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탐스러운 ‘가을 공주’…밤고을 정안서 가을 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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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9.10 10: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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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천년고찰 마곡사에선 잘 익은 말씀 줍고…

   

알밤 줍기는 스테디셀러다. 밤으로 유명한 공주시 정안면의 경우 해마다 5만명이 찾는다. 밤 줍기 외엔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데 왜 사람들이 몰릴까. 이유는 간단하다. 낸 돈만큼은 밤을 주워갈 수 있어 실속이 있다. 별 준비 없이 소풍을 겸해 다녀올 수도 있다. 밤 생산량이 국내에서 가장 많다는 공주에 다녀왔다. 정안에서 밤도 주워보고, 인근에 있는 마곡사도 들렀다. 가을 하루 나들이로 괜찮다. 게다가 가기도 편해졌다. 충남 공주는 교통의 요지가 됐다. 지난 여름 대전~당진 고속도로, 서천~공주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기존의 천안~논산 고속도로까지 합하면 고속도로만 3개가 공주를 지나간다. 사통팔달이다.

 

정안농협 뒤편에 있는 마을은 대부분 밤농장이다. 벌써 밤이 여물었을까. 산마루농장 주인 이진구씨(60)는 8월25일 첫수확을 했다고 말했다. 조생종은 9월10일까지, 중생종은 25일까지, 만생종은 10월 하순까지 나온다. 조생종은 대부분 군밤용이다. 군밤용 밤이 따로 있나? 군밤은 맛보다 구울 때 적당히 벌어져야 한다. 지금 나오는 것이 군밤용으로 좋다.

 

밤나무 밭을 돌아다니다보니 송이째 떨어지지 않고 알밤만 떨어져 나온 것도 많다. 정안밤영농조합법인 박상만 대표는 “밤도 종류에 따라 송이째 떨어지는 것도 있고, 알밤만 쏙 빠지는 것도 있다”고 했다. 가뭄이 심한 해에는 송이째 떨어지고, 수분이 적당하면 알만 떨어지는 종도 있다. 품종이 그만큼 많아졌단다. 이를테면 중생종 중 축파는 송이째 떨어지고, 옥광은 알만 떨어진다.

 

햇밤 맛은 떫지 않고 의외로 달았다. 박 대표는 보통 밤은 당도가 15브릭스인데, 정안밤은 평균 19브릭스라고 했다. 19브릭스라면 웬만한 과일보다 높다. 아무리 밤이 달아도 포도나 복숭아처럼 달 리 없는데…. 이유는 수분 차이. 밤즙을 내서 당도를 측정하면 과일보다 달다고 했다. 45일 정도 영하 1도에서 숙성시키면 당도는 31~32브릭스까지 올라간다.

 

정안은 밤고을이다. 정안면 1800농가 중 700농가가 밤농사를 짓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밤 생산량은 7만2405t. 공주의 밤 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16.79%인 1만2158t으로 가장 많았다. 공주에서 정안면 밤이 차지하는 비율은 31%(전국 생산량 대비 7%)인 5500t이다. 왜 정안밤이 유명할까. 1960년대 중반 혹벌이라는 해충이 유행했다. 당시 재래종 나무를 앞장서 베어내고 해충에 강한 밤나무를 처음 보급하기 시작했던 곳이 정안이다. 토질도 좋다. 정안밤 수매가는 전국 평균보다 15% 정도 비싸다. 하지만 올해 밤농사는 예년만 못하다. 박 대표는 올해 수확량이 예년의 60%에 머물 것이라고 했다. 밤농장에서 밤 줍기를 하는 데 얼마나 받을까? 대개 체험비는 3㎏에 1만원이다. 사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많이 받으면 안와. 게다가 덤으로 조금씩 까서 먹고 가잖아. 4인 가족이 1만원만 내고 주워가면 손해인데 그래도 1만~2만원어치씩 더 사가더라고.” 산마루농장 주인 이씨는 체험비가 예년과 똑같다고 했다.

마곡사에도 가봤다. 정안에서 차로 20분 거리. 의외로 가깝다. 흔히 갑사와 대비시켜 ‘춘마곡 추갑사’라고 하는데, 가을에도 마곡사는 좋다. 마곡사는 충남에서 가장 큰 절이다. 백제 무왕 때인 641년에 자장율사가 세웠다. 마곡사가 알려지지 않은 것은 과거에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주차장 입구에서 절까지 1㎞ 정도 걸어야 한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볼멘소리를 할 수 있겠지만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에 눈길을 주며 곰곰이 뜯어볼 수 있어 오히려 좋다.

 

숙종 때 송상기란 선비는 <유마곡사기>에서 ‘절은 고갯마루에 앉아 있었고, 10여리 길가에 푸른 시냇물과 흰 바위가 있어 저절로 눈이 트였다’고 썼다. 마곡사는 가람의 구조도 특이하고, 위엄이 있다. 경내로 들어서면 닳고 닳은 석탑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탑 모양이 특이하다. 쇠로 된 모자 같은 게 탑 꼭대기에 있다. 저건 뭘까. 이런 양식을 풍마동이라고 하는데 바로 인도풍이다. 고려 때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뒤편에 있는 전각은 대적광전이다. 색이 바랠 대로 바랜 대적광전은 웬만한 사찰의 대웅전보다 크고 위엄이 있다. 그 위에는 2층 누각을 한 대웅보전이 있다.

 

마곡사에서 꼭 찾아야 할 곳은 백련암이다. 백련암은 김구 선생이 머리 깎고 중이 됐던 곳. 그 옆에 있는 작은 집이 김구 선생이 머물던 집이다. 1896년 명성황후가 시해당하자 청년 백범은 일본군 장교를 죽인 뒤 마곡사로 숨어들었다. 성윤 스님은 “18년 전 처음 들어왔을 때엔 폐허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그 뒤로는 마애불과 솔숲이 아름다운 태화산 길이 나타난다. 고즈넉한 솔숲길은 반듯하게 뚫려 있지 않고 조금씩 구불어져 있다. 백범이 나라 걱정을 하며 수없이 오갔던 길일 것이다. 공주는 가을 나들이 코스로 딱이다.

   

▲길잡이

*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IC가 가장 가깝다. 정안면 쪽으로 달리다보면 왼쪽에 정안농협이 나타난다. 농협을 끼고 좌회전해서 달리면 시골길을 따라 밤농장들이 많다. 산마루 알밤농원(041-858-4628) 등 알밤줍기 농장은 공주시 홈페이지(www.gongju.go.kr)에 나와 있다. 초기화면에서 문화관광을 클릭한 후 체험여행코너에 들어가면 알밤줍기체험 코너가 있다. 공주시내에 있는 50여곳의 농장 전화번호가 들어 있다. 체험비는 3㎏ 알밤을 주워가는 데 1만원.

* 마곡사는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IC에서 14㎞ 떨어져 있다. 604번 지방도를 타고 18㎞ 정도 달리면 마곡사다. 서천~공주 고속도로에서는 사곡IC에서 빠진다. 11㎞ 떨어져 있다. 이정표가 잘 돼 있다. 마곡사 백련암 뒤에 태화산 오르는 길이 있다. 태화산 가는 길은 솔숲이 우거져 있어 가을에 걷기 좋다. 험하지 않고 편하다.

* 문화재 관람료 2000원. www.magoksa.or.kr (041)841-6221, 마곡사 백련암 (041)841-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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