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서울의 달이 지는 곳, 옥수동이 그립다 - 생활 속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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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레이디경향[http://lady.khan.co.kr]
  • 09.09.04 1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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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끝까지 이어질 것 같은 계단과 삐뚤빼뚤 작은 지붕들이 마주하고 쌓인 곳, 가장 높은 곳에 있지만 가장 낮은 사람들이 사는 그곳을 우리는 ‘달동네’라 불렀다. 수많은 서민의 꿈과 일상을 누이던 옥수동 달동네가 이제 추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재개발사업으로 새 얼굴을 찾고 있는 그곳에서 오래전 서울의 얼굴과 조우했다.

옥수동은 1994년에 방영됐던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의 무대였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성공을 꿈꾸던 젊은이들이 가난했지만 부유한 희망을 품던 곳. 이제 갓 상경한 촌놈 춘섭과 제비족 홍식이 돈이라는 성공을 향해 묵묵히, 혹은 비열하게 욕망을 내지르던 그곳에 재개발이 한창이다. 춘섭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골목에는 반듯한 대로가 놓였고 홍식이 돈 많은 유부녀를 꼬여내 춤을 배우던 그곳에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조급한 마음으로 공사가 한창인 12구역을 지나 13구역에 들어서니 거짓말같이 아득한 달동네가 펼쳐진다. 저 멀리 동호대교를 지나 압구정동이 보이는 듯하다. 김태수가 쓰고 김영수가 연출한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가 떠오른다.


어쩌면 이리 옹기종기 모여 있는지, 모양도 색깔도 저마다 다른 집들이 아랫집을 밟고 켜켜이 서 있다. 원래 1층짜리 집에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층수를 올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단다.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변덕스러운 못난이 계단을 사다리 타듯 오르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계단이 이어진다. 서울에서 이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을 감상하며 느리게 걷는다고 걸었는데 얼마 안 가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렇게 옥수동의 낡은 계단 위, 작은 골목 끝엔 이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정겨운 우리의 모습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몇십 년 넘게 정든 동네를 떠나는 옥수동 사람들만큼이야 하겠느냐마는 이제는 기억 속으로 사라질 옥수동 달동네가 벌써부터 그립다.

옥수동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옥수역 4번 출구에서 옥정초등학교 쪽으로 올라가는 길과 금호역 3번 출구로 바로 보이는 편의점을 끼고 따라 올라가는 길이 있다. 13구역 쪽으로 가려면 금호역에서 가는 길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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