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보석같은 중세를 만나다… 북유럽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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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7.02 14: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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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에스토니아의 탈린이란 도시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탈린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도 중 하나다. 서유럽과 북유럽을 잇는 한자동맹의 거점 도시로 고풍스럽고, 크며, 아름답다. 탈린같이 먼 데를 어떻게 가느냐고? 예상 외로 가깝다. 핀란드 헬싱키까지는 직항이 생겨 9시간 만에 갈 수 있고, 여기서 배타고 2시간만 가면 탈린이다. 핀란드 사람들이 주말이면 휴가 즐기러, 술 사러(면세점쇼핑) 가는 곳이 탈린이다. 항공과 선박의 연결시간을 빼고 이동시간만 따진다면 서유럽 주요도시 수준이다. 북유럽을 경유, 서유럽으로 가는 여행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로 탈린이 떠오를 것이라고 얘기하는 여행전문가들도 꽤 많다.


탈린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게 중세도시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탈린 시청앞 광장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관광객. 탈린의 올드타운에 들어서면 입이 떡 벌어진다. 유럽 어디를 가도 고도는 많지만 탈린처럼 제법 큰 중세도시가 완벽하게 보존된 곳은 드물다. 가이드 우베는 “2차대전 중 탈린의 올드타운이 큰 화를 입지 않은 것은 안개가 많이 끼어 폭격기들이 발트해에 폭탄을 쏟아붓고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을을 제대로 보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대체 얼마나 많은 건축물이 있을까.

 

가이드는 “글쎄, 워낙 많아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주요 건축물 하나 하나에 얽힌 사연만 얘기해도 며칠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광장 어귀에 있는 약국은 1422년에 세워진 현존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라고 했다. “고양이피, 생선눈, 유니콘 뿔로 만든 파우더를 정력제로 팔았는데 이때 너무 많이 유니콘을 잡아 유니콘이 없어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했다.

 

시청 청사 두번째 기둥에 쇠고리가 걸려있는데 죄인들을 묶어놓고 토마토 세례를 주던 곳이라고 했다.

“의회의원이 비밀을 누설한다면 안된다는 규정을 깨고 부인에게 회의내용을 얘기했고, 결국 이 이야기가 흘러나가자 광장을 세 바퀴 기어다니는 형벌과 함께 토마토 세례를 받았어요.”

 

요즘은 관광지도 이야기를 곁들인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시대다. 그런데 탈린에는 이런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 일단 탈린의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를 하기 전 도시의 성장배경을 먼저 훑어보자. 탈린이 역사서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154년이다. 12세기에 십자군들이 몰려오면서 기독교를 이곳에 전파했다. 탈린은 발트해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북유럽과 무역하기 좋은 여건을 지니고 있다. 독일 상인들이 중심이 된 한자동맹에 가입한 이후 도시는 북유럽 최대의 무역항으로 번영을 구가했던 것이다.

 

도시는 부유했지만 탈린은 주변 강대국에 쉴새 없이 시달려야 했다. 한자동맹으로 독일권의 보호무역주의에 발끈한 덴마크가 침입해왔고, 이후 스웨덴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이 탈린 등을 놓고 영토다툼을 벌였다. 중세엔 스웨덴에 복속돼 있다가 1710년에는 러시아에 병합됐다. 서유럽을 동경했던 표트르 대제는 서유럽의 우수한 건축물과 전통이 남아있는 탈린에 여름 별장을 지었다. 표트르 대제는 수도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정하고, 에스토니아의 탈린과 발트해 너머 핀란드의 헬싱키를 묶어 이 세 도시를 러시아의 중심축으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표트르 대제가 지은 여름 별장은 후대에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같은 러시아의 이름난 예술가들이 찾아와 휴양을 하기도 했단다.

 

어쨌든 우여곡절을 겪은 에스토니아는 구소련 붕괴 후 1991년에야 독립할 수 있었다. 탈린 항구에는 유럽 각국에서 수많은 크루즈선이 몰려온다. 가이드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았던 곳은 카타리나 골목이라고 불리는 자그마한 길이다. 이 지역의 건물은 올드타운에서도 가장 오래된 시기인 13세기에 지어진 것이 많다. 건물 벽에는 비석들이 붙어있었는데 러시아 점령시기에 러시아군들이 세워놓은 곳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곳이지만 이탈리아 식당이 유명해지면서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이 길목의 끄트머리에는 울스웨터 등 특산품을 파는 성벽집 옆에 붙은 가겟집들이 나온다.

 

가이드는 러시아 강점기 때의 이야기를 비꼬면서 말했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오히려 러시아보다 높다는 뜻으로도 읽혔고, 강점기 당시 수난을 당했던 에스토니아인들의 반감이 은근히 드러나기도 했다.

이를테면 1400년대에 세워진 니콜라스 교회는 2차대전 중인 1944년 점령군인 독일군을 몰아내기 위해 러시아군이 폭격을 가해 일부가 부서졌으나 러시아인들이 1970년대까지 수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신론자인 러시아인들은 “왜 성당을 수리하느냐”며 버텼고, 결국 세계 각국의 비난이 이어지자 1970년대에 와서야 보수했다. 2차대전 직후에는 독일군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탈린 시민들이 강제 추방을 당하기도 했다.

 

언덕배기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도 에스토니아인의 자존심을 건드린 건축물이라고 했다. 성당 바로 건너편에는 카드리오그 의회가 있는데 스웨덴 점령기부터 모든 주요 결정이 이뤄진 의사당이었단다. 러시아인들은 에스토니아 최고권력기관 앞에 보란 듯이 러시아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에스토니아는 지금도 국기게양식과 하강식을 의회건물에 붙어있는 성탑에서 한다. 다만 여름에는 해가 거의 지지 않는 백야 때문에 게양식은 오전 7시, 하강식은 오후 11시에 실시한다. 탈린은 완벽한 관광도시다. 곳곳에는 중세의 복장을 한 상인들이 물건을 팔거나, 활쏘기 체험을 권유한다. 또 건물 하나하나에 역사가 깃들어 있다. 전망도 좋아서 덴마크 왕의 정원, 구시청사의 첨탑 등에서는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탈린은 북유럽의 보석이다.

 

▲길잡이

*핀란드에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헬싱키까지는 핀에어가 여름철에는 주 4편 들어간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들어가는 배편이 있다. 배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시간이면 들어간다. http://www.tallinksilja.com/en 유레일패스 소지자는 실리야라인 페리 할인을 해준다.

*유럽연합에 가입돼 있지만 화폐는 크룬을 쓴다. 1유로는 15.6 크룬. 올드타운에서는 유로화도 받는다.

*탈린 올드타운은 걸어다닐 수밖에 없다. 탈린 카드를 사면 입장료를 받지 않거나 할인해주는 곳이 많다. 6시간권은 8유로, 24시간권은 22.5유로, 72시간권은 29유로다. www.talinncard.ee

*에스토니아는 IT선진국 중 하나다. 일부 호텔체인은 무료로 인터넷 전화를 쓰게 해준다. 숙소정보는 www.tourism.tallinn.ee/fpage/travelplanning/accommodation/facilities에 있다. 가격대와 위치가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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