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안숙선·장사익 “올핸 더 ‘특별한 협연’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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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11.20 13: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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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 안숙선과 음유시인 장사익이 올해에도 ‘안숙선&장사익 송년특별콘서트’를 펼친다. 지난해 처음 열렸던 이 합동 콘서트는 각자 장르에서 한국을 대표해온 두 음악인이 처음으로 이름을 함께 내걸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또 순식간에 전석을 매진시키며 안숙선·장사익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지난 5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에서 만난 1949년생 두 동갑내기는 “나이는 같은데 나보다 한참 오라버니로 보인다”거나 “무슨 소리유! 내가 훨씬 젊어 보이지”라며 농을 주고받았다. 또 두 사람은 “올해 공연은 지난해보다 좀더 공을 들이겠다”면서 “안숙선과 장사익만이 해낼 수 있는 ‘특별한 협연’을 보여주는 게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올해의 ‘안숙선&장사익 송년특별콘서트’에서는, 안숙선이 부르는 ‘찔레꽃’과 장사익이 부르는 판소리 단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숙선과 장사익의 이중창은 물론 장구와 태평소가 어우러지는 독특한 이중주도 펼쳐질 예정이다. 공연은 다음달 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85-5405, 1544-1555

 

안숙선(이하 안): 제가 장사익 선생을 처음 보았던 게 신촌에 있던 자그마한 극장에서였어요. 사물놀이 하는 김덕수씨가 다른 장르와 협연을 한다고 해서 갔는데, 거기 장 선생이 계셨어요. 그날 노래하시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는데, 참 특이한 스타일이었죠. 그때나 지금이나 장 선생 같은 스타일로 노래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아무도 없어요. 게다가 성음(聲音)이 우리 판소리와 아주 흡사해서, 그것이 무대가 되었든 사석이 되었든,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게 벌써 어언 20여년 전이죠.

 

장사익(이하 장): 저는 93년에 강릉에서, 안숙선 선생이 소리하시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죠. 함께 무대에 처음 섰던 건 국립극장에서 불교음악을 공연할 때였는데, 그때는 두 사람 이름을 내건 경우는 아니었어요. 공연에 초청된 여러 인사 가운데 안 선생도 계셨고 저도 있었죠. 스스로의 이름을 내걸고 공연을 펼친다는 건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죠. 지난해에 시작했던 ‘안숙선&장사익 송년특별콘서트’는 만난 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해본 합동 콘서트였어요. 솔직히 안 선생은 우리의 판소리를 상징하는 분 아닙니까. 저는 지난해에도 안 선생이 과연 둘의 이름을 내건 콘서트에 참여하실지 어떨지, 긴가민가했죠. 두 사람 모두에게 일종의 모험이 될 수도 있고, 자칫 본전도 못 찾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흔쾌히 오케이 하셨다는 말을 듣고 무척 고맙고 반가웠죠.

 

안: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올해는 우리가 뭉쳐서 할 수 있는 어떤 특별한 걸 관객들한테 꼭 보여드려야 해요. 얼마 전에 어떤 소프라노 한 분과 합동 콘서트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왔어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성악가인데, 제가 고심 끝에 ‘그분하고 나하고 같이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물었죠. 그런데 그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냥 나는 나대로, 그 소프라노는 그분대로, 따로따로 1·2부 나눠서 공연하는 거죠. 그런 거라면 굳이 두 사람 이름을 함께 걸고 공연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공연에 오는 관객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뭘 만들어낼지가 궁금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올해는 좀더 본격적으로 ‘합동 콘서트’의 의미를 만들어보자고요. 이번 무대에서는 장 선생께서 꼭 판소리 한 대목을 하세요. 나도 장 선생의 히트곡을 불러 볼 테니까요. 각자 자기 것만 하는 건 재미없어요. 같이 듀엣으로 노래하는 것도 좋고요. 물론 리허설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그게 관객에 대한 예의죠.

 

장: 아이고, 제가 판소리를요? 어떻게 갑자기 제가 그걸 한대요? 공연히 판소리를 욕보이면 어쩌려고요. ‘농부가’ 같은 민요야 할 수 있지만…. 판소리는 아무래도 좀 벅찬데.

 

안: 뭘 그렇게 지나치게 겸손을 보이세요. 판소리를 모르는 분도 아니면서. 제가 가르쳐 드릴 테니 마음 푹 놓으세요. 그리고 장 선생 노래 중에서도 제 목소리에 잘 맞을 걸로 몇 곡만 골라주세요. 저도 열심히 연습할 테니까요. 그게 아까 말씀하신, 이름에 책임을 지는 거잖아요. 얼마 전에도 말이죠, 김덕수씨하고 ‘공감(共感)’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했는데, 판소리 ‘수궁가’를 같이했어요. 제가 토끼를 하고 덕수씨가 자라를 했는데, 관객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장: 그래요? 그러면 농악도 한마당 할까요. 제가 새납(태평소·날라리)을 불고 안 선생이 장구나 꽹과리로 장단을 치시면 어때요. 제가 굿거리장단에 맞춰서 신나게 한번 불어볼 테니까.

 

안: 좋죠. 제가 원래 설장구를 쳤잖아요. 제가 장단으로 한 바퀴 돌고, 장 선생이 새납 불고…. 좋아요. 한번 맞춰 보자고요.

 

장: 허, 이거 할 일이 점점 태산이네. 어째 하나도 거절을 안하신대요?

 

안: 장 선생 소리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는 점에서, 크게 보자면 판소리와 맥이 같아요. 그냥 노래가 아니라 ‘장사익의 소리’죠. 그래서 같은 무대에 서는 걸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으니까요.

 

장: 심금을 울리는 거야, 안 선생의 소리가 더 진하죠. 게다가 안 선생 소리는 세월이 갈수록 더 섹시해진다니까요. 아주 농익은 소리죠. 오랫동안 소리를 하신 분들에게서 나오는 ‘안기는 소리’라는 느낌이 들어요.

 

안: 에구 망측하게, 섹시라뇨? 지금 나이가 몇인데(웃음). 어쨌든 제가 재즈나 관현악과도 협연을 해봤지만, 뭔가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다른 장르와 어떤 지점에선가 예술적으로 만나야 하는데, 그게 영 쉽지 않았죠. 그래서 몇해 전부터 그런 작업을 작파했어요. 쉽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는 건 의미가 없거든요. 그리고 함께 무대를 만들려면 두 사람 사이의 인간적 공감이나 우정 같은 것도 필요한데, 저는 장 선생이 3~4년 전에 러시아 공연차 함께 갔다가, 저한테 목 관리를 위한 체조와 호흡법을 가르쳐주신 걸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참 자상하고 따뜻한 분이세요.

 

장: 저는 얼마 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어요. 달리는 걸로 건강을 지키죠. 안 선생도 제가 가르쳐드린 체조를 날마다 꼭 하시라고요. 소금물로 가글하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 그래야 올해 공연은 물론이고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죠.

   

다음달 1, 2일 합동 콘서트를 여는 1949년 동갑내기 음악인 장사익(왼쪽), 안숙선이 서울 남산 국립극장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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