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여백도, 쉼표도, 마침표도 없는 인생 ‘자유로운 부랑자의 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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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11.24 14: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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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서 1·2…잭 케루악 | 민음사

 

1차 세계대전 이후 소설가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이 미국에서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를 대표했다면, 2차 세계대전 때 사춘기를 보낸 젊은이들은 ‘비트 세대(Beat generation)’라 불린다. 군수산업이 가져다 준 풍요로운 물질주의, 냉전과 감시 속에서 체제순응적이고 보수적인 문화가 주류를 이루던 당시 ‘비트’는 억압적인 사회에서 자유로운 부랑자가 돼 진정한 깨달음을 얻고자 한 저항적 청년문화였다.

 

‘비트 세대의 경전’이라 불리는 잭 케루악의 장편소설 <길 위에서>가 출간됐다. <길 위에서>는 무명작가이던 케루악을 단숨에 ‘비트의 제왕’ 자리에 올렸다. 전후 미국 사회에서 저항적 비트 문화를 주도하고 1950년대 문화사에 큰 획을 그은 <길 위에서>는 지금도 미국·캐나다에서 해마다 10만부씩 팔리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는 60년대에 중역본이 소개됐으나 정식 완역본으로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서부와 멕시코를 자유분방하게 여행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길 위에서>로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은 소설가 잭 케루악(1922~69). 작품은 케루악과 그의 친구 닐 캐시디, 앨런 긴즈버그 등이 3년간 미국과 멕시코를 가로지르며 여행한 이야기를 다룬 일종의 ‘로드 소설’이다. 케루악은 40m 길이의 화선지를 타자기에 끼우고, 각성제 벤제드린과 커피에 의존해 거의 잠을 자지 않고 3주 만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 원고 전체가 행간 여백도, 쉼표도, 마침표도 없는 단 하나의 문단으로 구성됐다. 원래는 실명에다 마약, 동성애가 거침없이 표현된 이 ‘두루마기 원본’을 출간하겠다는 출판사가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많이 수정되면서 57년 초판본으로 출간,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은 케루악의 분신인 샐 파라다이스. 아내와 이혼하고 힘든 시기를 겪은 그는 딘 모리아티라는 전과범으로 자유분방하고 매혹과 광기에 넘치는 청년을 만난 뒤 서부 여행을 결심한다. 히치하이크로 동부 뉴욕에서 서부 샌프란시스코를 가로지르고, 다시 동서를 횡단한 다음, 멕시코로 남북 횡단을 벌이는 여정이 시작된다. 둘은 책임과 의무에 속박된 획일적 일상에서 벗어나 젊음과 자유와 방종을 만끽하고, 엉망으로 취하고, 마음껏 사랑하고 헤어진다. 술과 음악, 히치하이크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열정적인 길 위의 삶에 도취된다. 부랑자, 멕시코인, 물라토, 흑인 등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며 미국 사회의 중심에서 볼 수 없는 주변부의 삶을 보여준다. 문장은 이들의 자유로운 의식과 여정을 ○○○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즉흥적인 재즈 선율처럼 춤춘다.

 

술과 마약, 재즈에 취해 극도의 흥분 상태에 있는 인물들의 모습은 때로는 광기어린 미치광이처럼 비치고, 무분별한 젊음의 과잉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은 억압된 사회에서 벗어나 순수한 열정을 드러내는 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들의 여행담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매혹적이며 가슴 속의 자유로운 영혼과 충동에 말을 건네는 것 같다. 해제를 쓴 페니 블라고풀로스는 말한다. “<길 위에서>를 경험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창가에 홀로 앉아 시 한 편, 그림 한 편, 우연히 생겨나는 노래 한 곡이 분류(奔流)하는 것을 느끼면서, 케루악의 말마따나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삶의 열정적인 집념을 번역’하는 것을 보장하는 보이지 않는 힘 쪽으로 머리를 약간 기울이는 것이다.” 이만식 옮김. 1권 1만원·2권 1만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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