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박민규 그가 이렇게 낭만적이었나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7.27 10:15:19
  • 조회: 12104


ㆍ새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출간
ㆍ지독하게 못생긴 여자와 잘생긴 남자의 사랑이야기
ㆍ“눈에만 보이는 아름다움의 시시함을 말하고 싶었다”

 

“모든 인간은 투병(鬪病) 중이며,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간호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214쪽) 소설가 박민규(41)가 이렇게 낭만적인 남자였던가. 박민규의 새 장편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예담)는 기존 박민규 소설의 문법을 깨버린다. 슈퍼맨과 원더우먼, 너구리나 기린이 등장하거나 생태계의 운명을 두고 외계인과 탁구시합을 벌이는 식의 엉뚱한 상상력과 황당무계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대신 눈 내리는 밤거리와 카페와 호프집을 배경으로 사랑에 빠진 스무살 남녀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잘생긴 남자의 연애 이야기를 통해 외모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장편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펴낸 소설가 박민규씨.
그러나 이 연애소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박씨 특유의 비현실성은 이번 소설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지독히 못생긴 여주인공과 잘생긴 남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피엔딩이라니.

 

그동안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주목해왔던 작가는 이번에 외모중심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희생당한 여성에게 주목한다. 세 명의 주인공은 모두 외모로 인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인물들이다. 남자주인공 ‘나’는 잘생긴 아버지와 못생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 삼류 배우였던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기생하듯 살아가고, 유명해지자 가족들을 버린다. 그는 아버지를 닮은 자신의 잘생긴 외모를 ‘아버지가 싸지르고 간 똥’처럼 느낀다. 주인공의 정신적 스승이 돼주던 요한 역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어머니가 부잣집 첩으로 살다 자살해버린 상처를 안고 있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못생긴 외모를 지녀 ‘마음속에서 스스로의 얼굴을 도려낸 여자’다.

 

‘나’는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된 백화점에서 만난 그녀에게서 어머니를 떠올린다. 조금씩 가까워진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사랑에 빠지지만 외모로 인한 오래된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그녀는 ‘나’의 곁을 떠나고 요한 역시 자살을 시도하면서 세 사람은 흩어진다. 세월이 흐르고 소설가가 된 ‘나’는 수소문한 끝에 그녀가 독일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돼 그녀를 찾아가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소설의 배경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던 1980년대 중반. 작가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외모 지상주의의 유사성을 거듭 지적한다. “자본주의의 바퀴는 부끄러움이고, 자본주의의 동력은 부러움이었다. 닮으려 애를 쓰고 갖추려 기를 쓰는 여자애들을 보며 게다가 이것은 자가발전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었다”라든가 “미녀에게 주어지는 세상의 관대함에 나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뭐랄까, 그것은 부자에게 주어지는 세상의 관대함과도 일맥상통한 것이란 기분이 들어서였다”는 표현 등이 그렇다.

 

작가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이 외모 지상주의라면, 그것을 ‘간호’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박씨는 ‘작가의 말’에서 “눈에만 보이는 이 아름다움의 시시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며 “우리의 손에 들려진 유일한 열쇠는 사랑이다. 어떤 독재자보다도, 권력을 쥔 그 누구보다도, 어떤 이데올로기보다도 강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소설은 인터넷 서점 예스24사에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6개월 동안 연재됐다. 작가는 소설 말미에 ‘라이터스 컷’(Writer’s cut)을 넣어 독자들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열린 결말을 제시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