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가져도 가져도, 더 갖고 싶다…탐욕을 감염시킨 부자병 ‘어플루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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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12.04 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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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루엔자…올리버 제임스 | 알마

‘어플루엔자(Affuenza)’는 ‘어플루언트(Affluent·풍요로운)’와 ‘인플루엔자(Influenza·유행성 독감)’의 합성어다. ‘부자병’이고, 전염병이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현대인의 탐욕이 만들어낸 질병으로 정의된다. 책은 ‘어플루엔자’가 국가·사회·직업·성별로 나타나는 다양한 양상을 통계 분석을 이용해 거시적으로 분석한다. 1 대 1 관찰 면접 인터뷰의 미시적 관찰 분석 방법도 곁들였다. 2002년 출간된 <어플루엔자>의 연장선상에 놓인 책이다. 원제는 ‘어플루엔자 : 세상에서 제 정신으로 성공적으로 사는 법(Affluenza : How to be successful and stay sane)’. ‘어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 즉 처방·대안이 더 구체적·직접적으로 제시됐다. 영국인 저자가 영국적 상황 위주로 정리했지만, 한국적 맥락을 대입해 읽어도 무리가 없다.

 

2006년의 한 통계. 영국에서 연수입이 5만파운드(약 1억원) 이상인 사람은 그보다 적게 버는 사람에 비해 우울·불안 같은 정서적 고통에 더 많이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불안·우울할수록 소비해야 하고, 소비할수록 불안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이들 중 40%가 넘는 이들이 정말 필요한 것을 살 수 없다고 답했다. TV나 영화, 광고가 전염 매개체다. 한 광고 중역의 말이다. “광고는 사람들에게 그 상품을 가지지 않으면, 낙오자라고 느끼게 한다.” 저자는 “TV는 어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추구하는 목표가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보낸다”고 말한다. 예전엔 비교하고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 이웃이었다. 바이러스의 전파로 화려한 사생활로 화제를 몰고다니는 데이비드·빅토리아 베컴 부부가 ○○○아야 할 삶의 기준이 된 것이다.


‘어플루엔자 바이러스’ 전염의 매개체는 TV나 광고, 영화다. 이 매체들은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보여주면서 누구든 부유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퍼뜨린다. 예전 사람들은 유명하고 부유한 사람들을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으로 여겼다. 이제는 바이러스 전염의 결과, 베컴 부부 같은 유명인이 삶의 준거가 되었다. 바이러스를 만드는 건 ‘이기적 자본주의’라는 ‘불쾌한 정치경제학’이다. 특징은 4가지. △사업 성공을 현재 주가로 판단한다 △전기 같은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도록 몰아간다 △부자 과세를 제한한다 △소비와 시장의 힘이 욕구를 채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식 시장자유주의’이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소비주의’다. 전염의 결과 사람들은 에리히 프롬이 말한 ‘시장형 인간’으로 바뀐다. 자신의 가치를 성공과 다른 사람의 인정에만 의존하고, 스스로를 상품으로 여기게 된다.

 

덴마크는 저자가 꼽은 정상적 국가다. 덴마크인의 우울증은 유럽 본토의 절반 수준. 미국산 CD, DVD를 즐기는 이들의 비율은 영어권의 10분의 1이다. 덴마크의 사례에서 양성평등과 경제적 평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평균 임금을 보장하고, 상위직 보수를 평균 임금의 다섯 배 이내로 통제하자고 말한다. 부동산 가격에서 ‘0’을 하나 빼는 것도 대안이다. 저자는 “낙관주의자의 헛소리로 들린다면 생각해보라. 왜 실현될 수 없냐”고 반문한다.

 

‘이기적 자본주의’의 볼모가 된 능력주의·평등주의·여성해방·민주주의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정서적 애착·공동체·자치를 충족하는 ‘이타적 자본주의’의 실현이 근본 대안이다. 정치·선거 문제가 관건이다. “현재 (선출) 시스템은 일 중독자에다 카멜레온 같고 권모술수에 능하며 시장형 성격에다 인격장애인 인물에게 아주 유리하다.” 아울러 개인용 백신도 몇 가지 소개한다. 긍정적인 의지를 가져라, (광고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필요한 것을 소비하라 같은 조언이다. 핵심은 곧 프롬이 제시했던 “소유하지 말고 존재하라”는 슬로건이다. 윤정숙 옮김,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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