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천년을 이어온 중생들 염원부처는 아실까…용선대 창녕 관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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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11.05 14: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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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배 모양 암반위 돌부처
ㆍ관룡사 법당·삼층석탑 소박한 아름다움 묻어나

 

어느 장난기 많은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창녕 용선대의 돌부처를 두고 ‘타이타닉 부처’라고 써놨다. 그럴 수도 있겠다. 불가에서 용선이란 고해의 바다를 헤치고 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을 뜻한다. 반야용선은 중생이 사바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彼岸)의 세계로 가게 해주는 반야바라밀의 배다. 쉽게 말하면 용선대가 극락 가는 배이고, 돌부처가 선장이다. 다만 용선대 돌부처는 타이태닉호와 달리 침몰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묵묵히 세상의 천변만화를 지켜봐 왔다. 모질고 고된 비바람 속에서 무려 1300년을 말이다.

 

창녕 하면 우포늪과 화왕산 억새밭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까지 먼 발걸음을 했다면 한 번쯤 꼭 봐야 할 곳이 있다. 화왕산 관룡사와 용선대다. 용선대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지만 관룡사도 다른 절에서 볼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관룡사의 묘미는 소박함이다. 먼저 용선대부터 얘기하자.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사진만 보면 까마득한 벼랑에 부처가 앉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절에서 딱 500m만 올라가면 용선대가 있다. 해서 초등학생들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니 겁먹지 말자. 암벽 등반이 아니다.

 

조금 떨어진 바위에서 용선대를 바라보면 암반 전체가 정말 배처럼 보인다. 용선이란 이름이 그냥 나온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130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부처의 주름자락과 손톱모양까지 윤곽이 그대로 남아 있다. 부처는 동쪽 산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대체 언제 누가 부처를 세웠을까? 올 봄에 최성은 덕성여대 교수가 팔각형 연꽃무늬 좌대에서 722~731년 사이에 제작됐음을 보여주는 명문(銘文)을 발견했다. 불국사가 세워진 것이 751년이니 무려 20~30년이나 앞선 것이다. 아마도 부처를 이 자리에 놓은 사람들은 구원의 손길을 간절하게 원한 사람들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배 모양의 암반을 발견하고 돌부처를 깎아 산 중턱까지 옮겨 놓았겠는가. 신라가 삼국을 통일(676년)한 후 반세기 정도가 흘렀으니, 이제 평화의 시대가 이어지기를 염원하는 민초들의 심정이 담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잠깐, 배산임수란 원칙과 달리 동쪽으로 돌아앉아 있다. 중생들이 사는 마을에서 고개를 돌려 동쪽을 보고 있다. “원래는 용선이란 중생을 구제하는 것인데 당연히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죠. 일제 때 남향에서 동향으로 부처의 방향을 바꾼 겁니다.”  김량한 문화유산해설사는 그 때문에 바닥돌에 딱 맞췄을 법한 좌대에 틈새가 생겼고 주먹돌을 괴어놓았다고 설명한다. 돌부처는 당시 마을 사람들에겐 등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산 아래서 자신을 굽어보고 있는 부처를 바라하며 고된 생활을 이겨냈을지도 모를 신라인들을 생각해보시라. 지금도 용선대에 가면 정성을 다해 절을 하는 불자들을 볼 수 있다. 신종플루 걸리지 말고 자식놈 건강하게 해달라고, 정부가 아무리 경제가 좋아졌다 좋아졌다 해도 앞날이 영 불안하니 사업 잘 되게 해달라고…. 특히 수능에서 좋은 점수 얻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리는 아낙들이 많다. 험한 산길을 돌아 내려와 108배까지 하고 가는 산악인도 만났다.

 

관룡사도 아름답다. 어귀에는 해학적 표정을 지닌 2m 이상 되는 석장승 2기가 서 있다. 석장승이 제법 커서 절도 꽤 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일주문도 따로 없다. 절 앞에는 야트막한 돌담장이 있다. 어른 키보다 조금 큰 담장의 어깨 높이의 석벽에는 ‘佛’자가 새겨져 있다. 여기서부터 불문(佛門)이란 뜻일 것이다. <답사여행의 길잡이 경남>에도 이 돌문이 일주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돼 있다. 지붕을 낮게 해서 고개를 숙이게 하는 유가(儒家)의 담장같이 낮지는 않지만 사람 하나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으로, 앙증맞긴 하지만 산사로 들어간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법당 역시 오밀조밀하게 배치됐다. 대웅전과 범종각, 공사 중인 강당을 제외하면 나머지 법당은 좀 작다 싶었다. 특히 약사전은 처마가 낮았고, 석불을 모셨는데 눈높이가 탐방객과 맞았다. 규모가 크면 위압적일 수 있고, 화려하면 소외감을 줄 수 있는데 이 돌부처는 평범하다. 잘 생기지도 않았다. 근엄하지 않고, 외려 중국풍이 은근히 풍기는 것도 같다. 소박해서 ‘감히’ 얼굴을 뜯어보게 된다.

 

약사전 앞마당에 있는 삼층석탑도 마음을 쏙 빼놓는다. 손을 뻗으면 탑 머리도 만질 수 있는 높이 2m 정도의 ‘꼬마탑’이다. 처음엔 더 높았으나 부서지고 무너져서 다시 세웠을지도 모른다. 조형미가 좋은 것도 아니고 대단한 멋도 없지만 정감이 간다. 누가 이 탑을 세웠을까? 비록 솜씨도 서툴고, 돈도 없지만 정성 하나로 탑을 바친 석공일까. 탑은 신라말에서 고려초 양식이란다.

 

화왕산은 요즘 억새가 한창이다. 화왕산 억새평원은 백록담이나 천지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화왕산은 산들이 솟구쳐 일어난 형상이다. 1등산로에서 보면 설악산 암벽 같기도 하다. 뻣뻣하게 솟구친 등산로를 바투 올라서면 움푹 파인 5만평의 억새평원이 펼쳐진다. 올 대보름 불놀이로 희생자가 발생했던 안타까운 현장인데 억새는 좋다. 17년째 지게에 음료수를 지고 올라와 팔고 있는 50대 남자는 “올 정월에 쥐불놀이로 불상사가 있어선지 등산객이 줄었다. 지난해의 60~70%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가을 하늘은 푸르고, 화왕산 억새도 좋고, 고해의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용선대도 아름답다. 창녕, 지금이 딱이다.


■ 여행길잡이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빠진다.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좌회전해 창녕 방면으로 간다. 첫번째 3거리를 지나 4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한다. 마산 방면 1080번 도로 이정표를 보고 달리다 계성 이정표가 나오면 오른쪽으로 빠진다. 차 한 대 다닐 수 있는 굴다리를 지나 달리면 화왕산 관룡사 가는 길이다. 이정표가 거의 없다. 화왕산군립공원 이정표를 보고 달리면 관룡사 건너편 등산로 입구이니 주의해야 한다. (055)521-1747

 

*억새를 보러 가는 길은 용선대를 지나 가는 길도 있고 반대편 산자락(도성암) 쪽으로 가는 길도 있다

용선대를 거쳐 올라가는 길은 이정표가 거의 없어서 헷갈린다. 기자도 헬기장까지 올라갔다가 이정표가 없어 내려왔다. 차를 타고 돌아나와 읍내 쪽으로 오면 화왕산군립공원이 있다. 여긴 등산 이정표가 잘 돼 있다. 코스는 1~3코스가 있는데 2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1코스는 바위절벽을 타고 ‘네 발로’ 가야 할 정도로 험하다. 3코스는 도성암 방면이다. 2코스는 1시간이면 올라간다. 1코스로 내려오면 화왕산의 거친 산줄기를 볼 수 있다.

 

*관룡사 아래 토속고향보리밥(055-521-2516)은 30년 이상 했단다. 된장에 비벼 먹게 나오는 보리밥(쌀밥도 준다)도 맛있다. 6000원. 수육은 1만원. 송이밥, 송이닭국도 한다. 관룡사 가는 길에 된장마을이 있고 식당이 많다. 관룡사 아래에 펜션도 꽤 있다. 부곡온천에 가면 호텔도 있고, 모텔도 많다. 창녕군 http://tour.c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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