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의학] “아토피, 피부면역 결함이 문제 항균·청결 능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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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11.13 13: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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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아토피 피부면역학회·대한복지회 ‘아토피 개선 캠페인’
ㆍ증상심화 과정·대처 수칙 등 강연

 

지난 6일 서울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린 아토피 건강강좌. 아침부터 추적거리는 비와 신종플루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500명에 가까운 양천구민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가지각색의 성별과 연령대는 아토피 피부염이 어느 한 계층만이 아닌 전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는 ‘국민질환’이라는 것을 여실히 체감케 해준다.

이번 건강강좌는 아토피피부면역학회와 대한복지회, 양천구청(구청장 추재엽) 등이 공동 진행하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 포기하지 마세요” 희망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 아토피 피부염 이기는 6개 건강수칙 제시

강좌는 처음부터 청중의 의표를 찔렀다.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으로 세균 접촉 기회가 적어진 것이 아토피에 걸리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김정진 아토피피부면역학회 회장이 말하자 갑자기 청중이 웅성거린다. “그러면 오히려 더럽게 하라는 이야기야?” “병원에서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피하라고 했는데….”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 자체 자연면역력 결함으로 생기는데, 면역력은 오히려 외부 요인들과 자주 싸우면서 강해지기 때문”이라는 김 회장의 설명에 그제야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10년 넘게 고생하고 있는 고등학생 아들을 위해 하루 종일 집안 청소만 하고 있다는 주부 김숙영씨(45·목1동)는 “10년 전 먼지 알레르기가 있다는 검사 결과에 따라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청소를 해 왔는데, 그것만이 아들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딸(6)과 아들(4) 모두 아토피를 앓고 있는 주부 신혜경씨(37·신월2동)도 “이유식을 할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에 좋지 않다는 음식은 철저히 배제하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아이들만 힘들어하고 병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무균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부모들은 아토피에 좋지 않다는 음식은 자녀에게 먹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이날 강연에서는 이런 것들이 아토피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 핵심을 이뤘다.

 

김 회장은 “아토피와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것은 세균이 아니라 면역체계의 오작동”이라며 “세균을 박멸할 것이 아니라 면역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을 이기기 위한 6가지 건강수칙도 제시됐다. △ 아토피에 대한 스트레스를 먼저 없앤다 △음식을 지나치게 가리는 것은 스트레스만 가중시키고 도움이 안 된다 △ 세균 없는 환경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세균을 받아들여 싸워 이긴다고 생각해야 한다 △ 집 안의 온도를 오히려 높이고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리는 것이 좋다 △ 건강보조식품이나 약을 먹을 때는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 피부 면역력을 튼튼하게 해 줄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와 끈기를 가져야 한다 등이 그 내용이다. 강의를 들은 주부 박하나씨(39·신정1동)는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아이들이 편안해하고 나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까 자꾸 증상 개선에만 초점을 두게 된다”며 “하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면서 한 번은 겪고, 면역력을 키워서 이기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아토피 치료에 꼭 필요한 ‘증상심화 과정’

이날 강좌에서 관심을 모은 또 하나의 화제는 ‘증상심화 과정’이다. 즉 아토피 피부염이 나으려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가급적 자극을 줄여 증상을 완화시키려 했던 아토피 자녀의 부모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김 회장은 “결함이 생긴 면역력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혼재된 면역반응이 일어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시기가 생기는데, 일반적으로 1~3년이 걸린다”며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성장기 이전에 이 시기를 잘 넘기고 나면 평생 아토피를 이길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몸에 생기는 발열이나 고름, 통증, 염증 등은 자연면역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아토피 환자라면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맹장수술을 하고 난 뒤 방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토피를 앓고 나면 노란 딱지와 고름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스러운 면역반응이 일어나기도 전에 가렵다고 보기 싫다고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인위적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면역의 불균형을 초래해 결함을 더 커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강좌가 끝난 후 강의실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아 보였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6살짜리 손자를 둔 할아버지 노석래씨(64·목3동)는 “평소 아토피는 잘 낫지 않는 불치병으로 알고 있었는데, 일정 기간 고생하고 나면 나을 수 있다니 손자에게 이 소식을 빨리 알려줘야겠다”고 기뻐했다. 추재엽 양천구청장은 “한 번의 강연으로 모두가 이해하기를 바란 것은 아니다. 청중의 절반이라도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가졌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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