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동네신문 ‘Hello, 가로수길’ 만드는 박수진·배정현씨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8.20 11:43:18
  • 조회: 968


ㆍ“재주꾼들이 많은 동네… 이거다 싶었죠”
ㆍ잡지사 기자·북 디자이너 둘이서 한판 재미나게 놀아보자며 시작
ㆍ“재밌다”소문 ‘아트’기부 줄이어

 

‘제호: Hello, 가로수길

발행인: 배정현·박수진

기획: 배정현

디자인: 박수진

글·사진·일러스트: 그때그때 다름.’

 

타블로이드 판형의 동네신문 ‘Hello, 가로수길’은 지난해 10월31일 처음 발행됐다. 강남의 삼청동으로 불리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네신문이라고는 하지만 매일 발행되지는 않는다. 계절에 한 번씩, 이달초 4호가 나왔다. 창간호는 1000부를 찍었고 이후 조금씩 부수를 늘려가고 있지만 3000부를 넘기지 않는다.

 

이 신문은 여러가지 면에서 특별하다. 무가지이며 고정필자가 없다. 자발적인 참여를 받아 아이템을 나눈다. 고료는 지급되지 않는다. 무보수다. 신문제작에 참여하고 난 후 받는 대가라고는 신문이 발행되고 난 뒤 열리는 마감파티 초대장뿐. 한데 요즘 잘 나간다는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가로수길에 살거나 혹은 작업실을 갖고 있는 문화예술계 전문직 종사자들이 서로 하고 싶다며 안달이다.

 

배포도 이들의 손으로 이뤄진다. 각자 부수를 나눠 가로수길에 있는 카페, 서점, 옷가게 등에 배치한다.

“가로수길 동네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비정기 프로젝트 신문”이자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기부로 진행되는 비영리 신문”이라는 ‘헬로우, 가로수길’. 제작과 발행 과정이 궁금해 공동발행인인 배정현(36·오른쪽 사진), 박수진씨(34)를 만났다. 국내 1호 쇼핑칼럼니스트로 더 잘 알려진 배씨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 정도로 넘치는 에너지와 끼의 소유자.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프리랜서로 독립한 북디자이너 박수진씨는 배씨와는 정반대로 조용조용, 나긋한 성격이다. 대학 선후배 사이인 둘은 배씨가 가로수길에 작업실 겸 카페 ‘WASH’를 내면서 의기투합했다.

 

“가로수길에는 정말 재주 많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재미난 동네신문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했어요. 전 잡지사 기자로 일했고 수진씨는 북디자이너니까 둘이서 못할 게 없었죠.”(배정현)

 

가로수길 골목마다 자리를 튼 작업실에는 두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라 할 정도로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다양한 직종의 프리랜서들이 몰려 있었다. 옆집에 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A는 길건너 스튜디오가 있는 사진가 B와 친구 사이이고, B의 앞집에 사는 C는 A의 고객이고…. 이런 식으로 광고·영화·패션·디자인 종사자와 일러스트레이터, 편집디자이너, 사진가 등이 서로의 지인이면서 고객이었다. 능력있고 재주 많은 친구들을 모아 한판 재미나게 놀아보자는 생각을 어느 누구랄 것도 없이 동시에 했다. 그러나 창간호를 낼 당시, 적극 돕는 이들은 소수였단다.

 

둘은 창간호 인쇄비를 충당하기 위해 50만원씩 갹출했다. “일단 창간호가 만들어지고 나니까, ‘이게 될까?’ ‘과연 만들어질까?’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흥미를 갖더군요. 자발적 참여도 늘었고요. 기부를 받는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기부금을 내신 분들은 없지만요. 대신 ‘아트 도네이션’이라고 해서 사진·일러스트 등 자신의 능력을 기부하는 분들이 많아요.”(박수진)

 

창간호가 나오자 많은 이들이 필자로 나섰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던져줬다. 자발적으로 홈페이지(www.hellostreet.net)를 만들어주는 이들도 있었다. 가로수길 사람들뿐 아니라 트렌드에 민감한 다국적 기업들도 관심을 보였다. 둘은 기업과 아티스트를 연결해 ‘브랜드와 함께하는 아트워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앱솔루트 보드카, 하이네켄, 르꼬꼬 스포르티브 등의 회사가 2호부터 4호까지 각각 인쇄비를 댔고 일꾼으로 나선 작가들이 이들 회사의 브랜드를 재해석한 일러스트, 그래픽 작업 등을 진행했다. ‘Hello, 가로수길’은 보통 12쪽에서 16쪽으로 중철하지 않고 낱장으로 분리되는데 속지에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인쇄했다. 기업으로서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예술후원기업이라는 고급 이미지를 가질 수 있고, 작가들로서는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 ‘헬로우, 가로수길’은 그 기회를 펼치는 공간이 되어주는 동시에 인쇄비 걱정을 더니 모두 ‘윈윈’이다.

 

신문을 팔아 제작비를 남겨야 하거나, 이익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고객의 의뢰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보니 형식도, 내용도 자유롭다. 그동안 가로수길에 놀러오는 사람들, 이곳에 작업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이고, 이들은 어떤 배달음식을 먹고 살아가는지, 개와 고양이 중 어떤 동물을 반려동물로 택했는지 등 소소한 소재를 표지로 삼아 진행했다. 좋아서 재미로 하는 일, 대신 대가가 없는 일. 자칫 품앗이 일꾼들이 마감에 느슨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전혀 없어요. 마감을 못 지킨 분은 한번도 못봤어요. 이곳에 작업실을 얻어 일하는 분들이 대개 5~6년 이상의 사회경력을 갖고 있는 프로들이에요. 말 안해도 마감은 기본이죠. 물론 제가 은근슬쩍 압박을 가하긴 하지만요.(웃음)”(배정현)

 

거창하게 지역커뮤니티의 문화를 논하는 것도 아니오, 그저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을 뿐인데 최근 ‘헬로우, 가로수길’을 주목하는 눈길이 더 많아졌다. 작은 지역커뮤니티에서 기획부터 제작, 발행, 배포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동네신문’이라는 ‘헬로우, 가로수길’의 독특한 정체성이 새로운 지역문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서울 마포구청이 발행하기 시작한 홍대앞 소식지 ‘스트리트 H’는 ‘헬로우, 가로수길’을 벤치마킹했다. 올 가을 발행하는 5호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디자인올림픽의 하위프로젝트로 진행된다. 가로수길이 디자인스트리트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가로수길에서 진행하고 이를 신문에도 담아낼 예정이다.

 

“재밌게 놀아보자고 둘이 50만원씩 내서 1년이 넘도록 즐기고 있으니 이만하면 저렴하게 놀고 있는 거 아닌가요? 가로수길로 이사오세요. 여자 혼자 살기엔 여기가 딱이에요. 산책하기도 좋고 약속 정해 사람 만나기도 귀찮은 금요일 저녁 우연히 만난 동네 친구들하고 어울리기도 좋아요. 어서 오세요. 이사를 와야 일거리도 맡기죠! 호호.” 사교성 좋은 배씨는 인터뷰 말미, 기자에게도 ‘마수’를 뻗쳤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