객이 아닌 성지 순례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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