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국내 여성 헤드헌터 1호 유순신의 ‘고용불안시대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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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9.17 09: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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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승무원 첫발… 친화력 뛰어나
ㆍ“덕장시대는 갔어요, 21세기형 인재는 힘을 지닌 창조형 CEO”
ㆍ“장년은 연륜 갖춘 진정한 실력자… 평판관리 잘 하셔야 합니다” 


“나는 자리가 없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 어떻게 최선을 다할까 걱정할 뿐이다. 나는 세상에서 이름을 얻는 데 연연하지 않는다. 이름값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2500년 전 사람인 공자는 직장이나 출세에 이렇게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공자는 관리로는 출세하지 못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일자리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고, 세상은 어떤 인재를 원할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앤파트너즈 대표인 유순신씨가 최근 60세 된 전직 글로벌기업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자기 회사 임원으로 영입해 화제다. 50대 이후에 취업하면 조상묘를 잘 쓴 덕이란 말까지 나도는 시대에 고령의 여성을 임원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뭘까. 그는 “청년 취업보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가 장년 재취업”이라면서 “연륜과 경험이 많고 여전히 건강한 장년층에게 재능과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는 것이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여성 헤드헌터이며 대표적 헤드헌팅회사를 운영하는 유순신 대표를 만나 최근 그가 관심을 쏟고 있는 장년 취업과 고용불안 사회에서의 생존법 등을 물어봤다.


-왜 장년 재취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각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정부가 바뀌면서 너무 많은 인재들이 일자리를 잃었어요. 요즘은 고령화시대여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50·60대에게서 일을 뺏는 것은 삶의 의미를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 기업체가 신입사원 한 명을 뽑아도 3~4년 동안 수억원을 들여 훈련을 시킵니다. 수십년의 경력과 연륜으로 얻은 노하우와 인맥을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낭비죠. 각 분야에서 능력을 갖춘 유효인력들을 위한 취업 연결고리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보려고 합니다. 전관예우나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진정한 실력자들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기업체나 정부가 함께 모색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17년 전에 처음 헤드헌팅을 시작했는데 그 분야도 변화가 크죠?

“초창기엔 외국계 기업에서 중역으로 쓸 만한 국내 인재를 찾아달라는 요청이 대부분이었어요. 이젠 국내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정부부처까지 전 분야에서 요청이 옵니다. 대기업에선 해외에 있는 인재를 원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외국인들도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이력서를 보내와요. 제게 오는 구직메일의 30%가 외국인의 것이에요. 20여년 전엔 외국계 기업의 연봉이 월등히 높았지만 이젠 국내 기업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높기도 하고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의 해외실적이 좋아 우리 기업들의 매력도가 높아진 덕분이죠. 또 업종 구별도 없어졌어요. IT 전문가여도 리더십이 좋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서비스 업종 CEO로의 전업도 가능합니다. 이제 인재시장에서 국적, 성별, 전문업종의 벽도 사라졌습니다. 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역량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죠.”

 

-구직 활동을 하는 이들의 태도도 달라졌죠?

“전에는 ‘혹시 직장을 옮길 생각이 없냐’고 전화하면 경계를 하던 이들이 이젠 굉장히 반가워해요. 직장이 과거엔 한 번 타면 종착역까지 쭉 가야 하는 열차형이라면 이젠 수시로 옮겨 다니는 헬리콥터형으로 바뀌어서 직장이나 직업을 바꾸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 같아요. 또 외국계 기업의 중역들이 이젠 자신의 재능과 노하우를 국내 기업에서 발휘하고 싶다며 연봉이 낮아도 이직하는 사례가 많아요. 또 젊은층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자기 이력서를 헤드헌팅회사에 보내기도 하죠.”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CEO의 예를 들면 시대별로 역할과 유형이 다릅니다. 1960년대는 창업가형, 70~80년대는 사업확장형, 80~90년대는 관리형, 1993~2008년은 구조조정형이라면 현재는 창조형 CEO의 시대입니다. 또 과거엔 외부 영입을 잘 안했지만 학교, 경력, 집안 등이 무난한 사람, 즉 덕장을 원했어요. 요즘은 살벌한 기업환경에서 전쟁터 야전사령관처럼 얼마나 업무수행을 잘 할까를 중요시합니다. 매우 적극적이고 추진력이 강하고, 목표를 정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에 인간관계가 폭넓은 팔방미인형을 원하더군요. 21세기형 인재란 기업을 강하게 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죠.”

 

-그런 인재가 많나요?

“요청한 회사에서도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웃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분들을 찾다보면 제가 과거에 많은 이들에게 직장을 옮기라고 종용한 죗값(?)을 받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한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도 최선을 다해 찾다보면 적합한 사람이 나온다는 겁니다. 대부분 한 자리에 100명 정도의 후보자 명단을 놓고 일일이 점검하고 본인에게도 즉시 이동하는 게 가능한지 의사를 타진하고 각종 조사와 면접을 거치다보면 5명 정도로 추려집니다. 그 사람을 기업에서 또 몇차례 인터뷰해서 4~6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찾아져요.”

 

-대개 어떤 과정을 거칩니까.

“인재를 구하는데 청탁이나 주먹구구식 방법으로 하진 않죠. 학력이나 경력 등은 자료 확인으로 가능하고, 요즘 중요한 것은 평판입니다. 전문가들이 만든 아주 과학적인 매뉴얼이 있어서 다각도로 분석해 평가를 해요. 360도 평판 조회를 하는데 채용후보의 상사에게는 충성도를, 동료에게는 팀워크, 부하직원에겐 리더십을 물어봅니다.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스킬, 업적 등 10가지 설문조사도 실시합니다. 특히 돈 문제나 여성 문제가 발생하면 끝이에요. 얼마 전 모 은행장 채용에서 90% 합격이 확실했는데 직장에서 여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사례를 알게 되어 결국 무산됐어요. 이력서나 면접이 그 사람의 앞모습이라면 평판은 뒷모습입니다. 보험에 들 듯 자신의 평판 관리를 해야 해요.”

 

-인재를 찾아도 설득 과정이 쉽진 않을 텐데요.

“사람 찾는 것이 50%, 협상 과정이 50%로 매 순간이 어렵죠. 원하는 인재는 비슷한 스타일인데 인재풀은 빈약하니까요. 인재는 곳곳에서 영입 제안을 받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힘듭니다.”

 

-새 직장을 찾는 이들의 메일을 하루에도 수백통 받는다던데 구직자들의 가장 큰 착각은 뭔가요.

“새 직장만 구하면 훨씬 좋은 조건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거란 환상이죠. 현 직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좋은 업적을 얻지 못한 사람은 어딜 가도 성공하지 못해요. 성공경험이 있어야 또다른 성공을 합니다. 여기 토양이 나쁘다, 다른 환경에선 잘할 수 있을 거란 환상을 버리고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빛을 발해야 남의 눈에도 띄죠. 만일 전직을 원한다면 우선 왜 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지, 자신의 진정한 재능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지를 스스로 적어봐야 해요.”

 

-이 회사를 통해 새 직장을 얻은 분들은 다 만족하나요.

“그렇진 않죠. 일단 새로운 직장이나 새 직업으로 바뀌면 조직문화나 직위에 대한 적응기간도 필요하고 기대치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한 CEO는 새 직장의 시스템이 형편없다며 그만 두고 싶다기에 ‘몇개월만 참아보라’고 했죠. ‘매일 불만 사항을 A4 용지에 적어 그 종이가 채워지면 그만 두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3개월이 지나도 그 종이가 채워지지 않았고 그 후엔 적응해 잘 다니고 있습니다.”

 

-요즘은 직장에서 정년을 채우기 힘듭니다. 전직을 대비한 준비사항은 뭘까요.

“부장급까지는 회사 안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해 스페셜리스트로 부각되는 게 중요합니다. 부장 이후엔 내부는 물론 외부에 자기를 알리는 일도 중요합니다. 다른 직종의 사람들과의 폭넓은 교류를 통해 세상을 넓게 봐야 전략도 나오고 회사의 말썽꾼을 다스릴 지혜도 나오니까요. 각종 모임은 물론 대학원을 활용하는 것이 좋죠. 평소에 해마다 자기 이력서를 새로 쓴다는 마음으로 자기경력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우울만 파는 I자형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유능한 T자형 인재로 자신을 발전시켜 가야죠.”

 

-재능과 열정은 있는데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헤드헌팅회사를 활용하세요. 다만 자기 이력서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시장에 나오면 소문이 잘못나거나 현재 있는 회사에 알려져 불이익을 당할 위험도 있습니다. 믿을 만한 업체나 신뢰도 있는 헤드헌터를 찾아 정기적으로 상담을 하는 게 낫죠.”

 

-최근엔 대기업의 여성 임원 기용이 늘었습니다.

“시대가 바뀐 거죠. KT 이석채 회장의 경우엔 취임하자마자 ‘여성 소비자들을 이해하려면 여성 임원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여성들이 섬세하고 열정적이고 깨끗하다는 것은 다 알고, 여성 임원을 채용하는 것이 기업체 이미지에도 좋고 진보적으로 보인다는 사회분위기의 영향도 크죠. 지금도 여성 임원을 구해달라는 기업체는 참 많은데 여성인재가 드물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끝까지 버틴 여성 간부들이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요. 여성들은 일에만 몰두했지 조직의 흐름을 파악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 남성들은 상사에게 ‘걱정마십시오. 제가 책임질 테니 그 일은 잊으셔도 됩니다’라고 나서 충성심을 보이는데 여성들은 갈등이 생기면 ‘나 안할래요. 내가 그만 두면 되잖아요’라고 물러서니 중요한 일을 맡기길 꺼립니다. 유능한 여성인재들이 많은데 그들을 만나보면 다들 ‘가슴에 사표를 품고 다닙니다’라고 비장하게 말하지만 정작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버틸 힘을 키우거나 내공을 쌓으려는 노력은 안하더군요.”

 

-유 대표 본인은 어떻게 직장을 찾았나요.

“저도 파란만장했죠. 대학 졸업후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해 결혼하고 이직을 결심했어요. 3년반 동안 이력서를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는데 나이가 많다고 안 받아주더군요. 스물여섯인 나이가 많다거나 결혼했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어요. 인사담당자와 싸우는데 프랑스인 사장이 나와 ‘유부녀여도 괜찮다’기에 새 직장을 얻었고 그 후에도 4번 직장을 옮겨 2003년에 제 회사를 차렸습니다.”

 

-500개가 넘는 헤드헌터 회사 중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비결은 뭔가요.

“인재 추천 서비스 외에 퇴직자 재취업, 평판조회, 채용대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전문협력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적자원에 관한 원스톱 서비스 체계도 갖췄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을 준 겁니다. 전 어떤 약속이건 약속은 꼭 지키고 믿음을 주려고 했어요. 그저 하는 인사말인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지’는 제게 안 통해요. 전 확실한 시간을 정해 꼭 밥을 먹습니다.”

 

-항상 봐도 완벽한 모습을 연출하는데 사업에 외모가 영향을 미치나요.

“당연하죠. 피부관리나 의상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행복하고 기분좋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화장도 열심히 합니다. 내가 나 자신에 만족해야 상대도 호감과 신뢰를 갖죠. 요즘은 남성 CEO를 찾을 때도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데 남들이 보기에도 번듯한 사람을 구해달라’는 조건을 붙여요. 꽃미남이 아니라 남들에게 기분좋은 느낌을 주는 표정과 카리스마, 패션감각을 요구하는 거죠. 야전사령관 같은 승부근성에 부드러운 피부를 다 갖춰야 살아남는 시대랍니다.”

 

■ 유순신은 누구인가

국내 여성 헤드헌터 1호. 성신여대 졸업후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직장생활 시작. 외국계 회사에서 영업분야를 체험한 후 2003년 유앤파트너즈란 회사를 설립. 헤드헌팅만이 아니라 인력지원 서비스, 커리어컨설팅 등 인재 관리 전문회사로 성장시켰다. 성신여대·이화여대 겸임교수로 강의도 하고 현대건설 모델로도 활약했다. 1주일에 3번 이상의 조찬모임을 갖는 등 수면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쁘지만 주말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자신의 시간을 갖는 것이 건강비결. 1957년생인데 10년은 젊어 보이는 미모와 세련된 매너로 자신을 아는 모든 사람들을 팬으로 만드는 친화력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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