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중국 직장인 학습 열풍… 상하이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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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8.21 11: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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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국어 잘하면 앞날 보장” 강의실마다 빼곡

 

해외에서 한국어 열풍이 뜨겁다. 최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시는 지역 토착어인 찌아찌아어를 표기할 공식 문자로 한글을 도입하면서 표음문자인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주요 국가의 기업과 학교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이 처음 시행된 1997년 2600여명에 불과한 지원자가 올해는 수십만명에 이를 정도로 한국어 바람이 일고 있다. 해외의 한국어 열기와 정부의 정책 등을 살펴본다.

 

지난 15일 오전 8시30분 중국 상하이시 외곽에 위치한 ‘상하이 휘시바크’. 한국계 업체로 산업용 밀폐 용기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휴일임에도 한글을 읽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국어 강사 선나리씨(24·여)는 한글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 ‘아·에·이·오·우’를 칠판에 적었다. 이 업체 영업과장인 중국인 장지예씨(36)가 입을 크게 벌려 따라 했다. 모음 ‘ㅔ’ ‘ㅐ’처럼 중국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모음을 발음할 때마다 장씨는 한국인 강사를 쳐다보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씨는 한국어 강사가 짚어주는 글자를 따라 읽다가 ‘그’와 ‘구’의 발음이 헷갈린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안철수연구소 상하이 사무소 인사팀장인 쉬슈웨이씨(27·여)도 요즘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한국 연예인과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해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인 직장동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국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에서 한국어 배우기가 한창이다. 이곳에서 실시하는 한국어 교육은 상하이에 있는 한국 중소기업 40여곳에 근무하는 중간관리자급 중국인 직원 350명이 대상이다. 지식경제부가 대중국 교역 확대를 위해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배우기 때문에 참여도가 낮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중국인 현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상하이 휘시바크’ 이창복 대표는 “영어를 쓰거나 조선족 통역을 쓰다 보니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다”며 “일정 수준에 오르면 업무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수한 한국어 실력을 가진 직원은 한국 연수를 시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장지예씨는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시내까지 배우러 가기가 쉽지 않았다”며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 취직하려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한국어 열풍은 뜨겁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상하이 훙커우구에 위치한 백제어학원. 휴일인 지난 15일에도 4개 교실이 꽉 찰 정도였다. 중국 무역회사에 다니는 가오난위씨(26)는 연방 한국인 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공부를 할까, 취직을 할까 고민이다”라는 문장에서 ‘공부를 하든지, 취직을 하든지’라고 말해도 되는지를 물었다. 성격과 관련한 어휘를 찾는 시간에 가오난위씨는 ‘소극적’ ‘적극적’ ‘대범하다’ ‘소심하다’ 등 여러 가지 단어를 구사했다.

 

강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까오난위씨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는 농담도 던졌다. 가오난위씨는 “좋은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 싶다”며 “퇴근 뒤나 버스에서도 틈틈이 책을 펼쳐 하루에 2시간씩은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말했다. 취직을 준비 중인 양베이옌씨(29·여)도 9월에 치를 한국어능력시험을 기다리며 한국어 공부에 여념이 없다. 미국계 회사를 다니는 양씨는 “한국계 회사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7년 전 상하이 최초로 세워진 한국어학원인 백제어학원은 설립 당시 수강생이 10명도 채 되지 않았으나 현재는 1000명을 넘어섰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상하이 한국어학원은 한국어 열풍에 힘입어 8개로 늘어났다.

 

오은석 백제어학원장(35)은 “초기에는 한국 문화를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난해 반한 감정 이후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분위기가 줄었지만 얼마 전부터 한국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오 원장은 “2시간 기차를 타고 와서 하루에 10시간씩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교민들 사이에서는 무료 한글 교실도 열리고 있다. 매주 토요일 상하이 한인타운 근처 사무실에서 열리는 ‘한글학당’에는 입소문을 듣고 달려온 110여명의 중국인들이 등록돼 있다. 이동규 한글학당 훈장(35)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일부를 편집해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등 다양한 한국어 교습법을 모색 중이다. 이 훈장은 “교실과 자원봉사자들이 부족할 정도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중국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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