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무대에서 만난 사람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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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6.29 14: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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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16살은 아니기 때문에 연기이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감이 있죠. 감성적으로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을 살려 그 나이가 되려고 애쓰고 있어요. 어린 척 하려다 잘못 늪에 빠지면 안되잖아요.” 김소현은 프랑스 뮤지컬로는 최초로 한국어로 공연되는 <로미오앤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을 맡았다. 줄리엣의 곱절이 되는 나이지만 그가 배역을 맡았다고 해서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굵직굵직한 공연에 김소현(32)이 얼굴을 내밀지 않은 적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역시 김소현”이라며 칭송하고 또 다른 이는 “또 김소현이야!”하며 식상해 하기도 한다. 김소현은 누가 뭐래도 줄곧 뮤지컬계 ‘프리마돈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자신의 데뷔작이었던 <오페라의 유령>에도 다시 선다. 짤막한 한마디로 평할 수 있지만 당사자로서는 결코 만만한 세월을 보낸 게 아니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눈도 뜨기 전에 목상태부터 점검해요. 회식자리에서 한 두잔 마시던 술도 딱 끊었어요. 갈수록 더 긴장하게 돼요. 다행히 체력은 좋은 편이어서 헬스장에서 만난 분들이 장미란 선수 같다고 하세요.” 최근 출연한 <삼총사> 60회 공연을 끝낸 후이지만 피로감보다는 새 작품에 대한 흥분,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지난 24일은 마침 무대의상을 처음 입은 날이었다. 여신 느낌이 났다.


“이 옷만 그렇지 줄리엣 의상이 섹시하고 현대적이에요. 머리스타일도 빠글빠글한 긴 파마 머리고요. 무도회 때 입는 옷은 미니스커트로 사이버틱한 느낌마저 나요. 전체적으로 작품 분위기가 현대적이죠. 앙상블의 군무도 정말 멋져요. 연습실에서 무릎이 튀어나온 트레이닝을 입고들 춤 추는데도 어찌나 멋있던지.” 그는 임태경, 신성록 두 로미오와 사랑에 빠지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임태경은 로맨틱한, 신성록은 풋풋하고 남자다운 로미오로 상대역의 느낌이 각기 다르다. 줄리엣 역의 더블 캐스트인 박소연은 그의 서울대 성악과 4년 후배이다.


김소현은 학교 선배이기도 한 어머니의 레슨을 지금도 받고 있다. 성악적 발성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으로 데뷔했을 당시 어머니는 딸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로비에 있는 대형 모니터 앞에서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서있다가 ‘김소현의 스토커’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항상 부모님께 감사하죠. 두 분 다 환갑이 넘으셨는데 아직 손자도 못 안겨드려 죄송할 뿐이에요. 그런데 다음달에 두 살 아래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 돼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어요.”


그의 집은 여동생도 같은 학과 출신의 동문인터라 자연스레 음악 가족이다. 조부모의 묘를 찾을 때면 주변의 눈길을 받기 바쁘다. 찬송가 7~8곡을 부르고 오는데 음치이긴 하지만 베이스 톤인 아버지를 비롯해 어머니(메조), 김소현(하이 소프라노), 여동생(소프라노), 남동생(테너) 등으로 성부가 딱 들어맞는다. 그의 아버지는 지금도 딸이 고생스러운 일을 하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에 공연장을 잘 찾지 않는다고 한다. 김소현은 “뮤지컬 배우도 반은 연예인이어서 종종 악플이 붙는데 혹시나 부모님이 보시게 될까봐 마음 졸일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에게는 그동안 출연작 16~17개 가운데 흥행에 성공한 <지킬앤하이드> 등 해외 대형작의 이미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대부분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이었다. ‘비슷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무림을 친 적도 있다. 2007년에는 <대장금>의 장금이, TV드라마 <왕과나>의 못된 정씨부인, 연극 <미친키스> 등에 도전하며 몸을 부딪쳤다.


“매일 울고 다녔어요. 죽을 것처럼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죠. 뮤지컬을 보러온 관객 중에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며 ‘설마 사극에 나온 정씨부인 그 배우 맞느냐’고 물어올 때는 내심 만세를 부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파고드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란 믿음을 갖게 됐죠. 오드리 헵번도 <로마의 휴일> 이미지로 기억되는 좋은 배우잖아요.” 단골로 맡은 배역들 덕분에 약간의 ‘공주병’이 있지 않으냐는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동차 튜닝과 스피드를 즐길 뿐 아니라 일요일 공연이 끝난 후에는 동료들과 팀을 짜서 다음날 공연이 없다는 핑계로 새벽 4시까지 스타크래프트에 빠지는 게임족이다.


7월4일부터는 <로미오앤줄리엣>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선다. 김소현은 공연 때마다 분장실에서 무대로 나가는 그 통로에서 묘한 극장의 냄새를 맡는다고 한다.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등 그 향이 다르다. 커튼과 무대세트, 기계 등이 풍기는 냄새에 사람의 땀냄새, 극장이 살아온 냄새 등이 긴장과 흥분을 준다. 그는 “언제가는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겠지만 그날까지 분장실과 무대 사이의 좁지만 나만의 길을 걸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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