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인생/건강한실버] 나이와 정(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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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학 박사 임춘식
  • 09.11.25 14:31:28
  • 조회: 1451

 

우리나라 남도속요 중에는 남녀간에 정을 불로 비유한 <정(情)타령>이 있다. 정타령이 이 얼마나 해학적이며 조상의 슬기와 풍류가 담뿍 담겨 있는 타령인가! 정타령이 처음 불려지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 후 세월이 많이 흐른 것만은 분명하다. 그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이 많이 길어졌고, 현대인들은 옛날에 비해 잘 먹고 건강하여 위에서 말한 나이와 정의 관계가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을 불로 비유하여 나이와 연결시킨 것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15세의 번갯불 정이란 이도령과 성춘향 같은 사랑이다. 우리는 흔히 남녀간의 분별없는 한 순간적의 성적인 사귐을 ‘불장난’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부터 젊은애들 사이에 소위 번개팅이라는 것이 성행하고 있다. 번개팅은 바로 ‘현대판 번개불 정’의 단면인 것이다. 30세의 장작불 정은 절정기에 도달한 사랑이다. 왕성한 불길은 긴 밤을 흰밤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때는 적당한 조절이 필요하다. 장작불 앞에 바짝 다가가면 잘못하면 데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조금 썰렁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잘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천하의 변강쇠와 옹녀라 할지라도 큰 화상을 입거나 뼈도 못 추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40세의 화롯불 정은 은근한 사랑이다. 화롯불은 다독거리며 품고 앉아 있으면 한기를 느끼지 않는다. 화롯불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앉아 고구마나 군밤을 구워 먹거나, 적쇠를 올려 놓고 떡가래를 구워 먹는 그 구수한 맛이란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화롯불 정은 화롯불을 끌어 안듯 부부가 서로 끼어 안고 상대방을 보듬어 주고 자꾸 다독거리며 구수함을 느끼는 정이다. 50세의 담뱃불 정은 담뱃불처럼 빨지 않고 있으면 타지 않고, 빨면 연기가 나는 그런 사랑이다. 인생무상을 조금씩 느끼는 단계에서 느끼는 정인 것이다. 남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여 성기능이 감소되고, 여자들도 폐경 이후 성욕이 급격히 감퇴되어 생활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 부부간의 대화도 점점 줄고, 혼자서 뻐끔뻐끔 담배를 피는 시간이 늘 수 있다. 어느 한 쪽이든 상대방을 빨아 들이지 않으면 등 돌리고 자거나 각방을 쓰기 시작 한다.


60세의 잿불 정은 잿불처럼 전혀 불기가 없어 보이지만 된장 뚝배기쯤은 너끈히 데울 수 있는 사랑이다. 요즘 노인들의 성문화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르다. 특히 노인들의 성 생활 관련 조사 결과는 상식을 비웃는다. 이제 노인들의 성을 더 이상 노망이나 주책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70세의 반딧불 정은 반딧불처럼 반짝 반짝 불빛이 비치긴 하지만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사랑을 의미 한다. 노년의 성을 적절히 표현한 옛 노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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